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진출을 열망해온 이선정(26)이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다. 9월 중순 크랭크인하는 영화 ‘트리트먼트’(가제)에 출연키로 한 것. 그는 지난 98년 MBC 청춘시트콤 ‘논스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드라마보다는 오락 프로그램의 패널로 자주 등장한 탓에 스크린 데뷔를 앞둔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무척 기대돼요.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동안 연기에 주력하지 못한 건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고정관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저한테 있어요. 연기자로 데뷔한 게 아니라서 기본기가 약하거든요. 그래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방송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첼로’ ‘그녀가 예뻤다’ 등 몇 작품밖에 출연하지 못했어요. 오랫동안 고대해온 영화 출연이니만큼 소속사가 주선해준 연기 지도 선생님한테 연기를 확실하게 배우려고 해요.”
그동안 열번이 넘게 시나리오를 수정했을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인 ‘트리트먼트’는 개성이 뚜렷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한국판 ‘미녀삼총사’. 이번 영화에서 그는 특유의 털털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한껏 발산할 예정이다.
“실은 영화 제작자 이창우씨가 저의 형부예요. 하지만 제가 처제라서 캐스팅된 건 아니에요. 영화 출연 제의를 받은 건 꽤 오래됐어요. 그때는 형부가 되기 전이었고, 한가족이 되리란 상상도 못했을 때였어요. 그런데 어찌어찌하여 저희 언니와 결혼했어요. 제가 소개시켜준 건 아니고요.”
두달 동안 매일 한 시간씩 뛰어
그는 이번 영화를 위해 무려 7kg을 감량했다. 지난 3월 누드 모델로 출연했던 KBS 일요단막극 ‘결혼이야기’의 ‘벗어야 한다’ 편을 본 가족들이 ‘웬만하면 살 좀 빼라’며 자극을 줬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본래 몸무게보다 9kg이나 불어 예전의 섹시스타 이선정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특히 형부까지 다이어트를 권하니까 민망하다 못해 미안하더라고요. 처제이기 전에 자신이 만들 영화에 출연할 배우인데 얼마나 부담스러웠겠어요. 사실 아랫배에 두꺼운 잡지를 넣은 느낌이 들 정도로 군살이 잡혔으니 몸매 관리가 절실히 필요했죠.”
체중 감량을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조깅. 마침 집에 러닝머신이 있는데다 살을 빼는 데는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두달 동안 하루에 한 시간씩 매일 뛰었어요. 30분 이상을 뛰지 않으면 지방이 분해되지 않고 수분만 땀으로 빠져나와 운동 효과가 없거든요. 처음에는 2km로 시작해 조금씩 거리를 늘려갔죠. 지금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6km를 뛰는데, 그게 얼마나 힘드냐면 웬만한 남자들도 죽을 것 같다고 할 정도예요.”
하지만 앉은자리에서 밥 두 그릇을 뚝딱 비우는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인 그는 좋아하는 군것질이나 술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먹고 싶은 것은 먹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 대신 과식을 하거나 술을 마신 뒤에는 운동량을 배로 늘려 뛰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체중이 더 줄었다. 아무리 전날밤 라면을 먹고 자도 운동하고 나면 금세 부기가 빠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에 재미가 붙어 뛰지 않으면 왠지 허전했다.
“제가 꼭 야밤에 운동을 해서 가족들이 좀 고생했어요. ‘그만 좀 뛰어라. 잠 좀 자자’고 하소연할 정도로요. 지금은 49kg인데 본래 몸무게로 돌아가려면 2kg은 더 빼야 해요. 하지만 주위에서 반대하더라고요. 저 역시 비쩍 말라 보이는 건 원치 않고요.”
이선정은 얼마전 쌍둥이 남동생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데 자극을 받아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미국 영주권자임에도 영어를 잘 못해 내심 부끄러워하던 그를 영어학원으로 이끈 사람은, 경기도 퇴촌에서 ‘원조 항아리 동치미 국수’라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어머니.
“엄마가 나도 영어를 배울 테니까 같이 다니자고 하시더라고요. 오늘도 엄마와 같이 수업하고 왔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사실 전 미국 영주권자지만 영어를 배울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미국으로 이민간 지 한달 만에 영주권을 받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와 연예활동을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영주권자면 당연히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아요. 예전에 ‘21세기 위원회’에 연예인들의 영어 실력을 테스트하는 ‘영어교실’ 코너가 있었는데 제가 거의 꼴찌를 차지해 ‘영주권자가 영어도 못한다’고 놀림을 받았어요. 그때 저와 같은 영주권자인 ‘구피’의 신동욱씨한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저와 함께 꼴지 대열에서 1, 2위를 다퉜거든요(웃음).”
