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석 원장의 어머니 정미영 씨는 수학 교사로 일하다 결혼 후 교단을 떠났다. ‘엄마는 항상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자녀 교육에 집중한 것. 대부분의 부모처럼 아이가 좋은 학벌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에 열을 올렸고, 두 아들은 모두 서울대에 합격했다. 정 씨는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공부법도 달리했다고 한다.
“준석이는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남달랐어요. 강하게 푸시하면 더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죠. 반면 준용이(둘째 아들)는 느긋한 성향이라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줬습니다.”
욕심이 없는 준용 씨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거라 판단한 것이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서 원장은 “난 욕심이 타고났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인터뷰 중 약간의 의견 충돌(?)이 벌어지긴 했지만 서로를 신뢰하는 모습에서 ‘원 팀’의 면모가 느껴졌다.
서준석 원장의 공부 흔적들. 빽빽한 글자와 밑줄 등으로 가득하다.
서준석(이하 서) 선천적이라기보단 후천적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집안의 장손이라 할머니, 할아버지가 제 뜻을 다 받아주셨거든요. 그러다 보니 욕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어머니가 100점, 1등을 강조하셨어요. 그런 환경들이 내재돼 있는 욕심을 끌어올린 것 같아요. 좋은 성적을 받아서 꼭 1등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 거죠.
어머님이 어릴 적 형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고 하는데, 불만은 없었나요.
서 동생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저는 엄격한 교육 방법에 따라 열심히 공부했는데, 동생은 별 노력도 없이 제가 닦아놓은 길을 그대로 간다고 생각했거든요. 한마디로 무임승차죠(웃음). 이런 생각 때문에 학창 시절 동생에게 조금 지나치게 대했던 면도 있어요. 하지만 그때는 그게 옳다고 믿으며 스스로 나쁜 형이 됐죠. 어머니는 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공부만 잘하면 다가 아니다.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야단도 많이 치셨어요. 그런데 어린 마음에 어머니의 그런 모습도 이해가 안 됐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1등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했던 분이 바로 어머니였으니까요. 당시에는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어머니도 30대 중반의 초보 부모였잖아요.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은 없어요.
부모님의 훈육 방식이 궁금합니다.
서 그때(1980~90년대)는 학교나 가정에서 체벌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잘못했을 때 부모님께 체벌을 받기도 했죠. 당시에는 무섭고 싫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체벌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따끔하게 혼내지 않으면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없는 면도 분명 있는 것 같고요. 물론 모든 체벌을 정당화해서는 안 되지만, 올바른 훈육은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올바른 성장과 교육을 위한 철학이 있다면요.
정미영(이하 정) ‘엄마는 항상 아이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어요. 내 일보다 아이가 허전함과 쓸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늘 함께하는 엄마로부터 안정감과 심리적 풍요로움을 느껴요. 그런 점들이 아이의 정서 발달이나 두뇌 개발, 학습 능력 향상 등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그 존재만으로 아이에게 좋은 영향 끼쳐
무엇이든 엄마와 함께하는 게 좋았나요. 사춘기 때는 좀 달랐을 것 같기도 한데요.서 대다수의 사춘기 아이가 그렇듯이 저도 그때는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싫었던 것 같아요(하하). 엄마는 뭐라도 챙겨주고 싶어 하셨지만, 제 방문을 여는 것조차 싫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엄마가 늘 제 곁에 있었던 게 정서적으로는 분명히 좋았던 것 같아요.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말처럼, 의사가 된 지금 환자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건 다 어머니의 사랑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어머니의 양육 방식에 동의해요. 물론 맞벌이 가정에는 조부모나 베이비시터 등 부모 외에도 훌륭한 양육자가 계시지만,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안정감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엔 교육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툴이 많지 않았을 텐데, 교육적으로 어떻게 뒷바라지해주셨나요.
