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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재계 핫 이슈

정지이 현대U&I 전무 결혼하던 날

글·구희언 기자 사진·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1. 10. 18

청명한 날씨, 따사로운 햇살. 결혼하기 좋은 날이었다. 이런 날 신라호텔 로비와 복도에는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경호원들이 2~3m 간격으로 서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정지이 현대U&I 전무의 결혼식은 그렇게 조금은 아이러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죄송하지만 계단은 통제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주세요.”
결혼식이 열리는 2층 다이내스티홀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1층 로비부터 3층까지 호텔 곳곳 검은 옷차림의 남녀 경호원과 현대 직원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결혼식이 있는 걸 모르고 호텔을 찾은 이들은 생경한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전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U·I 전무(34)의 결혼식이 9월3일 오후 6시경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치러졌다. 정 전무는 2004년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대리, 과장직을 거쳐 현재 현대U·I 전무로 재직 중이다.

삼엄한 경계 속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

정지이 현대U&I 전무 결혼하던 날


신랑은 외국계 투자금융그룹인 맥커리투자은행에 근무하는 세 살 연상의 신두식씨(37). 미국 유학 시절 신씨는 지인들에게 큰 키에 가무잡잡한 피부의 호남형으로 기억되고 있다. 신씨는 올해 초 암으로 별세한 신현우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이사와 8월 정년퇴직한 신혜경 전 서강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의 2남 중 차남. 두 사람은 집안끼리 알던 사이였고 친구의 소개를 통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결혼식에는 범현대가 인사 5백여 명이 참석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화환을 받지 않겠다고 사전에 공지했지만 제일 먼저 식장에 도착한 것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화환이었다. 숙부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현정은 회장의 외삼촌인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과 나란히 식장에 들어섰다. 정몽준 전 대표는 “형님(고 정몽헌 회장)이 오늘 이 자리에 계셨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지이가 형님을 많이 닮았다”고 했다. “정지이씨의 결혼을 계기로 현대그룹과 범현대가가 화해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집안 식구끼리 화해는 무슨…”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대선 현대BSNC 대표와 결혼해 현대가 사람이 된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 부부는 오후 5시 반경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호텔에 들어섰다. 남편의 뒤를 따라 호텔 로비에 들어선 노현정은 재벌가 며느리다운 고운 한복 차림에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 아들은 동행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아들 정몽열 KCC건설 사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현대가 인사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아들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재계에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이희범 STX에너지 회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이 참석했다. 박용만 회장은 “두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며 부부의 미래를 축복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불참
이날 결혼식을 계기로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소송까지 불사한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간 화해가 이뤄질지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상징적인 의미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조카딸인 정지이 전무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결혼식 참석 여부가 주목됐던 정 회장은 결국 불참했다. 대신 아들 정의선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부회장, 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 사위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등 집안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정 회장은 평소 조카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지이 전무는 신랑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입장했다.
결혼식은 이동원 지구촌교회 목사의 주례로 기독교식으로 진행됐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인 신랑 측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랑의 아버지는 생전 지구촌교회 장로로 활동했고, 어머니는 권사였다. 식장에 찬송가 ‘사랑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 가운데 성경 말씀으로 고린도전서 13장이 낭독됐다. 하객의 축복 속에 비공개로 열린 결혼식은 3시간가량 진행됐다.



정지이 현대U&I 전무 결혼하던 날

결혼식에 참석한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와 정대선 현대BSNC 대표 부부. 현정은 회장의 외삼촌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작은아버지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호텔 로비에는 검은 정장 차림의 현대 직원과 경호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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