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부회장이 이끄는 뉴 삼성의 모습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실용주의 경영’이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부터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지목한 사업에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다른 비핵심 사업들은 미련없이 정리하는 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방산 및 화학 계열사 매각. 2014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더니 지난해엔 삼성SDI의 화학 사업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에 매각했다.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는 정리하고 주력 분야인 전자, 바이오, 금융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 벗어나 실용주의 경영 체제로 변화
삼성 측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호전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삼성의 실질적인 파워는 이 부회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 작년 9월 단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물산이 삼성의 실질적인 지주사로 새롭게 출범하게 되면서 최대 주주인 이 부회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자연스레 조직 개편도 단행하는 수순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연구 개발, 디자인 인력 5천여 명의 근무지를 서울 서초구 우면동으로 옮기고, 지난 3월엔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했던 삼성전자 본사 사옥을 경기 수원시 영통구 ‘디지털시티’로 이전했다. 인력 재배치를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업 문화를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바꾸기 위해 ‘스타트 업 삼성 컬처 혁신’을 모토로 삼아 직급 체계를 줄여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고, 호봉이 아닌 능력만으로도 얼마든지 승진이 가능하도록 조직 문화를 바꿀 방침이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벗어나 벤처 기업처럼 개인의 창의를 존중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실질적으로 기업의 오너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 그의 공식 직함은 부회장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2년이 넘어감에 따라, 다시금 이 부회장의 승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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