경기도 광주에서 언니, 형부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방송이 없으면 좀처럼 나다니지 않는 ‘집순이’. 하지만 절친한 지인들에게 호출이 왔을 때는 열 일을 제쳐두고 달려나간다. 그의 주변에 오래된 지인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탤런트 권민중, 이지윤, 이의정, 이제니 등은 그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지인들로 모두 6,7년 전부터 친분을 맺은 사람들. 그들은 이선정을 두고 하나같이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을 마음으로 사귀는 의리의 여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간관계에서 의리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잖아요. 그래서 전 오래된 사람이 좋아요. 새로 사람을 만나면 좀 불편해요. 오래된 사이에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을 읽을 수 있잖아요.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챙길 시간도 부족하고요.”
지난 3월 그와 결혼설이 불거졌던 개그맨 황승환(32)도 실은 3, 4년 전부터 알고 지낸 오빠 동생 사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권민중, 이지윤 등과 함께 사석에서 어울리다 7개월 전부터 남다른 감정이 싹터 자연스럽게 교제를 시작했지만 소문처럼 결혼을 약속한 사이는 아니라고.
“그런데 사귄 지 일주일 만에 열애설이 터지고, 결혼한다는 기사까지 보도돼 어이가 없었어요. 오빠는 그 상황에서도 ‘그럼 결혼할까?’ 하며 여유를 보이더군요. 아무튼 그 때문에 처음에는 관계가 잠시 서먹서먹해졌지만 나중에는 더욱 가까워졌어요. 저희는 지금 좋은 감정으로 교제하고 있어요. 요즘 제가 방송국에 잘 안들어가니까 결혼한다고 소문이 났나봐요. 하지만 당분간은 일에 좀더 매진하고 싶어요.”
두 사람 모두 애주가라 데이트는 주로 포장마차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이선정이 가장 좋아하는 포장마차 음식은 개불. 애인 황승환 앞에서도 그는 개불 세 접시를 뚝딱 해치운다. 황승환이 그에게 끌린 것도 그런 담백하고 스스럼없는 모습이라고 지인들은 전했다. 그럼 그는 황승환의 어떤 매력에 매료된 것일까.
“일단 나이차가 있으니까 든든하고 편해요. 저는 또래나 연하보다 연상이 좋아요. 연하를 사귀어본 적도 없고, 연하한테는 끌리지 않더라고요. 오빠는 터프하면서도 제 주위 사람들까지 잘 챙기는 자상한 남자예요. 오죽하면 민중 언니, 지윤 언니가 오빠한테 ‘만인의 연인이다’ ‘내가 애인’이라며 장난을 치겠어요. 전 오빠의 그런 마음 씀씀이가 좋아요. 우리 엄마도 친아들처럼 생각하시고요.”
이선정은 시간이 갈수록 구수해지는 진득한 사랑을 원한다. 일단 사귀면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하건 그 사람에게만 충실한 타입인 것.
“제 생각에도 어떨 땐 조선시대 여자 같아요. 하지만 중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잖아요. 두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고 서로 믿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소한 일로 틀어진다면 두 사람의 신뢰감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솔직히 남녀가 만나서 항상 좋을 수만은 없어요. 다투기도 하고, 고비도 생기지만 그럴 땐 한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려고 하면 아무도 결혼 못하죠.”
늘씬한 키에 볼륨 있는 몸매로 글래머 스타로 불리는 이선정. 최근 그는 STC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기면서 ‘누드집을 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STC엔터테인먼트는 얼마전 올누드 화보를 촬영한 권민중의 소속사이자 가수 출신 스타일리스트 이혜영의 누드 화보 제작을 맡고 있는 회사. 이 때문에 연예가에서는 이선정이 두 사람에 이어 세번째 누드 화보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선정은 “누드 화보를 찍을 계획이 없다”며 발끈했다.
“사실 그런 제의는 그동안 많이 받았고, 개중에는 여태까지 찍은 사람들보다 돈을 배로 주겠다며 접근한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데 관심이 없어요. 소속사를 옮긴 이유는 저의 연예활동을 열심히 도와줄 수 있는 회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이선정을 지금의 소속사에 소개해준 사람은 권민중. 그에게 권민중은 친자매같은 절친한 선배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6년 전 KBS ‘슈퍼선데이’ ‘여자 드림팀’을 통해서다. 당시 ‘여자 드림팀’에는 두 사람 외에 안문숙이 고정 출연했고, 나머지 두 사람은 매번 교체됐다고 한다.
“그때 언니와 몇 개월 동안 같이 출연하면서 친해졌어요. 촬영이 끝나면 사우나도 같이 하고, 집도 가깝다 보니 붙어다니게 되더라고요. 언니는 나이에 비해 무척 어른스러워요. 제가 옳지 못한 길을 가려고 하거나 잘못할 때는 냉정하게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죠. 그러나 내가 힘들 때는 옆에서 지켜주는 그런 사람이에요.”
이제는 여러모로 안정된 상태라 남은 과제는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 없다는 이선정. 데뷔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열심히 임하는 연기자,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그의 바람은 소박했다. 바로 ‘열심히 노력하는 연기자’ ‘연기 잘하는 연기자’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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