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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 예감

키다리 아저씨, 줄리엔 강 “브라보 마이 코리아 라이프”

글 문다영 사진 조영철 기자

2010. 06. 16

화제의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이순재에게 늘 “코쟁이”로 불렸던 줄리엔 강. 한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어느새 여름엔 겨울을 기다리고, 겨울엔 여름을 기다리며 사계절에 익숙해진 줄리엔 강의 한국 적응기.

키다리 아저씨, 줄리엔 강 “브라보 마이 코리아 라이프”


190cm의 훤칠한 키와 조각 같은 외모는 TV 속보다 더 줄리엔강(28)을 돋보이게 한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스타의 연인’ 출연 당시만 해도 낯선 외국인 같았던 그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이제 온 국민이 다 아는 배우가 됐다.
줄리엔 강은 어릴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캐나다에 살 때 영화 ‘올드보이’와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관심을 가졌다고. 그러던 중 2004년 20년 동안 떨어져 살아온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기회를 잡았고, 2년의 고심 끝에 연예인이 되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말이 통하지 않아 일단 모델로 연예계에 첫발을 디딘 그는 학원과 책·영화 등을 통해 열심히 한국어를 연마했고 2008년 ‘스타의 연인’으로 데뷔했다. 그는 “모델은 누군가로부터 ‘이런 표정, 이런 감정으로 해달라’라고 주문을 받지만 연기는 대사를 보고 ‘어떻게 표정을 짓고, 리액션을 할까’를 연기자 스스로 결정하고 보여주는 직업이라 매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격투기 선수로 유명한 형 데니스 강의 뒤를 따라 격투기 선수가 될 뻔한 적도 있다.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무에타이·수영·축구 등 해보지 않은 운동이 없을 만큼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 “격투기 선수는 굉장히 고되고 힘든 일이다. 심한 부상을 당할 경우 생활을 유지할 수도 없는 직업이라서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늘 자신의 몸을 갈고닦으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형이 존경스럽다고. 링 안에서는 무서운 카리스마를 발산하지만 가족에겐 더없이 다정다감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줄리엔 강은 3형제의 막내로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프랑스령의 한 섬에서 태어났다. 외항선 선원이던 한국인 아버지가 급성맹장염으로 현지 병원에 입원했다가 자원봉사자로 환자를 돌봐주던 어머니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

‘대장금’ ‘올드보이’ 보며 배우 꿈 키워

키다리 아저씨, 줄리엔 강 “브라보 마이 코리아 라이프”


“아버지는 결혼 후 캐나다에서 살다 일 때문에 8년 뒤 귀국하셨어요. 어머니는 한국도 좋지만 밴쿠버에서의 삶을 포기할 수 없어서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셨죠. 저희 형제는 여비 문제 때문에 아버지를 뵈러 갈 수 없었어요. 학교 입학식·졸업식 때면 아버지가 너무 뵙고 싶었죠. 다행히 삼촌이 일 때문에 캐나다에 오시면서 할머니와 함께 와 살게 됐어요. 그래도 한국에 오기 전까진 한글을 몰랐어요. 어릴 때 집안을 쿵쾅쿵쾅 뛰어다니면 할머니가 한국말로 혼을 내셨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할머니는 큰 주걱을 들고 쫓아오시고, 저는 도망다녔죠. 딱 ‘톰과 제리’였어요(웃음).”
그는 그렇게 그리던 아버지를 2004년, 형 데니스 강이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 시합을 하면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늘 ‘아버지를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조바심도 내고 불안해하기도 했는데 막상 만났을 땐 마치 어제 잠들기 전 보고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형의 시합을 보조하는 명목으로 한국에 입국한 터라 단 2주 한국에 머물렀지만 그는 오랜 소원을 푼 동시에 연예계 데뷔 제의도 받게 된다. 당시 학생 신분이라 데뷔를 보류하고 캐나다로 돌아간 줄리엔 강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배우의 꿈을 잊지 못해 한국행을 택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좋은 직업을 가져도 스트레스 받고, 재미가 없다면 불행한 삶이니 열정을 따르라”는 어머니의 조언대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행복하다는 그는 더불어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행복하단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야 귀가 트이고, 피부로 한국을 체감하면서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고.
‘지붕 뚫고 하이킥’ 속 이순재에게 ‘코쟁이’라 불리던 줄리엔 강은 처음 그 단어의 의미를 알고선 “너무 재미있었다. 재치 있는 표현 같았다”고 말한다. 이순재에게 일명 똥침이라는 장난을 당할 때는 “이런 짓 하면 감옥 갈 텐데…”라는 걱정을 하기까지 했다고. 지금이야 웬만한 단어나 문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적응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키다리 아저씨, 줄리엔 강 “브라보 마이 코리아 라이프”


