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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루이비통 문 닫고 구찌 문 연 모델 최소라

김명희 기자

2023. 06. 23

거의 모든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에 서며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는 한국인 모델이 있다. 한국에서 열린 루이비통 프리폴 컬렉션의 클로징을 맡은 데 이어 구찌 크루즈 쇼의 오프닝을 담당한 최소라가 주인공이다. 

루이비통 2023 프리폴 컬렉션 피날레 무대(왼쪽). 구찌 2024 크루즈 쇼 오프닝.

루이비통 2023 프리폴 컬렉션 피날레 무대(왼쪽). 구찌 2024 크루즈 쇼 오프닝.

지난 5월 16일 경복궁에서 열린 구찌의 2024 크루즈 컬렉션 주제는 한국의 헤리티지와 스트리트 패션을 탐구, 다문화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코드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이날 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런웨이를 이끈 오프닝 모델의 소름 돋는 워킹이었다. 모델 최소라(31)는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워킹으로 235m 행각을 가르며 오래 잠들어 있던 근정전을 깨워 트렌드의 한가운데로 소환해냈다.

이에 앞서 그녀는 4월 29일 서울 잠수교에서 열린 루이비통 2023 프리폴 여성 컬렉션에서 파란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스트리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의상을 입고 카리스마 넘치는 워킹으로 런웨이를 질주하며 쇼를 마무리 지었다.

5월 1일 열린 ‘멧 갈라’에선 보디라인을 따라 흐르는 듯한 트위드 슈트에 몸 전체를 휘감은 화려한 트위드 코트 스타일링으로 찬사를 받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코스튬 인스티튜트가 개최하는 자선 모금 행사인 멧 갈라는 매년 특정 드레스 코드를 지정하는데, 올해의 주제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칼 라거펠트였다. 트위드 소재에 흑백의 강렬한 대비, 카멜리아 장식 등 칼 라거펠트의 시그니처를 곳곳에 배치한 그녀의 착장은 올해의 테마를 관통한 스타일이라는 평가와 함께 찬사를 받았다. 해당 의상은 톰 브라운이 칼 라커펠트를 회고하며 제작한 것이다.

프라다와 샤넬 2023 S/S 컬렉션.

프라다와 샤넬 2023 S/S 컬렉션.

루이비통과 구찌로부터 동시 선택을 받고 톰 브라운 의상으로 멧 갈라 무대를 찢은 최소라는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의심의 여지 없는 톱 모델이다. 최소라는 루이비통과 구찌 쇼 외에도 알렉산더맥퀸, 펜디, 지방시, 베르사체, 페라가모, 프라다 등 거의 모든 럭셔리 브랜드 쇼에 서고 있다.

그녀는 글로벌 모델 정보 사이트 모델스닷컴의 ‘2022 모델 어워드’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다. 모델스닷컴은 업계의 수요와 모델계에서의 존재감 등을 반영해 후보를 정하는데, 여기에 지지 하디드, 벨라 하디드, 켄달 제너, 헤일리 비버 등 세계적인 모델 18명이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계 모델은 최소라와 중국 출신의 리나 장, 단 2명이다.



‘최초’ 타이틀 달고 10년째 글로벌 톱 모델로 활동

브라운의 화려한 트위드 소재 의상을 입고 멧갈라에 참석한 최소라.

브라운의 화려한 트위드 소재 의상을 입고 멧갈라에 참석한 최소라.

최소라는 톱스타들의 성장 신화에 흔히 등장하는, “친구 따라 오디션에 갔다가 캐스팅 제안을 받고” 모델로 데뷔한 케이스다. 2010년 진태옥 쇼에 오르며 모델계에 발을 내디딘 그녀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온스타일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이하 ‘도수코’)를 통해서다. 그녀는 ‘도수코’ 전체 시즌을 통틀어 가장 치열하고도 재밌었던 시리즈로 평가받는 시즌3(2012)에 출연, 중반 이후의 극심한 슬럼프를 극복하고 파이널 미션에서 수준급 워킹과 화보를 선보이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179cm 큰 키에 긴 팔다리, 동양적인 외모를 지닌 그녀를 향해 심사위원들은 “매력적인 아시안 뷰티, 타고난 신체 조건, 모델에 대한 열정과 끼 등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극찬하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멧갈라에서 송혜교, 블랙핑크 제니와 함께.

멧갈라에서 송혜교, 블랙핑크 제니와 함께.

그녀는 ‘도수코’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해냈다. 최소라는 먼저 2013년 싸이의 ‘GENTLEMAN’ 뮤직비디오를 통해 글로벌 활동을 시작했다. 싸이와 코믹 연기를 펼치는 노란색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바로 최소라다. ‘GENTLEMAN’은 한 달 만에 빌보드 홈페이지 메인에 올랐으며, 뮤직비디오가 당시 ‘최단기간 조회수 1억 뷰 돌파’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면서 그녀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어 2014년 루이비통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선택을 받아 그해 루이비통 크루즈 컬렉션 무대에 선 것을 시작으로, 2015년 봄여름부터 2018년 가을과 겨울까지 루이비통 파리의 독점 모델로 활동했다. 특정 시티 독점 모델은 그 도시(파리)에선 해당 브랜드(루이비통)의 쇼에만 선다. 해외 데뷔 직후에는 모델스닷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인 모델 TOP 10에 선정됐으며, 2017년에는 여자 세계 모델 랭킹 TOP 50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생로랑 한국인 최초 모델, 버버리 동양인 최초 모델 등으로 발탁돼 국적과 인종의 경계를 부수며 글로벌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소라는 데뷔 10년 이상 꾸준히 톱 모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소라는 데뷔 10년 이상 꾸준히 톱 모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신데렐라가 탄생하는 모델계에서 10년간 변함없이 톱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녀에게도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꾸준히 마른 몸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2020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다이어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무대에 서기 전날 부어 보인다는 이유로 캐스팅이 취소되자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했고, 이후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2018년 그녀가 자신의 SNS에 올린 내용을 보면, 패션위크가 열리는 4주 동안 최소라는 단 한 끼도 먹지 않았다. 정말 힘들 때 바나나 반 개 정도를 먹었다. 그녀는 “지독한 다이어트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피부질환과 스트레스성 장염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고백하며, “몸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하기 힘들다. 절대로 굶으면서 살을 빼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소라는 일과 사생활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모델로도 유명하다. 2018년 사진작가 이코베와 공개 열애를 시작해 2019년 웨딩마치를 울렸다. 프라다의 수석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가 웨딩드레스를 선물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최소라 #루이비통 #구찌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최소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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