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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생 사용설명서 다섯 번째 |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

정경지 손유진 시누 올케의 즐거운 동거

“시누 시집살이 옛말, 친자매 이상 끈끈한 정 나눠요”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2012. 03. 16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한다. 그만큼 시누·올케는 가깝게 지내기 힘든 사이. 정경지, 손유진씨는 그런 편견을 넘어 언니 동생처럼 2년째 한집에서 동거 중이다.

정경지 손유진 시누 올케의 즐거운 동거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 두 여자가 함께 찍은 여행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다정한 모습이 누가 봐도 자매 같지만 사진 속 주인공 정경지(44) 손유진씨(35)는 시누·올케 사이다. 정경지씨 남동생이 손유진씨의 남편이다. 정씨 부부는 결혼 18년 차, 손씨 부부는 결혼 9년 차. 두 사람이 살림을 합친 건 2년 전이다. 함께 쿠킹 스튜디오 ‘더디쉬’(the. DISH)를 운영하면서 책 (한 뚝배기 하실래요·랜덤하우스코리아)도 펴낸 두 사람은 떨어져 지내는 시간보다 붙어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럴 바에야 살림을 합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처음 결혼해선 언니네와 1시간 거리에 살았는데 주중 내내 붙어 지내다가 주말에도 언니가 저희 집으로 오거나 저희가 언니네 집으로 가거나 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더라고요. 이후 5분 거리로 이사를 왔다가 그것도 불편해 아예 들어와 살게 됐죠.”(손유진)
“저희 일이 밤샘도 많고, 기동성도 중요한데 떨어져 지내니까 아쉬운 점이 많더라고요. 함께 지내면 정신적으로 공감하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았어요.”(정경지)
이렇게 해서 손씨 부부가 정씨의 50평형대 아파트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됐다. 방 3개 가운데 하나는 정씨 부부가, 두 개는 손씨 부부가 쓴다. 처음엔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함께 살다 보면 의가 상할 수 있다”며 양가 부모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반면 동거를 가장 반긴 이는 정씨의 남편이다. 처남을 친동생 이상으로 아끼는 그는 회사 가족 동반 여행에도 동생네 부부를 데리고 갈 정도라고 한다.
“남편은 형이 둘이나 있는데도 처남과 더 친해요. 저희가 아이가 없다 보니 동생네를 자식같이 여기는 것 같기도 하고…, 맞벌이여서 둘 중 한 사람이 일 때문에 늦게 되면 미안했는데 동생네와 함께 지내면 덜 외로우니까 그런 점이 좋더라고요.”(정경지)
“저는 언니가 없어서 형님이 친언니처럼 든든해요. 남편과 나이 차가 좀 나다 보니(여섯 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언니가 먼저 나서서 제 편도 들어주시고. 남편에게 못할 이야기도 언니에게 털어놓으면 마음이 편해요. 형님의 쌍둥이 동생이 일본에 사시는데, 요즘 은근히 저를 질투하시는 것 같아요(웃음).”(손유진)

서로 다른점 인정하고, 집안일은 시간 나고 힘 되는 사람이…

정경지 손유진 시누 올케의 즐거운 동거

코드가 잘 맞는다는 시누 정경지씨와 올케 손유진씨(왼쪽부터)는 함께 살면서 외롭지 않아 좋다고 한다.



흔히 시누·올케 하면 고전적인 시집살이를 떠올린다. 두 사람이 함께 산다고 하면 보통은 손아래 올케인 손씨가 집안일을 도맡아 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성격 급하고 체력이 좋은 정씨가 아침밥이며 청소 등을 하는 날이 더 많다. 정씨는 “명절에 친정 어른들께도 ‘유진이가 힘드니까 음식은 꼭 필요한 것만 몇 가지 하시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저녁 준비는 손씨의 몫. 식사가 끝난 뒤 갖는 개인 시간은 각자 취향대로 보낸다. 정씨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손씨는 만화를 보면서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푼다.
“집안일로 신경전을 벌이기보다는 시간 나는 사람이 틈틈이 해요. 제가 저질 체력이라는 걸 아시니까 형님이 많이 하시는 편이죠.”(손유진)
“유진이가 말을 안 해서 몰랐는데, 몸이 좀 약하더라고요. 저는 사람들이 다 저 같은 줄 알고 이것저것 시켰는데 그러다 한 번 쓰러졌어요. 이제는 유진이가 잘 쉬어야 요리 일을 더 잘한다는 걸 아니까 집안일로 체력 낭비는 안 시키려고 해요.”(정경지)
아무리 마음이 잘 맞아도 함께 살다 보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들 역시 그렇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하는 노하우 또한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의견이 다를 때, 특히 일에 관한 한 똑 부러지게 말해요. 맘에 안 드는 일이 있는데 말 안 하고 묵혀두면 감정이 쌓여서 점점 더 미워하게 되거든요.”(손유진)
“저도 욱하는 성격이 있어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나무라지만, 뒤끝은 없어요. 함께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거예요. ‘저 사람은 왜 저러나’ 생각하면 끝도 없어요. ‘단지 나와 다를 뿐, 이상하거나 틀린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가 훨씬 편해져요.”(정경지)
두 사람 사이가 각별한 데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두 사람 모두 결혼 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가 없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정씨 부부는 결혼 후 10년 정도는 포기하지 않고 시험관 아기 등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30대 중반인 손씨는 그런 정씨 덕분에 일찌감치 마음을 비우게 됐다고 한다.
“오랫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동생네는 그러지 않으면 좋겠어요.”(정경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걸 알게 됐어요. 물론 아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저희한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여유를 갖고 편하게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손유진)
대신 두 사람은 강아지를 한 마리씩 키운다. 성격은 정반대지만 취향이 비슷해 코드가 잘 맞는 두 사람은 이렇게 강아지를 함께 키우고 스튜디오 일을 하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 남편들을 떼놓고 두 사람만 여행을 간다. 유럽 발리 홍콩 마카오 일본, 두 사람만 다닌 여행지만 꼽아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 하지만 영원히 같이 살 수는 없는 노릇. 손씨네는 마당이 있는 집을 지어 부모님을 모시고 살 계획을 갖고 있다. 2~3년쯤 후가 될 것 같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물었다. 정말 불편한 점이 없느냐고.
“저는 유진이가 막내 동생 같아요(웃음). 결혼한 언니가 여동생을 데리고 살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불편한 점이 없어요.”
“저도 결혼 전에 올케와 함께 살아봐서 이런 생활에 익숙하고, 언니가 항상 제 편을 들어주시니까 든든해요. 저희 부부가 스킨십을 할 땐 언니가 ‘쟤네들 또 시작했다’며 자리를 피해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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