정 그때라고 해서 지금과 크게 다르진 않아요. 좋은 학원과 과외 선생님을 알아보고, 과외를 같이 받을 수 있는 친구들을 모아서 팀을 짜줬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직접 알아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당시에는 학원 입시설명회에서 정보를 얻는 게 전부여서, 경험이 많은 엄마들과 대화하던 중 나오는 정보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흘려듣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그중에서 내 아이들에게 적합한 것들만 취사선택했죠. 사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일일이 발품 팔며 알아보고 다녔거든요. 하지만 아이들 성적 향상은 엄마의 서포트에서 출발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것 같아요. 점차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방향성이 잡혔고요.
준석 씨는 어떤 교육을 받았나요.
정 주입식 교육이 아닌, 교구를 사용해 놀이처럼 배우는 몬테소리 유치원에 보냈어요. 공부를 놀이처럼 즐겁고 자연스럽게 접하길 바랐거든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자신이 원하는 교구를 스스로 정리해놓고 오는 교육이었어요. 아이 스스로 책임감을 기를 수 있는 과정이거든요. 나중에 동생도 같이 보냈죠. 또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학습지로 매일 수학 공부를 시켰어요. 숫자와 친해지고, 기본적인 사칙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훈련을 시킨 거죠. 또 매일 하루 3장씩 숙제를 내주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습관을 기르게 했습니다. 다행히 준석이가 성실하게 따라줬어요.
당시 어머님의 교육 방향이 추후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서 몬테소리 유치원은 꽤 재미있고 다양한 활동을 한 곳으로 기억해요. 사실 초등학교 1~2학년까지는 단순한 연산 능력을 기르고 수와 친해져야 하는데, 몬테소리 유치원에서 교구를 가지고 놀며 익혔던 것들이 나중에 꽤 도움이 됐거든요. 또 학습지 교육은 나이와 실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부량이나 난이도를 정해주는 좋은 공부법이라고 봐요. 수학에 대한 기초나 흥미가 없는 사람도 자신의 레벨에 맞는 문제부터 매일 풀어나가면 어느 정도의 수학 실력을 쌓을 수 있죠. 수학을 포기하거나 기초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어렵고 방대한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학습지를 적은 양이라도 확실하게 익혀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수학은 특히 선행학습이 필요한 과목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수학은 심화학습이 곧 선행학습인 과목이에요. 중1의 고난도 문제가 고1의 쉬운 문제보다 훨씬 풀기 어려워요. 고1의 쉬운 문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선행학습한 학생보다 중1의 어려운 문제를 완벽히 이해하고 푼 학생이 고3 때 수능 수학이든 내신이든 더 높은 성적을 낸다고 확신해요. 선행학습할 시간에 차라리 현재 학년의 심화 문제를 풀고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거죠.
학원이나 과외 등 따로 받은 사교육이 있다면요.
정 준석이가 다닌 초등학교에서 어머니 합창단 활동을 하며 엄마들과 잘 어울렸는데, 그중 준석이와 같은 반 아이의 엄마를 통해 유명한 대치동 학원을 등록할 수 있었어요. 당시 전국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꼭 보내고 싶은 곳이었거든요. 또 초등학교 3학년 때는 글짓기 과외를 시켰어요. 그 전까지는 분량을 정해놓고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게 지도했죠. 모든 과목의 기본은 한글로 된 문제를 읽고 뜻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잖아요. 당시 여럿이 책을 읽고 난 뒤 감상을 공유할 수 있게 그룹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선생님이 독서 목록을 짜줬는데, 그 종류가 매주 달랐어요. 목록에 따라 성실하게 책을 읽혔더니 어느 순간 준석이가 진짜 책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글짓기 과외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진행했고 그 후에는 일주일에 책 한 권, 방학 때는 두 권을 읽을 수 있게 지도했습니다.
당시 어떤 책을 읽었나요. 스스로 독서 습관을 어떻게 들였는지도 궁금해요.
