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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원작자 이민진이 ‘한국인’에 천착하는 진짜 이유

글 문영훈 기자

2022. 04. 04

“고향은 이름이자 강력한 말이다. 마법사가 외우는, 혹은 영혼이 응답하는 가장 강력한 주문보다 더 강력한 말이다.”

소설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54)은 이 책 첫 챕터 ‘고향(Gohyang)’에서 찰스 디킨슨의 문장을 인용한다. 재일 조선인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룬 ‘파친코’는 2017년 출간된 해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됐고,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에도 올랐다. 최근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애플tv 드라마가 공개되며 다시 한 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파친코’의 주인공 ‘선자’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태어난 여성으로, 선교사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다. 이 작가도 ‘선자’처럼 낯선 이국에 둥지를 틀었다. 일곱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정착한 것. 이후 예일대 역사학과,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 작가는 이렇듯 미국 주류사회에 진입하기에 부족할 것 없는 커리어를 쌓았지만 ‘이민 1.5세대’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간 출간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한국’이라는 강력한 자장에 속해 있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한 장면. 이민진 작가가 재일 조선인을 주인공으로 쓴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한 장면. 이민진 작가가 재일 조선인을 주인공으로 쓴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

768p에 달하는 대하소설 ‘파친코’의 시작은 1989년, 이 작가가 대학생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일본에서 한국인과 함께 일한 미국인 선교사의 강연을 우연히 듣게 된다. 선교사는 열세 살 소년이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다 자살한 사건을 통해 재일 조선인이 당했던 차별과 멸시를 설명한다. 이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떨칠 수 없던 그는 2007년, 일본인 남편과 함께 일본에 거주하며 재일 조선인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이 작가가 발표한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2007) 역시 한국인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케이시 한’은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뒤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방황하는 인물. 자기 능력만으로는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힘든 미국 사회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소설의 내용은 미국 명문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일했던 그의 성장스토리와 묘하게 겹쳐진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 “(우리는) 인종적인 특성을 유지하는 한 사회 주류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그런 물리적인 차이로 인해 미국에서 당연한 듯이 벌어지는 온갖 종류의 문제를 이 책을 통해 기록한다”고 썼다.



이 작가는 미국 내에서 ‘물리적인 차이’로 발생하는 차별과 혐오에 목소리를 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 내 아시안 혐오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3월 18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오며 겪은 차별과 모욕의 사례를 서술하며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바꿀 수 없는 특성 때문에 경멸당하고, 거부당한다”라고 토로했다.

이 작가는 현재 한국인의 교육열을 다룬 소설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을 앞서 발표한 두 소설과 합쳐 ‘한국인 3부작(Korean Trilogy)’으로 부른다. 그가 이처럼 한국인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가는 201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제게 한국인은 어머니, 아버지, 딸, 그리고 아들입니다. 한국인은 ‘우리’와 같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고려와 성찰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파친코 #이민진 #여성동아

사진출처 이민진 작가 홈페이지
사진제공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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