조깅을 하며 외국에서처럼 웃옷을 벗었다가 아버지에게 혼난 사연은 이미 방송에서 밝혀 유명하다. 이에 더해 그는 한 가지 일화를 더 얘기해줬다.
“아버지와 처음 찜질방에 갔을 때예요. 아버지가 찜질방에 들어 가시고 난 뒤 제가 옷을 갈아입었는데, 지금이야 찜질방과 목욕탕이 같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당시엔 찜질방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터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하필 목욕탕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래서 찜질방에서 주는 옷을 입은 채로 욕탕에 들어가 있었죠(웃음). 한참 앉아 있다 보니 아버지가 ‘얘가 왜 이렇게 안 오나’ 싶어 절 찾으러 오셨다가 깜짝 놀라서 얼른 나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젖은 옷을 벗어 카운터에 가져가니 새 옷을 주긴 했는데 아저씨 표정이 화나 있었어요.”

키다리 아저씨, 줄리엔 강 “브라보 마이 코리아 라이프”


완벽한 한국 배우로 자리매김 후 국제활동 하고파
이런저런 해프닝을 겪으며 한국에 적응해가고 있는 그는 한국어에 존칭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며 캐나다 밴쿠버처럼 바다와 고운 모래 해변이 있는 부산도 좋다고 아버지의 나라를 예찬한다. 하지만 한국을 사랑하는 줄리엔 강도 가끔 향수병을 겪는데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 때다. 그는 대신 한국에는 추석·설 등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있어 그나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낀다고 한다.
‘포기란 없다’는 신조를 지닌 덕에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하는 줄리엔 강. 그 끈기와 노력 덕분인지 그는 ‘스타의 연인’ ‘드림’ ‘지붕 뚫고 하이킥’에 이어 ‘로드넘버원’ 까지 많은 드라마와 CF에 출연한,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외국인 배우가 됐다. 그도 이런 인기를 느끼고 있다.
“다른 외국인 배우도 잘하고 계시는데 ‘가장 잘나간다’ ‘열심히 한다’ ‘제2의 다니엘 헤니다’ 이런 말 들으면 감사하죠. 그래서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늘 똑같은 외국인 역할은 싫어요. 일단 시트콤을 해봤으니 비슷한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해보고 싶고, 액션영화도 찍어보고 싶습니다.”
특히 그동안 착한 역만 해왔기 때문에 악한 줄리엔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사실 데뷔 초 그는 영화 ‘상사부일체’에서 마피아 역으로 잠깐 출연했는데 당시 감독에게 실망을 안겨줬다고. 마피아 역이라 건달 스타일을 원했지만 촬영장에 나타난 그를 보곤 “무서워 보이지 않는다”며 실망했다는 것. 하지만 줄리엔 강은 “자신의 착한 이미지 덕에 더욱 색다른 악역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더불어 줄리엔 강은 “10년 후엔 국제적인 배우의 위치에 있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배우로서 작품을 하면서도 자신의 영어·불어 실력을 살려 할리우드나 프랑스에서도 배우로서 활약하고 싶다는 그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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