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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고수의 가계부를 엿보다

불황 극복하는 알뜰 살림 첫걸음

기획 한정은 기자 | 사진 문형일 현일수 기자

2009. 04. 14

짠순이 주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알뜰 살림 기본은 가계부 쓰기. 씀씀이가 한눈에 보여 절약이 쉬워진다. 지금부터라도 가계부를 써보리라 다짐하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하다면 가계부 고수의 노하우를 참고하자!

살림 고수의 가계부를 엿보다


제윤경 주부 “가계부는 가정의 계획표다”
결혼 13년차 주부 제윤경씨(38)는 가정 재무관리에 관한 책을 출판했을 정도로 가정 경제에 대한 지식이 빠삭하다. 그는 가정도 기업처럼 미래에 대한 정확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경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가계부를 쓰는 일이라고.
“계획이 뚜렷하고 씀씀이가 헤프지 않으면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무방하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가계부를 쓰면서 계획적인 지출을 할 필요가 있어요. 제 경우에는 다이어리 겸용으로 제작된 가계부를 들고 다니며 돈을 쓰면 바로 가계부에 적어요. 이렇게 하면 어디에다 돈을 지출했는지 잊어버릴 염려가 없고, 한꺼번에 몰아 쓰지 않아도 돼 가계부 쓰기가 수월해요.”
수기 가계부의 경우 직접 계산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많은 주부들이 쓰기를 포기하는데, 그는 오히려 직접 계산을 하고 통계를 낼 수 있어 가계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매일 일기를 쓰듯이 그날 지출을 통계내고, 주 단위로 다시 정리하면 월간·연간 계산도 쉽게 할 수 있다고. 대신 품목을 세세하게 적거나 10원 단위까지 꼼꼼하게 따지다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쉬우므로 전체적인 흐름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쓴다.
01 가계부를 쓰기 전 장기적인 인생 계획을 짠다
가계부는 단순히 지출을 줄이기 위한 기록장이 아니다. 수입은 비슷하게 정해져 있는 데 반해 지출은 예상 밖의 상황으로 불규칙하기 마련. 돈의 흐름을 파악해 예상 밖의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계획적인 삶을 위해 가계부를 적는 것이다. 가계부를 쓰기 전 가족의 인생 계획부터 먼저 세운다. 그 계획에 맞춰 5년, 10년, 20년 뒤의 상황을 예측하고 고정 수입과 지출, 예상 밖의 지출을 고려해 장기간의 경제 계획을 짠다. 이렇게 하면 가계부를 통해 자녀의 교육대책이나 부부의 노후대책까지 세울 수 있다.
02 예산을 세운다
1년 예산을 먼저 세우고 총지출 항목과 금액을 작성한다. 이것을 다시 해당 월에 기입하면 자연스럽게 월 예산이 세워진다. 이렇게 1년치 예산을 미리 짜면 예산에 맞춰 생활하게 되므로 충동적인 지출이 줄어든다. 절약하겠다고 무조건 지출 내역을 적게 잡으면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가족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반드시 써야 하는 금액을 고려해 예산을 잡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금씩 줄인다.
03 금융시스템을 만든다
인생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짜고 난 뒤 결정되는 저축 금액을 바탕으로 분산 투자를 한다. 우선 월급통장을 따로 두고, 생활비 지출 통장을 만든다. 생활비 지출 통장과 연결된 체크카드를 만들어두면 매번 돈을 찾는 번거로움이 준다. 이때 생활비 통장에는 일주일 단위로 지출되는 돈을 계산해 일주일마다 1번씩 필요한 만큼만 입금해 낭비를 줄인다. 각종 공과금과 통신비 등 고정 지출이 빠져나가는 통장도 따로 만든다. 매월 초 필요한 만큼의 돈을 입금하고, 생활비 통장과 따로 관리해야 연체를 막을 수 있다. 갑작스럽게 병이 나거나 예상치 못한 돈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비상금 통장도 만든다. 급한 목돈이 필요할 때 적금을 깨거나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된다. 대신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돈이므로 적금으로 묶지 말고, 하루만 넣어도 이자가 붙는 CMA 계좌를 활용한다.
04 식비·외식비는 예산을 주 단위로 조정한다
다른 항목은 정해진 예산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식비와 외식비는 계절이 바뀌거나 집안 행사 여부에 따라 변동이 크다. 월별 예산을 세운 후에는 그것을 4주로 나눠 주간별 예산액을 짠다. 해당 주에 예산 금액을 초과해 지출했으면 다음 주에 줄이고, 예산 금액이 남으면 다음 주로 이월시켰다가 최종 남은 금액을 통장에 저축하는 식으로 운용한다. 예를 들어 가족들이 입맛이 없어 사골국을 끓였다면 해당 주 지출이 늘어난 셈. 그렇다면 다음 주에는 외식을 최대한 줄이고 저렴한 밑반찬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 비용을 줄인다.
05 가족 구성원별로 지출 목록을 나눈다
아빠, 엄마, 아이 등 가족 구성원별로 나눠서 각각 누가 얼마만큼 지출하는지 적는다. 생필품 구입이나 식비처럼 함께 쓰는 공동지출 항목은 따로 만든다. 누가 얼마나 쓰는지 알아야 가계부를 쓰지 않는 다른 가족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절약하게 된다.

