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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대세남을 만나다

‘보스를 지켜라’ 촬영장에서 만난 지성

어깨 힘 빼고 허당 연기 도전!

글·김유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SBS 제공

2011. 10. 21

불량 재벌 3세와 ‘88만원 세대’ 여비서의 유쾌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가 종영을 앞두고 있다. 극중 차지헌 본부장을 연기한 지성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유치함’과 본연의 캐릭터인 ‘진지함’을 적절히 오가며 새로운 캐릭터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뽀글머리로 모성을 자극하는 지성을 촬영장에서 만났다.

‘보스를 지켜라’ 촬영장에서 만난 지성


‘보스를 지켜라’ 촬영장에서 만난 지성


언제부터인지 완벽남의 대명사가 실장님에서 본부장님으로 옮겨갔다. 최근 방영됐거나 방영 중인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의 직함을 보면 그렇다.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는 매력 넘치는 본부장이 둘이나 등장한다. 그중 재벌 3세답지 않은 ‘찌질한’ 모습으로 나오는 차지헌 본부장은 엉뚱하면서 유치한 행동으로 여성 시청자들에게 동정표를 얻고 있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촬영장에서 만난 지성(34)은 밤샘 촬영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상대 배우 최강희에게 연신 장난을 걸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 scene 1 ‘남행열차’ 귀엽게 부른다
이날 촬영한 장면은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차지헌이 자신의 비서이자 사랑하는 여인인 노은설(최강희)과 공황장애 극복 프로젝트를 수행한 후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서기 전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연설문을 들고 집무실을 나가려는 순간 은설은 차지헌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그럭저럭 쓸 만하네” 하며 환하게 웃는다. 그다음 이어지는 지성의 대사는 “너무 야박하잖아.” 다시 노은설이 “그동안 우리 노력한 거 생각해봐요” 하고 볼멘소리를 하자 지성은 양 손가락 세 개를 펴서 얼굴을 살짝 살짝 가리며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 열차에~” 하며 장난스럽게 노래를 부른 뒤 “이런 거?” 하고 정색하며 묻는다. 카메라가 돌기 전 몇 번이나 노래를 불러봐서인지 두 사람은 단 한 번의 NG도 없이 촬영을 마쳤다.
그동안 바른생활 이미지가 강했던 지성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무거움을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본부장의 헤어스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뽀글머리’부터 유치함이 극에 달하는 코믹한 대사까지, 기존 드라마 ‘뉴하트’ ‘태양을 삼켜라’ ‘로열패밀리’ 등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보여줬다. 뽀글머리는 만화 ‘슬램덩크’ 송태섭의 머리를 참고했다고 한다.
“송태섭 머리를 해달라고 하니까 헤어디자이너가 농담인 줄 알더라고요. 솔직히 머리가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거울을 보면 너무 우스꽝스럽고 찌질했거든요(웃음). 하루는 밤을 새우고 두 시간 정도 잤는데, 눈을 떠 얼굴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하지만 그게 차지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지성은 차지헌이란 캐릭터에 대해 “겉만 멀쩡한 재벌 3세로 모든 걸 다 갖췄을 것 같지만 오히려 루저, 허당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과거 출연했던 작품들의 캐릭터와 비교하면 이번 캐릭터가 연기하기 더 편하다고 한다. 멋있는 척하지 않아도 되고,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미료 뺀 연기를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연기 폭을 넓히고 싶은 욕심에 진지하고 남자다운 역을 많이 했는데, 언젠가는 가볍고 풀어진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처음 해보는 캐릭터라 연기하면서 민망할 때도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식상하지 않은, 참신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보스를 지켜라’ 촬영장에서 만난 지성

재벌 3세와 여비서의 사랑이야기라는 식상한 소재를 유쾌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리고 있는 지성·최강희. 두 사람의 ‘난간키스’가 화제로 떠올랐다.





‘보스를 지켜라’ 촬영장에서 만난 지성


그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건 군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그동안 왜 연기를 편안하게 하지 않았을까. 솔직한 모습을 담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고, 이런 고민 덕분인지 군 제대 후 출연한 드라마 대부분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연장 방송을 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선택한 복귀작 MBC ‘뉴하트’는 당시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3회 연장했다.
이번 ‘보스를 지켜라’ 역시 2회 연장됐다. 동시간대 방영되는 KBS ‘공주의 남자’와 초반부터 각축을 벌였지만 종반으로 가면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2회 연장 배경에는 남녀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 외에도 재벌가를 둘러싼 스토리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보스를 지켜라’는 김영옥, 박영규, 차화연, 김청, 김하균 등 중견 연기자들의 하모니로 ‘악역 없는 착한 드라마’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 scene 2 노은설과 맛깔나게 키스한다

특히 드라마 속 DN그룹 총수인 차봉만 회장(박영규)과 계열사 DN호텔 대표 신숙희 회장(차화연)의 갈등은 현대·한화 등 국내 굴지의 재벌들의 실상을 풍자하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먼저 경영권 승계를 두고 아웅다웅하는 차 회장과 신 회장이 극중 친구이자 시숙-제수 관계로 나오는 만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극 초반에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 폭행 일화를 차용해 시선을 끌었고, 노은설이 차 회장에게 실수로 한 대 맞고 봉투를 받으며 “깽값을 물어준 적은 있어도 받은 적은 처음”이라고 하는 대사는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매값 폭행 논란을 떠오르게 했다. 또한 차 회장이 녹색어머니회 띠를 두르고 등굣길 교통정리를 하거나, 보육원에서 기저귀를 빠는 모습, 둘리 분장을 하고 아이들 앞에서 엉덩이춤을 추는 모습 등 박영규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그려졌다.
재벌 3세와 가진 것, 배운 것 없는 초짜 비서의 러브 스토리도 기존의 식상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뛰어넘어 유쾌한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 또한 주인공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키스 신 때마다 지성과 최강희는 최고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얼굴 각도와 카메라 앵글을 맞춰보면서 열심히 연구한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덕분에 이들이 나눈 세 번의 키스 신 모두 ‘난간 키스’ ‘이마 키스’ ‘기습 키스’ 등 별명이 붙으며 화제로 떠올랐다.
현재 동료 탤런트 이보영과 연인 사이인 지성은 ‘보스를 지켜라’ 제작발표회에서 이보영에 대해 짧게 언급한 바 있다. 같은 시기에 연기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이었는데, 지성은 “평소 연기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않지만 (이보영이 출연 중인) ‘애정만만세’ 첫 방송은 모니터링했다. 좋더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보스를 지켜라’를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지성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 지성. 시청률을 떠나 그가 진정한 대세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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