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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친환경 생활을 하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 만드는 재활용 패션 디자이너 윤진선·채수경·홍선영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하는 Eco People

글·신연실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2008. 06. 12

버리는 옷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부각되면서 ‘재활용 패션’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쓰다 버린 물건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패션아이템을 만드는 재활용 패션 디자이너 3인을 만났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 만드는 재활용 패션 디자이너 윤진선·채수경·홍선영

‘패스트 패션’ 에 반기를 든 세 명의 디자이너
계절마다 변하는 트렌드에 따라 다량의 옷을 사고 또 버리는 일명 ‘패스트(Fast) 패션’이 새로운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옷이 매년 30%씩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을 만큼 의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 버려지는 옷들은 대부분 소각처리 되는데, 이때 옷감제작에 사용된 화학원료가 타면서 유해가스가 배출돼 대기를 오염시킨다. 곧 버려질 옷을 생산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자원이 소모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 만드는 재활용 패션 디자이너 윤진선·채수경·홍선영

수거해 온 중고 의류들은 색깔이나 소재 별로 분류해 작업실 한켠에 보관해 두고 사용한다. 작은 자투리라도 차곡차곡 쌓아두고 남김없이 사용하는 것이 리블랭크의 재활용 노하우.(좌) 옷에 다는 제품 설명서도 모두 직접 제작한다.(우)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재활용 패션’이다. 입다 버린 옷, 길거리에 걸려있던 현수막, 낡은 소파의 가죽 등 옷이나 가방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가져다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의미 있는 환경운동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찌감치 이런 재활용 패션 운동에 뛰어든 이들이 있다. 바로 디자이너 윤진선, 채수경, 홍선영씨다.
아름다운가게가 운영하는 재활용 디자인 브랜드인 ‘에코파티 메아리’의 창립 멤버로 지난해부터 온갖 버려진 것들을 재활용해 다양한 패션 상품을 만들어온 이들은 최근 재활용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전문 패션 브랜드 ‘Re □’를 론칭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Re □’라고 쓰고 ‘리 블랭크’라고 읽는 이 브랜드는 ‘다시, 거듭하여, 원상으로 돌아가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접두사 ‘Re’에 비어 있는 사각형 박스(Blank)를 붙여 만든 것으로 재활용 되는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예측할 수 없는 패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의 옷을 해체한 뒤 최대한 다시 사용해 제2의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브랜드의 슬로건. 옷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수거하고 세탁·재단한 뒤 디자인하는 전 과정이 세 사람의 수작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기성복보다 제작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개성적인 스타일에 친환경이라는 커다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세 디자이너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 만드는 재활용 패션 디자이너 윤진선·채수경·홍선영

작업실에 다같이 모여 아이템 상의를 하고 있는 홍선영, 채수경, 윤진선씨(왼쪽부터).(좌) 명동 에이랜드에 꾸며져 있는 리블랭크의 진열대. 버려진 박스를 활용해 브랜드 로고를 커다랗게 그려넣었다.(우)


윤진선 >>> “최선의 재활용(recycle)은 재사용(reuse)과 복구(repair)예요. 다시 쓰는 것보다 중요한 건 버리지 않는 겁니다”
논노, 이신우, 제일모직 등 유명 패션 브랜드의 의상디자이너였던 윤진선씨(35)는 소모적이고 판에 박힌 기성 패션에 지루함을 느껴 재활용 리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둔 뒤 리폼 노하우를 담은 책 ‘폼나는 리폼’ 편집작업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재활용 패션 디자인을 시작했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독특하고 재미있는 여성복을 만드는 윤씨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제2의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 그는 “헌 옷을 해체한 뒤 새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시 쓰레기가 생기면 재활용의 의미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하면 모든 재료를 활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채수경 >>> “쓸데없는 고집이나 욕심을 버리는 것이 재활용의 시작이죠”
출판사에서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던 채수경씨(35)가 에코파티메아리에 참여한 건 자신에게 좀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원 재활용을 통한 재창조 작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그는 에코파티메아리에서 로고 디자인 등을 도맡았고 리블랭크에서도 제품 소개서 제작과 가방 디자인 등 그래픽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채씨는 “재활용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소비에 대한 관심이나 욕심이 많이 없어졌다”며 “재활용의 시작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며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영 >>> “버려지는 재료에 생명 불어 넣는 작업이 큰 즐거움을 줘요”
디자이너 브랜드 한승수의 디자이너였던 리블랭크의 막내 홍선영씨(26)가 재활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양한 재활용 재료의 매력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버려진 소파의 가죽, 구청에서 수거한 현수막, 헌 옷가지 등을 활용해 어느 의류 브랜드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홍씨는 “디자인을 먼저 한 뒤 그에 맞는 재료를 고르는 게 아니라 수거한 재료에 맞춰 디자인을 떠올리는 작업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성취감이 크다”고 말했다.

재활용 디자이너에게 배우는 헌 옷 이용한 재활용 리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 만드는 재활용 패션 디자이너 윤진선·채수경·홍선영

1 벽걸이형 수납함 셔츠의 단추를 모두 채운 상태로 소매와 셔츠 밑단 부분을 잘라낸 뒤 아랫부분을 박아 연결한다. 잘라내고 남은 셔츠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미리 이어둔 셔츠의 옆면을 연결한 뒤 앞뒷면 셔츠 속에 옷걸이를 걸면 벽걸이형 수납함이 완성된다.
2 삼각 보조가방 유행이 지난 청바지를 펼쳐놓고 허리부터 밑위까지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낸 뒤 뒷주머니를 뗀다. 위아래로 시작점을 다르게 해 지퍼를 달아주면 귀여운 삼각형 모양의 보조가방이 완성된다.
3 보조가방 작아서 못 입게 된 아이 청바지를 바지 허리부터 밑위까지, 무릎부터 밑단까지 자른 뒤 바지의 허리 부분과 잘린 종아리 부분을 이어 튼튼하게 바느질한 다음 나머지 3면은 뒤집어서 바느질한다. 남는 청바지 원단으로 원하는 길이의 손잡이를 만들어 붙여주면 보조가방이 완성된다.
아름다운가게의 재활용 디자인 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는…
국내 최초의 재활용 디자인 브랜드인 에코파티메아리는 아름다운가게와 신진 디자이너들이 힘을 합쳐 폐기처분된 소비재로 옷, 가방, 인형, 문구류 등의 토털 패션을 선보이는 브랜드. 옷은 아름다운가게에 기증된 중고 의류 중 팔 수 없는 것을 원단으로 사용하고, 가방이나 필통·명함집 등은 종로구청과 동대문구청에서 수거한 현수막이나 가림막, 수도권의 소파 천갈이 업체들에서 받아 오는 낡은 가죽을 이용한다. 아름다운가게의 제품들은 쌈지길 직영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1300k, 명동 에이랜드, 롯데백화점 본점 8층에 위치한 에코숍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의 02-743-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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