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나빠요”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개그맨 정철규(24). 그는 거뭇거뭇한 피부색과 외국인노동자를 흉내 낸 말투로 “진짜 외국인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제 외모 때문에 많은 분들이 진짜 외국인이 아니냐고 물어보세요. 원래 피부색이 까만 편인데, 그것 때문에 어렸을 적 별명이 ‘구정물’이었어요(웃음).”
그에게 인기 비결을 묻자 “외국인노동자라는 인물설정이 신선했던 것 같아요” 하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그는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상도 토박이. 1년여 전 본격적으로 개그맨 활동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그는 지금도 여전히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의 꿈은 개그맨이었다고 한다. 학창시절 남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던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코미디언으로 통했다고. 고등학교 때는 그룹사운드에서 잠시 보컬을 맡은 적도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그를 불러 “연예인이 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을 정도라고 한다.
개그맨이 되겠다는 그의 꿈은 대학(경남대 전기전자학과) 진학 후 더욱 확고해졌다. 1학년 1학기 때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1학년을 마치고 방위산업체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3년간 외국인노동자와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말투와 표정을 익히게 됐다.
“3년 동안 외국인노동자들과 생활하면서 느낀 점이 많아요. 그들은 저를 보면 항상 ‘철규 좋아요. 그런데 한국은 나빠요. 사장님 나빠요’라고 하더군요. 외국인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몸을 다쳐도 보상을 받기는커녕 일을 못하게 되니까 월급도 못 받는 경우가 있어요. 외국인노동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말투나 행동을 익힐 수 있었죠.”
그가 개그에서 사용하고 있는 ‘블랑카’란 이름은 방위산업체에서 만난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노동자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입담 좋은 토크쇼 진행자 되는 게 목표
그는 방위산업체 근무를 마친 뒤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할 방법을 알아봤다. 그러던 중 KBS 위성TV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일반인 자격으로 출연할 기회를 잡았다. 그는 마침 외국인노동자 강제추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외국인노동자들과 생활한 경험을 살려 그와 관련한 대본을 만들었다고 한다.
첫 무대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가 무대에 올라 입을 떼자마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방송 내내 관중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어안이 벙벙했다고.
“사실 처음부터 관객들을 웃길 생각은 없었어요. 단지 외국인노동자들의 애환을 얘기하려고 한 것뿐이었는데, 관중들은 마지막에 기립박수까지 쳐주면서 즐거워하더군요. 정말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던 거죠.”
그는 3년간 방위산업체에서 외국인노동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말투와 행동을 익히게 되었다고 한다.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한 코미디 작가의 눈에 띄어 KBS ‘폭소클럽’에 출연하면서 정식 개그맨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가 어려서 개그맨이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는 그가 장난 삼아 한번 해보는 소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를 숫기라고는 전혀 없는 평범한 학생이라고 여겼기 때문. 그가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도 개그맨이 되겠다고 하자 그의 어머니는 “네가 그렇게 원하는 거면 대학 가고 나서 하라”며 절반은 수긍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개그맨이 된 지금은 전화가 오면 “네, 블랑카 엄맙니다” 하고 받을 정도로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다고. 반면 아버지는 여전히 그를 못미더워하지만, 요즘엔 가끔씩 전화로 격려를 해준다고 한다.
현재 KBS ‘폭소클럽’ 외에도 인터넷 방송에 고정출연하고 있는 그는 하루 2~3시간씩 자면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선배 개그맨 신동엽, 김용만처럼 입담 좋은 토크쇼 진행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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