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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화제의 인물

동성애 연기로 화제, 송창의 매력 탐구

글 최현정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SBS 제공

2010. 06. 16

SBS ‘인생은 아름다워’는 가족극에서 동성애자의 이야기를 다룬 첫 사례. 세상이 많이 변했다지만 동성애자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송창의 역시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에 공감하는 시청자가 늘어나는 게 그에겐 큰 힘이다.

동성애 연기로 화제, 송창의 매력 탐구


“다르다고, 소수자라고, 그걸 그냥 ‘뿐이야’라고 말하는 너의 천진난만함이 부럽다. 내 생각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는 기피 혐오 대상이야.”(‘인생은 아름다워’ 12회 태섭 대사)
SBS ‘인생은 아름다워’는 TV 드라마로는 드물게 동성애 문제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일흔을 앞둔 김수현 작가(67)는 게이 코드를 우스꽝스럽게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파로 흐르게 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낸다. 동성애자가 먼 동네 얘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각 어느 집 아들 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주지시킨다. 김수현 작가의 붓끝에서 태어난 동성애자 태섭은 평소 신사적인 이미지로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송창의(31)를 통해 완성된다.
드라마가 방송된 날에는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이 수천 개씩 달린다. 대부분 송창의에 대한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가득한 글이다. 송창의가 연기한 태섭은 내과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가졌지만 30대 중반이 되도록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 가족의 애를 태우는 인물이다. 식구들은 아직 그의 ‘비밀’을 모른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연인 경수(이상우) 그리고 태섭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동료 의사 채영(유민)만 안다. 두 사람이 커밍아웃을 권하자 태섭은 눈물을 삼킨다. “우리 집에서는 나를 괴물로 부를 사람이 많다”면서.
동성애자와 착한 아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배우 송창의를 만난 때는 SBS 탄현 드라마센터 촬영장에서 막 13회를 찍고 나온 후였다. 감기에 걸린 친할머니(김용림)에게 링거를 놓는 장면이었다. 듬직한 손자가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처지란 걸 알면 할머니는 얼마나 놀랄까.
“가족에게 계속 숨길 수만은 없겠죠. 털어놓을 날이 올 텐데 저는 벌써 걱정이 돼요. 아마도 큰 파장이 있겠죠? 태섭의 상처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재혼이에요. 그 때문에 가족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죠. 얼마 전 제 대사에서 어머니에게 ‘훌륭한 계모시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어머니로서 인정은 하지만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죠. 더 사랑을 주려고 해도 태섭은 물러나요. 그런 태섭이 경수를 만나면 밝아져요.”
그는 태섭이 거친 파고를 이겨내고 경수와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것이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는’ 필연적인 결말이라면서.
“김수현 선생님이 동성애 캐릭터를 쓰신 것, 드라마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했어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드라마를 통해 그들을 더 표면 위로 올리자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태섭과 경수도) 쭉~ 잘 이뤄질 것 같습니다.”

김수현 작가의 주문, “진짜 사랑하라”

동성애 연기로 화제, 송창의 매력 탐구


남자 배우 이상우를 대상으로 그윽한 눈빛 연기를 하고 손짓 하나로 설레는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 난감한 노릇. 그런 그에게 내려진 김수현 작가의 주문은 “진짜 사랑을 하라”였다.
“제가 남자를 정말로 사랑할 수는 없고, 이 역할은 경험을 통해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상대방을 쳐다보는 눈빛이랄지, 진심으로 해야 하니까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해야 해요. 저는 주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서 몰입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여전히 연기가 썩 편하지는 않아요. 가끔 상대방을 보다가 웃음이 터지고 서로 어색해서 민망해하기도 하고….”
상대역인 이상우는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만났다. 제주도 첫 촬영 전 그는 이상우와 함께 숙소에서 대본 연습을 하면서 연기 고민을 털어놓았다. 촬영 틈틈이 어울리며 친해졌다.
“빨리 친해진 편이죠. 이상우씨는 말수가 적고 점잖은 스타일인데 친해지면 말이 많아져요. 제주도에서 같이 운동하면서 어색함을 없앴죠. 심성이 좋은 사람 같아요. 저요? 전 말이 많아요.”



동성애 연기로 화제, 송창의 매력 탐구


김수현 작가의 유명한 대본 연습도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엄격하면서도 친할머니 같은 지도”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도 긴장했다고. 하지만 세세한 대본 분석과 지도를 받다 보니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대본 리딩을 앞두고 주위에서 이런저런 말을 해서 상당히 긴장했죠. 모든 배우들이 다 그랬으니 저는 어땠겠어요.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니 주변에서 잘 모르고 한 얘기였어요. 대본 분석은 당연한 건데 그걸 불편해하고 어렵다고 받아들여선 안 되죠.”
그에게 “9회에서 먹먹한 눈빛으로 채영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태섭은 채영의 손을 잡고 걸었고, 채영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위로해줬다. 아름답달까. 느껴지는 게 많았다”라고 하자, 송창의는 “그것이 바로 김수현 선생님 지문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런 세세한 감정이 다 지문에 쓰여 있어요. 하다못해 물컵을 잡는 행동에도 심리가 있죠. 그 신을 찍을 때 많이 몰입하고 진심으로 연기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백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지만, 그 친구에게 미안하고 내 자신도 괴롭고, 자책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있는 신이었어요. 대사도 절절해서 태섭이 많이 이해가 되고 제 마음도 쓸쓸했습니다.”

태섭과 경수의 사랑, 해피엔딩 기대
성공적인 태섭 연기 덕분에 그에게는 ‘순수남’ ‘청초남’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청초하다니, 하하. 정말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고, 제가 특별히 그렇다는 생각은 안 하는데 역할을 따라서 가다 보니까 그런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털털해요.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해서 쉬는 날엔 만나서 술 한잔하고. 주량은 남들 보통 먹는 것만큼 한 병 반에서 두 병 정도….”
송창의를 앞에 놓고 뮤지컬 ‘헤드윅’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신의 저울’‘황금 신부’ 등 브라운관에서 알려진 신사 이미지와는 달리 무대 위의 송창의는 파격 그 자체다.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록 가수가 사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그는 워낙 완벽하게 ‘헤드윅’을 소화해 마니아들로부터 ‘짱드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무대 매너와 가창력에 소름이 돋았다는 뮤지컬 팬들도 적지 않다.
그에게 “그 세계가 한번 발 담그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마력이 있다고 들었다. 혹자는 무대 위에서 내지르면 환호로 돌아와 온몸에 꽂히는 기분이라고 하던데”라고 물었다. 그는 마치 무대 위에 선 자신의 모습을 상상이라도 한 듯 한층 밝아진 얼굴로 “정말 꽂힌다”면서 “그것은 나만의 광대 짓”이라고 표현했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관객들과 흥을 맞추고…. 연기만이 아닌 나만의 광대 짓이에요. 그게 엄청난 매력이 있어요. 스스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할 수 있다는 건 마약 같아요. 무대란 곳은 관객들이 돈을 내고 찾아주시는 어려운 공간이죠. 하지만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요. TV에서는 팬을 뵐 수 없는데 공연을 하면 많이 찾아오시니까요. 큰 힘을 받아요.”
배우 송창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뭘까. 그는 주저 없이 “열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정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열정이 사그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밝은 색, 어두운 색, 맘껏 칠할 수 있는 무채색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미니홈피와 팬 카페에 올려주는 응원의 글을 보면서 큰 힘을 얻고 있다”며 “팬들의 사랑에 연기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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