서 어느 날 어머니가 엄청난 전기문집을 사 오셨어요. ‘저걸 왜 사 오셨나, 사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라고 생각했죠(웃음). 처음엔 어머니가 시켜서 한 권씩 읽었는데, 나중엔 그들의 인생이나 마인드가 궁금하고 멋지다는 생각에 스스로 책을 찾게 됐죠. 또 글짓기 과외에서는 고등학생도 읽기 힘든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라든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이광수의 ‘무정’ 등을 읽었어요. 책 내용은 정말 어려웠지만 토론하는 시간이 재미있었습니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각자 해석하는 방법과 느낀 점이 다른 것도 신기했고요. 이런 과정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느낀 것 같아요.
혼자보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게 더 즐거웠나 봐요.
서 맞아요. 대치동 학원도 즐겁게 다녔어요. 혼자 공부하다 막힐 때는 저만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멘털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학원에 가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니까 안도감이 들면서 더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공부하면서 큰 벽을 마주했을 때 친구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뛰어넘는 경험도 여러 번 했고요. 지금은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많지만, 적어도 한 번은 학원을 가서 친구들과 공부 방법이나 멘털 관리법을 교류해보길 권합니다. 성적을 올리고, 입시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거든요.
가장 치열하게 공부했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서 중학생 때요.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거의 공부만 했던 것 같아요. 하루 종일 공부 생각뿐이었습니다. 내신과 경시대회를 동시에 챙겨야 했기 때문에 2배의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중간고사, 기말고사 최소 한 달 전부터는 내신에 전력하고, 나머지 시간이나 방학 때는 학원을 돌며 경시대회 수학과 과학, 영어 등을 공부했던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어요. ‘방학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당시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했고, 학원에서 나보다 뛰어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의지도 하고 경쟁도 하면서 잘 이겨냈던 것 같아요.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꽤 즐겁게 공부했어요.
언제부터 아이 스스로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준석이가 ‘전과’(학습 참고서) 2종을 사달라고 하더니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스스로 숙제를 하더라고요. ‘전과’에 나온 작곡가 얼굴까지 따라 그려가며 정말 열심히 했어요. 아이가 주도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부모가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부모는 많은 책을 사주고, 좋은 선생님과 학원을 소개해주는 등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되는 것 같아요. 그 후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지는 전적으로 아이에게 맡겨야 하죠.
어머님이 무작정 공부를 푸시하진 않았네요. 밀당을 잘하신 것 같아요.
서 밀당의 시작은 ‘재능수학’(학습지)이었어요(웃음). 매일 풀어야 할 양이 조금씩 늘어나고 문제의 난도가 높아졌지만, 결국은 해낼 수 있는 정도였거든요. 중고등학교 시절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공부 일상 때문에 멘붕이 온 적이 있었어요. 그땐 하루 종일 TV를 보거나 만화방서 만화책을 보고 게임을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엄마가 혼내거나 그만 놀고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굳이 푸시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다시 공부 모드로 돌아갈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진짜 밀당의 고수였던 것 같아요. 저는 엄마의 큰 그림 속에서 계획대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립초 때부터 엄마의 머릿속에는 과학고-서울대라는 큰 그림이 아주 현실적으로 세워져 있었던 것 같아요.
집중력 있는 반복학습이 성적 향상의 비결
자기주도학습은 어떻게 했나요.서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무리 좋은 수업을 들어도 두세 번 이상 반복하지 않으면 제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학원 강의를 1시간 들으면 2~3시간 복습을 했습니다. 수없이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어려운 부분을 골똘히 생각하면서 마치 수도승의 자세로 하루하루 정진했던 것 같아요. 또 수많은 문제집을 풀기보다 한 권의 교재를 집중해서 봤어요. 여러 종류의 문제를 푸는 것보다 하나의 문제라도 정확히 기억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거든요.
준석 씨를 서울과학교 2학년 때 자퇴시켰는데. 이유가 뭔가요.
정 당시 교육부가 특목고 비교내신제를 폐지했어요. 이로 인해 준석이 반 대부분 학생이 같은 날 자퇴했죠. 사실 준석이를 자퇴시킬 마음은 없었어요. 준석이는 내신 성적이 좋아서 자퇴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준석이가 자퇴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학교에서 맘 편히 이야기를 나누고 스트레스를 풀 친구가 없어서 힘들다고요. 그 상태로는 홀로 외롭게 공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판단에 준석이를 자퇴시키기로 했죠. 자퇴 후 대성학원에서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전자공학부에 입학했습니다.
