음악평론가장일범씨(37)는 클래식 음악을 쉽고 재밌게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99년 그가 기획했던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는 친근한 해설을 곁들인 클래식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그 후 ‘해설이 있는 음악회 붐’을 몰고 왔을 정도로 클래식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장씨는 공연 전문 월간지 ‘객석’ 기자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성악을 전공한 성악도. ‘객석’에서 2년여 기자생활을 하다가 96년 사표를 내고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한 그는 러시아에서 대중화된 클래식 문화를 처음 접했다. 당시 이미 러시아에서는 미술관에서 음악회가 열리는가 하면 일반 서민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활성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공장에서 일을 마친 사람, 시장에 좌판을 벌이고 장사를 하던 아주머니, 회사에 다니는 샐러리맨들이 오후 7시만 되면 공연장으로 몰려들었어요. 음악을 들으며 일상의 피로를 푸는 모습이 너무 부럽더라고요.”
그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연주자는 청중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고, 청중은 편안한 마음으로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또한 99년 귀국해 방송에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일을 하던 그는 스튜디오가 아닌 공연장에서 해설을 하면서 음악을 들려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렇게 해서 시작된 공연이 바로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다. 99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시작된 공연은 매진 행렬을 계속했고, 무려 1년간 연장 공연됐다.
그가 진행하는 음악회는 재밌기로 유명하다. 음악에 관련된 자신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는 물론 음악 외에도 미술, 문학, 무용을 넘나드는 그의 입담에 지겨울 틈이 없는 것. 그가 다양한 문화 장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낮에는 인사동에 그림을 보러 다니고, 저녁이면 공연을 보러 다녔다. 러시아 유학시절에도 틈날 때마다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 무용수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런 열정 덕분에 그는 발레에 있어서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지니게 돼 일 년간 국립 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도 CBS 음악FM ‘김갑수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KBS ‘FM실황음악회’, KBS ‘TV문화지대’에 출연하고 있는 그는 보다 풍부한 해설을 하기 위해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 공연을 본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은 아이들 감성 교육에 아주 좋아요. 감정이 풍부해지죠. 클래식 악기를 통해 아이가 자연의 소리에 익숙해질 수 있어요.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의 경우 몸통은 나무, 현은 말총으로 만들거든요. 전자음이 아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죠. 저는 아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통해서 정서적으로 균형이 잡히고,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아이들이 클래식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부모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평소 집에서 클래식 음악 틀어놓고 아이를 자주 공연장에 데려가면 좋아
“일단 클래식 음악을 집에서 자주 틀어놓는 게 좋아요. 편하게 생활의 배경 음악이 되도록 해주는 거죠. 클래식이 배경 음악으로 쓰인 영화를 보여주는 것도 좋아요. 차 안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하지만 아이가 싫어한다면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자주 공연장에 데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도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서 공연장을 자주 찾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들이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그는 어릴 때부터 공연장을 찾아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공연장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클래식 음악은 아이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해준다고 말하는 장일범씨.
“어머니 주위에 음악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머니를 따라서 그 분들 공연을 많이 따라다녔죠. 처음 공연장에 가서 음악을 들으면 뭐가 뭔지 잘 몰라요. 하지만 자꾸 듣다보면 조금씩 알게 되고 감동도 느끼게 됩니다. 또 아이들을 공연장에 데리고 가는 것은 좋은 예절 교육이 될 수 있어요. 최소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이가 자기 맘대로 움직일 수 없고, 조용히 해야 하니까 공중도덕을 배울 수 있죠.”
그는 아이에게 악기를 하나 정도 가르치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자라서 전문 연주자가 되지 않더라도 악기를 익혀놓으면 힘들 때마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으니 좋다고. 다만 악기를 고를 때는 아이가 원하는 악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피아노는 모든 악기의 기본이니까 배우면 좋지만 아이가 싫다고 하면 억지로 시킬 필요는 없어요. 악기를 고를 때는 아이를 악기점에 데려가 이것저것 만져보게 하는 것이 좋아요.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서 배우고 싶어하는 악기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죠.”
아직 미혼인 그는 나중에 결혼해 아이가 생기면 자신도 그런 방법으로 음악교육을 시킬 생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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