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 다닐 때, 원하는 시간에 아이를 맡아줄 믿음직한 사람을 구하는 게 참 어려웠어요. 오죽하면 ‘아이를 때리지만 않아도 괜찮으니 누구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절박했죠.”
지난 2월 13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만난 김희정 커넥팅더닷츠 대표는 창업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리바이스, 존슨앤드존슨, 매일유업 등에서 마케터로 20여 년간 근무한 그는 늘 엄마와 직장인 자아 사이에서 고민했다. 프로답지 못하다는 말을 들을까 봐 아이가 아파도 회사에선 내색하지 못했다. 일하는 엄마로서의 고충은 김 대표만의 것이 아니었다. 직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부모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당연시된다.
어느 것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둘 모두를 잘 헤쳐나갈 방법을 고민한 끝에 그는 2016년 ‘째깍악어’를 선보였다. 째깍악어는 부모와 돌봄 선생님을 연결해주는 매칭 서비스다. 인적성검사, 면접, 돌봄 역량 및 놀이 콘텐츠 교육 등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 선발된 선생님들이 부모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돌봐준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당일에 긴급 신청도 가능하다.
‘찐’ 엄마의 입장에서 간절히 필요했던 서비스를 기획하자 시장이 응답했다. 커넥팅더닷츠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누적 앱 다운로드 약 80만 건, 누적 회원 45만 명, 누적 돌봄 시간 155만 시간을 기록했다. 2022년 16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 유치금도 310억 원에 달한다. 매출 규모 역시 최근 3년간 연평균 56% 증가하고 있으며, 올 2분기부터는 흑자 전환도 예상된다. 온라인에서 아이 돌봄 매칭 플랫폼으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동시에 오프라인 돌봄 공간 ‘째깍섬’을 전국 7개소에 운영하며 비즈니스를 확장 중이다. 나아가 GS에너지, SK이노베이션, 펄어비스 등에 임직원 자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규모도 키워간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박물관, 키즈 카페 등을 위탁 운영하며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한다. “결국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며 “부모의 희생으로 육아를 하는 것이 아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육아를 꿈꾼다”고 말하는 김 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엄마보다 인기 있는 째깍 선생님

째깍악어는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 선생님을 선발하고, 선발 후에도 돌봄 내용을 기록한 ‘돌봄 노트’를 공유해 부모가 확인할 수 있게 돕는다.
육아는 엄마나 아빠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데, 핵가족화로 인해 주변에 친인척이나 믿을 만한 돌봄 환경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정부와 교육부에서도 돌봄교실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기자가 너무 많아 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저는 육아 돌봄에는 ‘1차 방어선, 2차 방어선, 3차 방어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쉽게 말해, 한 가정이 한 가지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를 갖고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죠. 육아와 돌봄 교육은 어떤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영역입니다. 또 어느 한 주체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요.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키우더라도 아프거나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부모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해야 해요.
맞벌이 부부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겠네요.
육아를 전담하는 엄마들에게는 사실상 퇴근이 없어요. 주말에도 아이를 계속 돌봐야 하는데 엄마도 사람인지라 잠시라도 돌봄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렇게 숨 돌릴 시간이 생기면 많은 엄마가 ‘나도 일주일에 하루라도 다시 일을 해볼까?’ ‘학원을 다녀볼까?’ ‘운동을 시작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작은 시도가 엄마들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끈다고 믿어요.
아이를 돌봄 서비스에 맡기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도 많아요.
그 죄책감의 근원은 아이는 ‘나’와 함께하는 게 더 좋을 텐데, 아이를 위해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했다는 데서 옵니다. 그런데 아이가 부모와 함께하는 것보다 돌봄 서비스에서 더 만족감을 크게 느끼면 부모는 더 이상 죄책감이 들지 않아요. 부모가 직접 돌보지 못한 데서 오는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은 돌봄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부모와 함께하는 것보다 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요.
아이가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서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며 “엄마, 들어오지 마!”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종종 들어요. 부모님들은 처음에는 ‘내가 필요 없어진 건가?’ 하는 서운한 감정이 들지만 곧 ‘30분 동안 소파에 앉아서 쉴 수 있다니!’라고 생각하며 행복해하곤 합니다. 오프라인 키즈 클래스, 째깍섬을 테스트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한 선생님께 마음을 빼앗긴 아이가 4일 연속으로 찾아왔죠. 심지어 선생님이 예쁘다고 칭찬해준 머리띠와 옷을 그대로 입고요. 안타깝게도 마지막 테스트 날 선생님이 바뀌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아이가 앞에선 의연한 척했지만 집에 가는 길에 대성통곡했다고 해요. 아이 엄마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직접 돌보지 않아서 미안하다는 마음이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했죠.
그만큼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겠네요.
선생님들께 “엄마보다 더 인기 있어주세요”라고 말씀드려요(웃음). 선생님의 작은 노력으로 아이는 엄마와 떨어져서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그 순간 엄마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요. 째깍악어에는 보육 교사 출신이거나 육아 경험이 있는 선생님도 계시지만 아이가 없는 젊은 선생님도 많아요. 그분들께는 특히 “언젠가 선생님도 부모가 될 수 있고, 지금 돌보는 아이가 훗날 선생님의 아이를 돌볼 수도 있다”며 “그러니 지금 우리가 서로 돕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대부분 여성 선생님이기에 이 연대감을 자연스레 이해합니다. 아이를 잘 돌보면 또 다른 여성이 일을 시작하고 꿈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언젠가의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단단한 신뢰가 생기죠.
