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닮은 사람’에서 고현정은 다정한 남편(최원영)을 배웅하고,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 구해원(신현빈)과도 큰소리 한번 내지 않으며 우아하게 대화를 이어가다 그가 돌아서자 일순 표정을 굳히고 머리를 쓸어 올린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남부럽지 않은 우아한 삶 이면에 드리운 그늘이 스쳐 지나간다. 아직은 앞으로의 전개를 가늠할 수 없다 해도, 왜 이 드라마의 전면에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라는 수식어가 나섰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데뷔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고현정의 빛나는 외모도 드라마 방영 전부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야위어 보일 만큼 날씬해진 몸매와 주름 하나 없는 탱탱하고 뽀얀 피부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나 ‘너를 닮은 사람’ 제작발표회에서는 포니테일 헤어에 미니 트위드 원피스를 발랄하게 입어 걸 그룹 포즈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는 팬들의 찬사까지 받았다.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무한한 삶의 내공

할 때는 하는 거야.” 그리고 흥미롭게도, 고현정은 늘상 그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납득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배우이자 연예인으로서 오늘날까지 대중과 공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고현정을 이야기할 때 빼놓아선 안 될 것이 있다. 앞서 언급한 ‘무릎팍도사’에서 고현정은 “늘 일인자가 아니었다”는 고민을 전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건 그가 반 발짝씩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미실을 비롯해 ‘곱게 자란 부잣집 맏딸’이라는 클리셰를 보기 좋게 부쉈던 드라마 ‘엄마의 바다’(1993) 속 김영서, 강력범죄수사대 팀장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드라마 ‘히트’(2017) 속 차수경 등은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이 여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요즘의 작품들에 견줘봐도 손색이 없다. 자신의 발로 땅을 딛고 서서, 자신의 손으로 삶을 개척하고, 스스로의 목소리로 말하는 작품 속 여성들의 모습은 그러니까 모두 고현정을 거쳤다. “지금만 같으면 좋겠다.” 고현정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언젠가 그가 또 반 발짝을 앞서 ‘모래시계’와 ‘선덕여왕’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들을, 보란 듯이 훌쩍 뛰어넘어 보일지.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뉴트리원 아이오케이컴퍼니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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