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 방치됐던 실미도는 영화 개봉 이후 새로운 관광명소로 등장할 듯싶다. 이날 행사에는 출연진, 스태프 전원이 참가해 실미도 희생자 추모제를 가지기도 했다.
지난해 제작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재앙’이라 표현할 만큼 참담한 흥행 실패를 맛보았다. 또다시 블록버스터가 제작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낳았지만, 상승 일변도의 한국 영화계엔 주저함이 없다. 1백억원대에 육박하는 제작비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실미도’ 두 영화가 한창 촬영중인 것.
지난 3월1일 크랭크인한 영화 ‘실미도’는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에 기반해 만드는 영화. 68년 1월,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남한에 잠입했다. 청와대로 향하던 31명 가운데 생포된 김신조는 “박정희 목따러 왔수다”고 말해 전국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도 대북 보복을 결심, 평양 주석궁을 폭파하고 김일성을 죽일 목적으로 특수부대를 창설한다. 실미도 684부대가 바로 그것. 사형수, 무기수, 사회부적응자 등으로 구성된 실미도 부대원들은 사면과 보상을 약속받고 비인간적인 지옥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70년대 초 7·4 공동성명 등을 통해 불어닥친 급작스런 남북 화해 무드에 돌연 해체(대원들의 전원 사형)를 명령받게 된다. 이를 사전에 알아챈 실미도 부대원들은 섬에서 탈출, 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돌진한다.
사건 자체의 역동성 때문에 실미도사건은 금기의 굴레에서 풀린 지난 10여년간 여러 차례 영화화가 시도됐다. 충무로에서 나온 시나리오만 그간 10여개가 넘는 실정. 그러나 막대한 제작비와 스토리텔링의 어려움 때문에 아무도 선뜻 제작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 보증된 흥행 메이커 강우석 감독이 깃발을 들면서 드디어 제작에 나서게 된 것.
“90억원 안쪽에 찍을 수 있다면 다행일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엄청난 자본이 투입될 수밖에 없어요. 여기 세트말고도 시가전 세트를 전주에 또 지어야 해요. 그런 비용만 30억원 이상이 들 거예요. 게다가 해상신은 조명을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2∼3분짜리 컷 하나 찍는 데 7억원 이상이 들어갈 겁니다. 한마디로 돈덩어리지요. 제가 이거 신경 쓰느라고 영화 시작하고 처음으로 원형 탈모증이 다 생겼어요.”
4월말 영화 ‘실미도’ 제작발표회와 684부대 추모식이 인천 실미도에서 치러졌다. 잠진항에서 배를 타고 10분여, 실미도사건 이후 무인도로 방치됐던 실미도에 일곱 채의 건물과 3개의 망루, 사격장, 유격장 등 8천평 규모의 세트가 완성돼 있었다. 곳곳에 적힌 살벌한 구호들이 이색적이었다. ‘때려잡자 김일성, 물리치자 공산당’ ‘극도로 잔인해지고 악랄해지는 것이 국가에 충성하는 길’ ‘멋있게 싸우고 값있게 죽자’.
이날 강우석 감독을 비롯, 안성기 설경구 허준호 정재영 강성진 임원희 등 주·조연배우와 엑스트라 모두가 이 행사에 참여했는데, 안성기 허준호 등 훈련을 시키는 교관 역을 맡은 배우들은 비교적 느긋한 표정이었으나 실제 지옥훈련을 받아야 하는 설경구, 임원희 등의 표정은 어둡기 짝이 없었다. 설경구는 “아직 이렇게 바람이 찬데 내일은 바다에 들어가야 돼요. ‘공공의 적’ 찍고 강우석 감독님하고 다음 작품을 하기로 약속은 했지만 설마 그게 ‘실미도’가 될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어요” 하며 암담한 심경을 하소연했다. 절벽 외줄타기 등의 훈련과정은 특수효과 없이 실연할 계획인데, “훈련장 세트를 본 배우들의 불평이 끝이 없다”며 강감독은 헛헛하게 웃었다.
영화 ‘실미도’는 9월말 촬영을 마친 뒤 후반 작업을 거쳐 내년 설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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