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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남자의 변신

6년 사귄 애인과 결혼 준비중인 지진희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의 10억 만들기’에서 코믹 연기 보여준 지진희

■ 글·조득진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홍상표‘프리랜서’

2004. 06. 04

‘대장금’의 ‘민종사관’지진희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SBS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의 10억 만들기’에서 바람둥이 사진작가로 나와 능글능글한 연기, 툭툭 던지는 말투 등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 과묵한 민종사관의 이미지와 달리 유머가 넘치는 그가 털어놓은 자신의 실제 모습과 결혼 준비 이야기.

6년 사귄 애인과 결혼 준비중인 지진희

“정말 재미있어요. 드라마 ‘대장금’을 할 때는 분위기도 잡아야 하고,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대본 외우는 데 무지하게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선 애드리브도 적당히 넣고, 표정도 오버하면서 해도 NG가 잘 안 나니까 재미있어요.”
요즘 SBS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의 10억 만들기’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지진희(32).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다가도 예쁜 여자만 지나가면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고, 지하철에서 여고생들을 꾀어 꽃을 팔다 잡상인 단속반이 나타나면 나 살려라 도망치는 그의 좌충우돌 엽기 발랄한 모습은 민종사관의 진지한 눈빛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지진희의 이런 연기 변신에 힘입어 ‘…10억 만들기’는 20%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적이고 폼나는 모습만 보았던 시청자들에게 ‘망가진’ 그의 모습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
“박무열은 돈 걱정 없이 살다가 집안 사정 때문에 10억원 만들기에 뛰어든 인물이에요. 가볍고 생각 없는 캐릭터로 민종사관과는 180도 다른 인물이죠. ‘대장금’ 종영 후 쉬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었는데 대본을 보고는 너무 재미있어서 안 할 수가 없겠더군요. 민종사관의 이미지도 떨쳐내고 싶었고요.”
‘…10억 만들기’는 드라마 ‘미스터 Q’ ‘토마토’ ‘명랑소녀 성공기’를 연출한 장기홍 PD의 작품. 장PD는 “남자 주인공을 찾던 중 ‘대장금’의 지진희를 봤지만 이미지가 너무 달라 고민했는데 누군가 ‘사석(술자리)에서 만나면 지진희 안에 민정호는 없다’고 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캐스팅의 배경을 밝혔다.

실제 성격은 민종사관보다 박무열에 가까워
6년 사귄 애인과 결혼 준비중인 지진희

그는 망가지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만화를 교과서 삼아 연구했다고 한다. ‘달려라 하니’의 홍두깨 선생을 모델로 삼아 표정 연기를 하고, ‘으랏차차 스모부’ 같은 일본 만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머감각을 쌓았다고.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실제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사실 ‘대장금’에선 너무 어렵게 연기를 했거든요. 외아들로 혼자 자라서인지 단순하고 즉흥적인 성격인 제가 민정호 같은 과묵하고 진지한 역할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시 원래의 제 모습으로 돌아온 기분이에요.”
하지만 ‘망가졌다’는 주변의 실망과 우려에 대해서는 그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망가진 것이 아니라 이미지 변신이라는 것. “이전에 이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냐”고 묻자 “없어요. 사실 제가 한 게 별로 없잖아요” 하고 웃으며 대답한다.
“‘대장금’을 통해 제 이름과 얼굴이 많이 알려졌으니 고마운 드라마죠. 그러나 더 고마운 것은 민정호라는 역할을 하면서 내 안에 다른 모습이 있는 것을 알았다는 거예요. 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죠. 앞으로도 연기를 통해 이런 면을 발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드라마에서 지진희의 상대역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김현주. ‘대장금’에서 이영애와 연인으로 나왔으나 ‘두 사람 사이가 좋지 않다’는 등의 악소문에 시달리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떨까.
“이영애씨와 사이가 나빴던 것이 아닌데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드라마 초반에 제가 대사가 워낙 없어서 마주칠 기회가 없었던 건데…. 이후 함께 출연하는 장면이 많아지면서 금방 친해졌어요. 김현주씨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에요. 오랜만에 봤더니 많이 예뻐졌더군요. 성형수술을 했나 싶어서 가만히 들여다봤더니 살을 많이 빼서 여성스러워진 거였어요(웃음).”
그는 최근에 김현주와 키스신도 찍었다. ‘대장금’에서 이영애와의 키스신이 번번이 무산되는 바람에 아쉬웠다는 그는 처음엔 한을 풀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정작 큐 사인이 들어가자 오히려 긴장이 돼 몇 차례 NG를 냈다고 한다.

6년 사귄 애인과 결혼 준비중인 지진희

그는 ‘대장금’ 이후 자신의 삶이 엄청나게 변했다고 한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올 들어 찍은 CF만 해도 6개. SK건설, 외환은행, 캠브리지멤버스, DHC 남성화장품,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에 이어 최근엔 27년 동안 탤런트 김혜자가 지켜온 ‘다시다’ CF도 물려받았다.
“그래도 돈 많이 못 벌었어요. 얼마 전 어느 스포츠신문에 ‘지진희 CF 수익 15억원’이라는 기사가 나왔더군요. 하지만 제게 오는 돈은 그 반의 반, 그것도 세금 다 떼고 나면 별로 없어요. 신문을 보신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진희야, 그 돈 다 어딨니?’(웃음)”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마다 남자 주인공을 캐스팅하는데 그를 우선 순위로 두는 제작자들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 내내 드라마와 CF 촬영 때문에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장금’ 이후에 제게 거품이 무지하게 생겼어요. 제가 인기 없을 때 늘 하던 말이 ‘인기와 실력은 비례해야 한다, 거품은 빠져야 한다’ 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저를 보니 바로 그 거품이 쌓여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 저와 똑같은 이미지를 들고 나온다면 전 금방 밀려나고 말겠죠. 그래서 사람들의 환호성이나 박수소리에 귀 막고 연기에 몰입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민정호 이미지를 연결시킬 수 있는 배역을 맡아 인기도 얻고 더 많은 CF에 출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단기적인 이익을 좇으면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 것.
“제가 하고 있는 CF가 다 진지하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이미지여야 하는데 요즘 망가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광고주 들의 불만이 많은가봐요. 그래서 계약 끝나면 다 떨어질지도 몰라요(웃음). 그때는 스낵 광고에 나오면 되겠죠. 그것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명지실업대학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디자인회사에서 사진작가로 일한 뒤 98년 스물여섯이라는 늦은 나이로 데뷔한 지진희.
그는 요즘 6년째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일단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중이라고.
6년 사귄 애인과 결혼 준비중인 지진희

민종사관의 진지함을 벗고 코믹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지진희. 올해 들어 6편의 CF에 출연하는 등 인기가 급상승중이다.


“드라마 성공으로 인기를 얻자 여자친구가 굉장히 좋아했어요. 무명 시절 곁에 있으면서 많이 안타까워 했죠. 집이 마련되는 대로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그러나 결혼 준비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당장 집 문제가 놓여 있다. 그는 강북 쪽에 산을 배경으로 한 단독주택을 얻고 싶은데 여자친구는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여자 쪽 의견에 따라야죠. 그런데 요즘 집값 왜 이렇게 비싼 겁니까? 예전 생각만 하고 가보니 기가 막히더라고요. 다행인 것은 제게 사치스러운 면이 없어서 통장에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는데 그걸로 어떻게 해봐야겠어요.”
그는 연기자로서 일단 10년 앞을 내다본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맡고 싶은 배역보다는 주어진 배역에 성실하고자 노력한다고. 무슨 역할이든 열심히 한 후 10년 뒤에 배역을 고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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