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데빗은 동양인들에게는 이목구비의 입체감을 살리는 화장보다 연하고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이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가수 셀린 디온을 비롯해 맥 라이언, 브룩 쉴즈, 산드라 블록, 제니퍼 로페즈, 리브 타일러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유명한 수 데빗이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 ‘수 데빗 스튜디오’의 런칭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수 데빗 스튜디오’는 그가 세계적인 스타들과 작업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든 화장품이다.
지난 3월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런칭 행사를 앞두고 만난 수 데빗은 누구보다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한 지 10년 만인 지난 2000년 수 데빗 스튜디오 화장품을 출시하면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지만 그의 성공은 하루 아침에 날아든 행운이 아니다. 호주 태생인 그는 1990년 미국으로 건너가 가수들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며 메이크업 분야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맨얼굴로 스튜디오를 찾은 가수들이 메이크업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메이크업도 미를 창조하는 예술임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전문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나섰죠.”
모델에이전시 포드에서 만든 ‘포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최연소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뽑히는 행운을 얻은 그는 하이틴 잡지 ‘세븐틴’의 패션 촬영을 도우며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엘르’ ‘하퍼스 바자’ ‘보그’ 등의 패션잡지와 인연을 맺으며 명성을 쌓았다.
이에 힘입어 프랑스 유명 화장품 회사인 ‘나스’의 수석 메이크업 디자이너로 발탁된 그는 돌체 &가바나, 베르사체, 발렌티노 등 수많은 패션쇼를 통해 뛰어난 메이크업 실력을 선보였다. 그는 이후 2천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일본 고세화장품에 들어갔다.
자연스러운 화장 즐기는 할리우드 스타들
“일본에서 3년 동안 화장품 개발에 참여하며 많이 배우고 느꼈어요. 미국에서는 색상과 마케팅에 치중하는 데 반해 일본에서는 질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성분에 신경을 많이 쓰더군요. 그래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피부 타입에 맞는 성분과 색상을 배합하는 기술력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제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한단계 성장하고, 피부에 좋은 색조화장품을 개발해낼 수 있었던 것도 거기서 배운 노하우 덕분이에요.”
지난 3년 동안 ‘수 데빗 스튜디오’를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로 키우며 아름답고 능력있는 여성 CEO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수 데빗. 현재 그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그래미 시상식, 칸느영화제 등에 참석할 때마다 메이크업을 도맡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이라는 영화에서 잭 니콜슨과 함께 주연을 맡았던 여배우 다이안 키튼의 메이크업을 해주었어요.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라 젊어보이게 연출해줬더니 무척 좋아했어요. 여배우들과는 패션 촬영이나 인터뷰, 시상식 등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는데 특히 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모스 등과 친해요.”
그는 그동안 메이크업을 담당해온 대표적인 스타로 맥 라이언, 산드라 블록, 제니퍼 로페즈, 브룩 쉴즈 등을 꼽았다. 평소 이들은 모두 자연스러운 화장을 즐기지만 서로 다른 이미지와 개성을 지닌 만큼 메이크업 방식과 포인트도 각기 다르다고 한다.
먼저 요즘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화배우 겸 가수인 제니퍼 로페즈의 경우에는 두꺼운 화장을 싫어해서 까무잡잡한 피부의 건강하고 섹시한 매력이 자연스럽게 살아나도록 최대한 메이크업을 가볍게 한다고.
“지난 번 골든 글로브 시상식 때도 메이크업을 해주었는데, 파운데이션을 얼굴 전체에 얇게 펴바른 다음 시상식에서 입을 의상과 같은 톤의 색감을 눈, 볼, 입 등에 누드 메이크업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연하게 넣어주었어요. 기본 인상이 강한데 색감까지 강하면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튀지 않게 메이크업을 하죠.”
영화 ‘프렌치 키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여배우 맥 라이언은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한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깊고 푸른 눈이 가장 큰 매력인 만큼 눈에 포인트를 두어 메이크업을 해준다고.
“맥 라이언은 얼굴이 워낙 작은 데다 눈이 움푹 들어가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에 따라 이미지가 다양하게 바뀌지요. 특히 맥 라이언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눈이에요. 초롱초롱 빛나면서도 장난기가 서려있죠. 그래서 메이크업을 할 때도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로 눈을 강조하고, 볼과 입술은 핑크색 계열의 엷은 색감을 넣어 깜찍하고 귀여운 매력을 살려주죠.”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피드’ ‘프랙티컬 매직’ 등의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여배우 산드라 블록은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편안한 외모로 친근감을 더해주는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라고 한다. 또 눈을 어떻게 메이크업 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발산한다고. 그래서 맥 라이언처럼 눈에 포인트를 두고 메이크업을 하되, 신비하고 오묘한 분위기가 나도록 펄감이 있는 아이섀도를 사용한다.
“산드라 블록의 눈은 동양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요. 독일 ‘보그’ 잡지 촬영 때 만났는데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배우예요. 한가지 이미지로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80년대 중반 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린 브룩 쉴즈는 시원시원하고 반듯한 이목구비를 지닌 미인이라고 한다. 눈빛이 강렬하고 얼굴의 전체적인 조화가 아름다워서 메이크업하기가 편하다고.
“워낙 아름답고 완벽한 미모를 지녔기 때문에 가볍게 메이크업을 해도 너무 예뻐요. 더구나 깨끗하고 고운 피부를 타고나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예요. 특히 눈이 선명하고 매력적이라 눈에 포인트를 주면 미모가 한결 돋보이죠.”
그는 메이크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선택해 얼굴 전체에 같은 톤으로 균일하게 펴 바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얼굴이 넓고 평평한 동양인들은 이목구비의 입체감을 살리는 메이크업보다는 도톰한 입술과 귀엽게 튀어나온 광대뼈를 살려 자연스럽게 메이크업을 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왼쪽부터) 강렬하고 선명한 눈에 포인트를 주는 브룩 쉴즈,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로 눈을 강조하는 맥 라이언, 가볍고 연한 메이크업을 즐기는 제니퍼 로페즈, 펄감이 있는 아이섀도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산드라 블록.
“동양인들은 자신의 외모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일본 고세화장품에서 일하는 동안 수천명의 여자들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백인 여자들처럼 입체적인 얼굴을 만들고 싶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섀도로 광대뼈를 죽이고 코를 세우는데 그럼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여요. 입술이 도톰하게 튀어나온 동양인들은 립라인을 그리지 말고 립그로스을 살짝 발라준 다음 광대뼈 부분에 살짝 볼터치를 해주면 한층 생기있고 자연스럽게 멋을 낼 수 있어요.”
최근 그는 ‘수 데빗 스튜디오’의 광고 모델로 홍진경을 기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진경이 소속돼 있는 미국의 유명 모델 에이전시인 ‘비전’을 통해 홍진경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한 눈에 반한 것. 그가 그동안 함께 작업해온 세계적인 톱모델들을 제쳐두고 홍진경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홍진경씨는 얼굴이 길고 고전적인 이미지를 지녀서 동양적인 신비감이 느껴져요. 또 메이크업에 따라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외모를 지녔기 때문에 동서양을 아우르는 화장품을 만들고자 하는 ‘수 데빗 스튜디오’의 컨셉트와 잘 맞는 최고의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런칭을 위해 국내 화장품 업체인 플로라베이직의 이민자 사장,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씨와 의기투합한 그는, 올 가을 스킨케어 라인의 화장품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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