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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부산에서 만난 백지영 ‘힐링 새댁’의 긍정 에너지

글&사진·구희언 기자

2013. 11. 18

유산의 아픔 이후 악플러 때문에 두 번 속앓이를 한 가수 백지영을 부산에서 만났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는 밝은 모습, 역시 프로였다.

부산에서 만난 백지영 ‘힐링 새댁’의 긍정 에너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에는 밤마다 영화인들끼리의 작은 모임부터 영화제 행사, 연예 매체 행사, 제작사, 배급사의 행사까지 다양한 파티가 열린다. 10월 4일 밤 영화 배급사 NEW의 파티를 시작으로 10월 5일 토요일 밤에는 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가 2시간 간격으로 해운대 모처에서 각각 파티를 열었다. 백지영(37)의 모습을 포착한 건 CJ엔터테인먼트 파티장에서였다.
해운대 그랜드호텔 지하 클럽에서 밤 10시부터 시작된 CJ엔터테인먼트의 밤 ‘Show Must Go on’은 초대장이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입구에서 초대장을 체크한 뒤 출입용 팔찌를 받는데 스테이지와 VIP 전용층으로 나뉜 파티장은 층별로 팔찌 종류도 달랐다.
정태성 CJ E·M 영화사업부문장의 인사말에 이어 영화 라인업이 공개됐다. 쿵쾅대는 클럽 음악이 울려 퍼지자 핑거푸드와 음료를 즐기던 사람들이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고, 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백지영은 허니지의 축하 공연에 이어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그 여자’를 부르며 등장했다. 얼마 전 유산의 아픔을 겪고, 그를 조롱한 악플러 11명을 고소하며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을 터였다. 하지만 이날만은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가 노래를 부르던 중 마이크를 여유롭게 객석으로 넘기자 파티장은 그의 단독 콘서트장으로 바뀌었다. 하나가 돼 노래를 열창하는 관객을 바라보던 그는 씩 웃고는 다음 소절을 이었다. 첫 곡을 마치자 “사랑해요 백지영! 우유 빛깔 백지영!”이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오랜만에 선보인 활력 넘치는 무대
“고마워요. 6개월 만에 들어보네요. 이 자리는 앨범이 나오고 첫 방송 무대보다도 좋아요. 목소리 엄청 컸죠? 힘이 남아돌아서 그래요(웃음).”
그가 “다음 곡은 뭐로 할까요?”라고 묻자 사람들이 “대시(Dash)!”를 외쳤다. 그는 “이 노래 알면 40대 넘었을 텐데”라며 웃었다. 14년 전 노래인 데다 즉석에서 신청받은 곡이었지만 안무를 기억한 댄서 덕에 멋진 무대가 완성됐다.
하이라이트는 댄스곡 ‘내 귀의 캔디’를 부른 순간이었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백지영은 “택연이 있다고 생각해주세요”라며 노래를 시작했다. 이날 현장에는 영화 ‘결혼전야’ 주연을 맡아 BIFF에 초청된 2PM 택연이 우연히 자리해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백지영은 객석에서 “옥택연! 옥택연!”이라고 외치자 “(택연)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관객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자 택연은 재빠르게 인파를 뚫고 무대에 올라 백지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날 파티는 언론에 노출되는 공식 행사가 아니었기에 택연은 스냅백에 편안한 티셔츠 차림이었지만 백지영과 미리 맞춘 듯 환상의 호흡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백지영은 부산에서의 행사 이틀 뒤인 7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남편이자 배우 정석원과의 러브스토리와 유산 후 심경, 악성 댓글로 받은 상처와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여러 사건을 겪으며) 악성 댓글에는 무뎌진 상태였지만, 그때(유산했을 당시)에는 저주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화가 나다가 우울해졌다. 사람들이 왜 그런 마음을 갖는지,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일 때문에 무리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며 “임신 안정기로 접어들고 몇 달 만에 살이 급격하게 쪄서 의사 선생님이 운동하는 게 좋다고 해서 수영도 하고 산모들이 받는 트레이닝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마 감염 때문인 것 같지만 의사 선생님이 유산 이유는 말 못 해주시더라”라고 덧붙였다.
아이를 잃은 아픔은 부모인 백지영에게도 정석원에게도 분명 가장 힘들었을 순간. 백지영이 정석원의 진가를 본 것도 이때였다. 그는 “정석원이 병원에서 날 많이 웃게 해줬다. 그때 모습이 웃겨서 사진을 찍었는데, 시간이 지나 확인해보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같았다”며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정석원에게 프러포즈 받았을 때 누가 저더러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하던데, 살면서 그가 내게 하는 걸 보니 정말 나라를 구했나 보다”라며 애교 넘치는 아홉 살 연하남과 살아가는 소소한 재미도 전했다.
“석원 씨가 집안일은 거의 하지 않아요. 저는 깔끔한 편인데, 정리정돈이 안 될 때는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밥을 차려주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라며 애교를 부려요. 제가 ‘오빠’라고 부를 때도 있는데, 그러면 ‘아기, 이리 와’라고 말해주곤 하죠.”
연예계에서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전성기인 2000년 터진 스캔들 이후 누구도 그의 재기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백지영은 6년 만에 ‘사랑 안 해’로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OST의 여왕’으로 불리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나보다 훨씬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이 세상에 많은 것 같다”며 “여전히 날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있지만 난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생에는 큰 파도도 있고 잔잔한 파도도 많이 있는데, 이미 큰 파도는 왔다 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사는 데 감사해요. 예전에는 고민을 털어놓고 들어달라고 하는 입장이었는데, 스캔들 이후에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입장이 됐죠. 힘든 시간을 나를 위해서 견뎌왔을 뿐인데 제 말에 힘을 받는 모습이 큰 달란트이자 축복이죠.”
그는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가장 좋은 극복 방법은 그냥 기다리는 것”이라며 “이게 현실이라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백지영은 지금 행복할까.
“행복한 순간은 정말 많아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석원 씨가 칭찬을 정말 잘하거든요. 칭찬받을 때마다 찌릿찌릿하게 행복해요.”
부산에서 만난 백지영 ‘힐링 새댁’의 긍정 에너지

백지영은 결혼 후 오랜만의 무대에서 택연과 함께 ‘내 귀에 캔디’를 열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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