결국은 좋은 선생님을 모으는 게 관건이군요.
그래서 부모 만족도보다 선생님 만족도를 우선시합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이 돌보미 사업에서도 돌봄 선생님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매년 보고되고 있어요. 이를 예방하기 위해 플랫폼 구조 자체를 선생님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했습니다. 선생님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맞지 않는 가정의 돌봄 요청은 거절할 수 있게 했어요. 선생님들이 째깍악어와 일하면서 의미를 찾고 만족해야 또 좋은 분들이 플랫폼에 찾아올 수 있어요. 그래야 자연스레 더 나은 돌봄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고 부모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죠. 결국 돌봄 서비스 플랫폼은 아이를 맡기는 부모님과 아이를 돌보는 선생님, 양쪽 모두가 만족해야 제대로 운영될 수 있어요.
조심스럽지만 최근 대전 교사 살해 사건으로 돌봄 서비스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졌습니다.
참담한 사건입니다. 돌봄 서비스는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절대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오만입니다. 인공지능(AI), 면접, 교육 등으로 아무리 엄격하게 검증해도 사고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어요. 단,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났을 때의 대응법입니다. 식품 회사에서 분유 관련 업무를 할 때도 멜라민 사태, 대장균 검출 등 이슈는 발생했어요. 그때 배운 고객 대응의 핵심 원칙은 ‘우리 제품의 문제를 뉴스가 아니라 우리의 입을 통해 고객이 듣게 하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요.
‘고급’ 돌봄은 어폐, 모두에게 공평해야

오프라인 돌봄 서비스 센터 ‘째깍섬’에서도 ‘째깍악어’와 마찬가지로 검증된 전문 교사가 보육, 놀이,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들어 아이들이 줄어드는 수가 체감상 매년 8~10% 수준이에요. 10여 년 전 출생아 수가 45만 명 밑으로 떨어졌을 때도 ‘큰일났다’고 했는데 이제 20만 명도 깨졌어요. 사실 분유 사업에 종사할 때부터 이미 저출생 위기를 느꼈기 때문에 이제는 안달복달하기보다는 조직의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어요.
부부가 아이를 적게 낳는 대신 경제적 지원은 아끼지 않는다고 해요. 고급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었나요.
유아동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돌봄의 고급화’라는 말에는 회의적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우면 더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건 옳지 않아요. 돌봄 서비스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차별되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분유 관련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분유 사업의 근본적인 목적은 엄마 젖을 못 먹는 아이들에게 가장 엄마 젖과 가까운 제품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프리미엄과 일반 분유가 따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상업적 마케팅일 뿐,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요. 돌봄 서비스도 마찬가지고요.
기업 입장에서 수익을 내려면 고급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이를 대신해서 찾은 해답이 B2B입니다. 임직원 대상 복지뿐만 아니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기업들이 돌봄 서비스를 활용하게끔 해요. 단순한 기부를 넘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여를 한다고 느낄 수 있게요. 대표적으로 현대해상은 6년째 장애 아동들에게 돌봄 시간을 제공하는 데 드는 예산을 전액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미건설은 3년째 전라도 지역의 다문화가정을 돕고 있어요. 특히 아이 돌봄뿐 아니라 엄마들에 대한 지원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엄마들에 대한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은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부터 직장인 엄마들이 겪는 ‘엄마 커뮤니티’에서의 소외감을 더 크게 느낍니다. 또 학교에서 보내오는 알림장을 읽기 어려워하거나 아이 또래 문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 있어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요즘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조차 알기 어렵죠. 이런 정보가 부족하면 아이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결국 부모와 자녀 모두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엄마에게 ‘이중 언어 강사’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합니다. 엄마가 교육받는 동안 아이들에게는 돌봄 서비스를 펼쳐 가족 전체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실 이 2가지 모두 아이 돌봄의 연장선 개념은 아니에요. 특히 시니어는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삶의 경험과 철학이 매우 다양하며, 학력과 소득 격차도 훨씬 큽니다. 아이들만 해도 3~4세 반과 5~6세 반이 어울리지 못하는데 시니어는 최소 50대부터 90대까지죠. 즉, 기존의 아이 돌봄처럼 일률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때문에 현재 모든 시니어 돌봄 영역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며, 저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특화할 계획입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째깍악어를 운영하며 플랫폼을 통해 교사와 수요자를 잘 연결하는 방법을 익혔어요. 이를 가정뿐만 아니라 공간, 기업 등 다양한 환경에서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입니다. 고민해보니 돌봄이 필요한 대상은 ‘혼자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즉, 아이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시니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또 유아교육 전공자들은 점점 줄어드는 일자리를 체감하고 있으며, 시니어 돌봄 시장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펫 훈련사들도 서비스 스킬을 보완한다면 더욱 질 높은 펫 돌봄이 가능할 것입니다. 2025년에는 확장된 돌봄 서비스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째깍악어 #돌봄서비스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커넥팅더닷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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