서울대 전자공학부 졸업 후 다시 같은 학교 의대에 입학했어요. 원래 꿈이 의사였나요.
서 그렇진 않아요. 단, 전자공학부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생각은 했었죠. 열심히 공부해서 박사를 따도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전부인데, 그 안에서 임원까지 오르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는 걸 알았죠. 현실을 파악한 거죠.
다시 입시 공부를 하는 게 두렵진 않았나요.
서 성적보다는 남들보다 4년이나 뒤처졌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죠. 전기공학부 4년 내내 수학, 영어, 과학 과외를 하면서 오히려 제 수능 실력은 향상됐어요. 국어만 잘 보면 되겠다는 생각에 집중적으로 공부했죠.
준석 씨가 6년간 의대를 다닌 뒤 또 치대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정 너무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죠(웃음). 의사 면허를 따고 졸업할 때쯤 바로 인턴을 하지 않고 곧장 공중보건의로 갔어요. 의대 다닐 때는 학교 공부에만 매달려 살았는데, 공중보건의사 생활을 할 때는 너무 여유롭고 편해 보였어요. 그런데 그때 다시 치대 공부를 하고 있었다니. 저는 나중에 준석이가 치대 합격한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어요.
반대하진 않았나요.
정 나이가 너무 많고 늦지 않았냐며 나무라기도 했죠. 그러자 치대는 등록금이나 생활비 지원을 안 해줘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이 의사 면허로 밤에 일하고 낮에 학교 다니면서 알아서 하겠다고요. 그래서 “네 마음대로 해라!” 하고 한 푼도 지원해주지 않았습니다(웃음). 저는 사실 준석이가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공부에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학점에 대해 묻지도 않았죠. 이미 성인이 됐기 때문에 존중해주고 지켜보기만 했어요.
의대에서 치대로 다시 진로를 바꾼 계기가 있나요.
서 제가 의대에 간 건 의학에 대한 동경이나 열정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작은 의원이라도 운영하는 개업 원장이 되는 게 제 성향과 성격에 잘 맞고,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또 5년 이상의 수련을 거쳐 전문의가 되는 것보다, 4년간의 짧은 치대 생활을 거쳐 치과의사가 되는 게 여러모로 가성비가 좋다고 판단했어요. 치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은 이미 의대 다닐 때 그리고 전기공학부 때 수없이 했던 생물, 생화학, 물리 등의 분야여서 공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전기공학부 4년, 의대 6년, 치대 4년 총 14년간 대학 생활을 했는데, 앞에 10년은 시간 낭비라고 느껴지진 않았나요.
서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마치고 직장을 잡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효율적인 삶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14년의 대학 생활을 통해 저의 20대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어요. 인간관계나 여행, 취미 생활 등을 남들보다 더 많이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자녀 두 분을 다 훌륭하게 키우셨는데, 그럼에도 혹시 아쉬운 부분이 있나요.
정 칭찬에 인색했다는 게 후회돼요. 선천적으로 부끄럼이 많아 표현을 잘 못 하거든요. 상대가 자식이어도 누군가에게 칭찬하는 일 자체가 쑥스러웠어요. 좀 더 따뜻하게 말하고, 잘한 것에 대해서는 칭찬을 많이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너무 후회돼요. (아들을 힐끗 보며) 그래서 지금은 가급적 칭찬만 해주려고 하는데, 본인도 느끼는지 모르겠네요.
서 저도 표현은 잘 안 하지만 느끼고 있습니다. 가끔 손발이 오그라들 때도 있어요(웃음).
어머님의 교육 방법 중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서 어머니는 항상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어요. 포기를 모르는 긍정적인 자세를 저와 동생에게 강조하신 거죠. 제가 지치고 힘들 때마다 “할 수 있다”며 격려해주셨고, “무엇이든 꾸준히, 열심히 하면 승리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그 믿음과 응원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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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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