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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인생’은 일곱 살 딸을 둔 열혈 워킹맘 정은이 친정 엄마에게 딸의 학원 라이딩을 맡기면서 벌어지는 모녀 3대의 대치동 라이프를 그린 작품이다. 원작은 고선미 작가의 장편소설 ‘라이딩 인생: 대치동으로 간 클레어할머니’다. ‘악의 꽃’과 ‘마더’ 등을 연출한 김철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에서 전혜진은 뷰티업계 마케터이자 딸의 교육에도 뒤처지기 싫은 워킹맘 정은을 연기한다. 커리어와 육아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정은의 고민은 실제 워킹맘이기도 한 전혜진의 고민과도 닿아 있다. 전혜진은 2009년생, 2011년생 아들 형제를 두고 있다.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대본을 보고 큰 흥미를 느꼈어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룬 이야기인 만큼 공감을 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읽었죠. 드라마에서 정은이 회사에 있는데 유치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달려나가는 장면들이 나와요. 저도 촬영장에서 그런 전화를 받은 적이 많거든요. 많은 부분이 공감돼요.”
경찰 연기만 다섯 번, 디테일 장인

한때 ‘경찰 전문’이었던 전혜진은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왼쪽)과 ‘비밀의 숲 2’ 등에서 매번 다른 해석을 보여줬다.
전혜진은 한때 아이들 라이딩 때문에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영화 ‘사도’를 찍을 때였다. 그는 예전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어릴 때라 학원으로 학교로 데려다줘야 했는데, 지방 촬영이 많아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전전긍긍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촬영장에서는 집이, 집에서는 촬영장이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현장에는 나보다 좋은 배우가 많은데 집은 내가 아니면 안 되니까 연기를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랜만의 안방극장 나들이에서 전혜진이 특히 신경 쓴 부분은 ‘극 중 일과 육아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정은을 어떻게 하면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다. 1998년 영화 ‘죽이는 이야기’로 데뷔한 전혜진은 카리스마 넘치는 주체적 여성 캐릭터 장인으로 유명하다.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비밀의 숲 2’ 등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준 그가 작품에서 경찰 역할을 맡은 것만 다섯 번이다.
다만 이런 캐릭터들은 잘하면 크게 눈에 띌 수 있지만 자칫하면 과장된 설정으로 공감을 사지 못하거나. 너무 완벽한 슈퍼우먼이라 오히려 현실과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런 위험들을 전혜진은 디테일한 연기로 피해갔다. 과거 인터뷰에서 전혜진은 “남자한테 지지 않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디테일이 조금 더 살아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그래야 타당성도 있다”며 “김희애, 이정은 배우처럼 확 드러나진 않지만 전형화되지 않은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연기관을 밝혔다.

‘라이딩 인생’은 ‘7세 고시’ 유아 사교육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알려졌다시피 전혜진은 지난 2023년 겨울 큰 아픔을 겪었다. 미처 슬픔을 다 추스르지 못한 상황에서 3개월 만에 시아버지가 노환으로 별세했다. 시아버지와 전혜진은 평소 아들 이선균보다 더 자주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살가운 사이였다고 한다. 모든 활동을 멈추고 애도의 시간을 가진 전혜진은 ENA와 지니TV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났다. ‘라이딩 인생’ 직전에 출연했던 드라마 ‘남남’도 ENA와 지니TV 작품이었다. 2023년 8월까지 방영된 ‘남남’은 철부지 엄마와 쿨한 딸의 삶과 사랑을 그리며 당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동안 완벽한 여성상을 연기해온 전혜진은 ‘남남’을 통해 낯선 엄마 캐릭터에 도전했다. ‘남남’ 속 은미는 가족드라마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모성애에서 탈피해 엄마에게도 엄마의 삶, 엄마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줬다. 당시 딸 역할로 호흡을 맞춘 최수영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첫 번째 이유가 전혜진 선배님이었다. 선배님과 테이크가 끝날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친구 같은 선배라고 치켜세웠다.
여러모로 이번 ‘라이딩 인생’은 지금의 전혜진에게 의미가 큰 작품이다. 캐스팅 제안에 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하지만 늘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해왔던 전혜진이다. 그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섰을 때도 “여배우들이 설 만한 캐릭터가 잘 없다. 시나리오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워킹맘 캐릭터로 정면 돌파를 택한 점은 놀랍다. 사실 전혜진이 어떤 작품을 선택했어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작품은 전혜진에게 가장으로서의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고 다짐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전혜진은 작품 관전 포인트에 대해 “‘라이딩 인생’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정은이는 워킹맘 이전에 모든 부모의 심정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정은이를 통해 부모에서 학부모가 되는 순간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달라지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전혜진 #라이딩인생 #여성동아
사진출처 ENA CJ ENM MOVIE tvN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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