살림 고수의 가계부를 엿보다

박승희 주부“인터넷 가계부와 엑셀 가계부로 가정 경제 꽉 잡는다”
7살·4살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결혼 8년차 주부 박승희씨(35). 결혼 초 수기 가계부를 쓰다가 지금은 인터넷 가계부와 엑셀 파일로 만든 가계부를 병행해 쓰고 있다.
“수기 가계부를 쓸 때는 기록을 미루다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았고, 계산도 번거로워 쓰다 말다를 반복했어요. 그러다 인터넷 가계부를 사용했는데 계산이나 통계가 자동으로 되고, 잘못 쓰더라도 수정이 쉬워 가계부 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됐죠.”
하지만 조금씩 문제점이 눈에 띄었다. 인터넷 가계부는 따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프와 통계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연간 수입과 지출을 한눈에 펼쳐놓고 조목조목 따져보기에는 불편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을 보완해 엑셀 파일로 자신만의 가계부를 만들었다.
하루 동안 지출되는 금액의 경우 쓰는 즉시 작은 수첩에 메모했다가 저녁에 인터넷 가계부에 정리한다. 매월 말일이 되면 인터넷 가계부 자료를 토대로 엑셀 파일에 다시 정리한다. 엑셀 파일을 차근차근 모아 6월 말이 되면 상반기 정산을 하고, 12월 말에는 하반기 정산과 연간 정산을 한다. 연간 정산 자료를 토대로 줄일 부분과 늘릴 부분을 정해 예산을 짜면 다음해는 살림을 더욱 계획적으로 꾸릴 수 있다.
01 지출 1위인 식비&외식비는 최대한 아낀다
생활비 지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식비와 외식비는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가장 많이 아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장을 본 후 세세한 내역까지 일일이 가계부에 옮겨 적다보면 오히려 가계부 쓰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충 리스트만 적고 필요할 때 자세한 품목을 볼 수 있도록 영수증을 따로 모은다. 장을 볼 때는 필요한 품목을 적은 리스트를 들고 가 충동구매를 막는다. 공산품은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지만, 식품류는 가까운 재래시장을 이용한다. 값도 싸고 덤도 얹어줘 마트보다 알뜰하게 구입할 수 있다. 외식비는 최소 비용만 예산을 잡고, 그 비용 안에서만 지출한다. 생일이나 입학·졸업 등 행사가 있어 피치 못하게 예산을 초과했다면 다음 달 예산을 정할 때 그만큼 적게 잡는다.
02 최저가를 적어 리스트 만든다
가계부를 쓰다보면 같은 품목을 구입할 때 어디서 어떤 제품을 사야 저가로 살 수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이런 내용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최저가 리스트를 만든다. 자주 사는 품목은 따로 모아 단가당 얼마인지, 어디에서 구입했는지 적는다. 이렇게 만든 리스트를 장을 볼 때마다 들고 다니면 손쉽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물가가 오른 품목은 꼭 필요한 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돼 알뜰 쇼핑이 가능하다.
03 상·하반기와 연간 결산을 하고 자료를 토대로 예산을 짠다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계획적인 살림을 꾸리는 데 있다. 매월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월별·분기별·연별 결산을 한 뒤 다음 해 예산을 짤 때 결과를 반영한다. 1년간 가계부를 결산해보면 씀씀이를 줄여야 할 곳과 앞으로 어떤 일에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출해야 할지, 또 얼마만큼 저축할 수 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가계부는 주부가 쓴다 하더라도 결산할 때는 반드시 남편과 함께 한다. 가계부는 가족 경제의 지표인 만큼 부부가 모두 가정 경제 흐름을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 결산을 하면서 서로 그동안의 수고를 칭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다보면 부부관계도 돈독해진다.
04 한 달 수입에서 저축·보험료를 미리 제한다
가계부를 한두 달 써보면 매달 어떤 항목에 얼마만큼이 지출되고, 고정 지출이 얼마인지를 알게 된다. 대충의 지출 흐름이 파악되면 예산을 짜 계획적인 소비를 한다. 예산을 짤 때는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을 제외한 금액에서 먼저 저축·보험료를 정한다. 그 뒤 나머지 부분에서 식비와 의류비, 문화생활비 등을 정하면 쓸데없는 비용이 지출되지 않고 저축도 많이 할 수 있다.
05 ‘아나바다’ 실천으로 생활비를 아낀다
속옷이나 양말 외에 나머지 옷은 물려 입고, 계절별로 세일할 때 한두 벌만 구입한다. 인터넷 쇼핑은 싼 가격에 현혹돼 계획에 없던 옷가지를 사게 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삼간다. 책이나 장난감도 물려받거나 중고를 구입한다. 출판사나 북카페에서 여는 서평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도 절약 방법. 택배비만 내면 서너 권의 책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아이와 마트에 갈 때는 오늘 어떤 품목을 살 것인지 얘기를 나누고, 떼쓰지 않기로 다짐을 받는다.
06 이것저것 비교해 고정 지출을 줄인다
각종 공과금과 통신요금 등 고정으로 나가는 지출도 잘 따져보면 줄일 수 있다. 전기와 수도세는 전월과 전년도 요금을 비교한 뒤 일정 기준을 세우고 그만큼만 사용한다. 휴대폰 요금은 여러 가지 요금제를 써보고 요금이 가장 저렴한 상품에 가입한다. 요즘에는 유선전화나 인터넷을 함께 묶는 약정요금제를 활용하면 좀더 지출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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