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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친환경 생활을 하자

생태 공공미술로 친환경 메시지 전하는 임옥상 화백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하는 Eco People

기획·신연실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8. 05. 13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 환경시계와 시청 앞 서울광장의 ‘STOP CO2’ 조형물을 만든 임옥상 화백. 친환경적인 공공미술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는 그를 만났다.

생태 공공미술로 친환경 메시지 전하는 임옥상 화백

‘밥은 곧 생명’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농부의 모습을 황토를 이용해 만든 부조 작품.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임옥상미술연구소를 찾아가면 3층 창가에 걸어놓은 커다란 물고기 조형물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이 물고기의 재료가 특이하다. 폐자재로 버려진 숟가락과 포크를 모아 물고기의 비늘을 입히고 이빨을 심었다. 건물 2층의 작업실 마당에서도 숟가락, 나이프, 포크로 만든 조형물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숟가락과 포크는 밥을 먹는 도구잖아요. ‘밥은 곧 생명’이라는 의미를 담아 만든 숟가락 연작입니다. ‘밥숟가락 놓았다’는 말은 곧 숨을 거뒀다는 뜻으로 쓰이니까요.”
숟가락으로 만든 임 화백의 작품 중에는 청와대 녹지원의 벤치도 포함된다. “대통령이 벤치에 앉아서 쉴 때 국민들의 밥그릇을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말한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도 그가 포크와 나이프로 날개를 달아준 소 한 마리가 버티고 있다. JSA 경비를 맡고 있는 스위스에서 의뢰해 설치한 작품이다.
생태 공공미술로 친환경 메시지 전하는 임옥상 화백

작업실 마당 한켠에 설치돼 있는 숟가락 연작 중 하나.(오른쪽)


밥과 생명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 전하는 화가 임옥상(58). 80년대에는 그의 이름 앞에 ‘민중 예술가’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90년대를 거쳐 세기가 바뀌면서 그 수식어가 공공미술가·환경예술가라는 말로 바뀌었지만, 근본적으로 임옥상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미술은 자연의 부름, 역사의 소리, 윤리의 외침에 귀 기울이는 작업”이라는 신념에 언제나 충실하다. 회화작가였던 그가 광화문 지하철, 경기도 화성 매향리, 녹색병원, 난타전용극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공공미술을 설치하기 시작한 것도 시대의 변화에 귀기울인 결과였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가 터졌을 때,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화가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미술관 안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미술관 밖으로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당신도 예술가’라는 프로그램이었죠.”
임씨는 그때부터 서울 인사동, 여의도 등 인파가 많은 거리로 나가 1주일에 한 번씩 시민들과 어울려 작품을 만드는 이 프로그램을 2002년까지 4년간 진행했다. “처음에는 경제 위기로 각박해진 세상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제가 더 많은 걸 배웠어요. ‘재능 있는 사람이 만들고 돈 있는 사람에게 파는’ 미술이 아니라 누구나 갖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과 감탄을 이끌어내는 공공미술에 눈을 뜨게 됐으니까요.”
임씨는 이때부터 사각의 벽에 갇힌 미술품들 앞에서 거드름만 피울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저는 충청도 촌사람이라 시골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리 와유, 와서 밥 한술 뜨고 가유’ 부르는 게 참 정겨웠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임옥상의 ‘이리 와유 미학’이다. 2003년 문화·환경·공간을 연구하는 시민모임 ‘문화우리’를 만든 그는 이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문화적 소통과 통합의 매개로서 미술을 실천하고자 애쓰고 있다. 2005년부터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초등학교를 찾아가 학교 공간을 새롭게 꾸며주는 환경개선 프로젝트 ‘예술사랑 문화나눔’도 진행 중이다.

생태 공공미술로 친환경 메시지 전하는 임옥상 화백

환경재앙에 대한 경고를 작품에 담는 임옥상은 작품의 소재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한지에 황토로 그린 그림. 시청 앞 서울광장에 서 있는 조형물 ‘STOP CO2’. 소외된 지역에 찾아가 미술을 전하는 프로젝트 ‘예술사랑 문화나눔’의 작품들.(왼쪽부터 차례로)


미술관 안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세상으로 뛰어나와 공공성과 사회성을 높이 외치는 그의 미술은 환경운동·지구보호의 메시지와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임씨는 환경운동연합·환경재단·아름다운가게의 행사에서 예술감독 및 코디네이터로 활동했고 서울시청 앞 서울 광장에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 ‘STOP CO₂’를 만들어 세웠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 있는 환경시계도 그의 작품. 멸종위기에 있는 천연기념물 205호 저어새를 테마로 만든 것으로, 지구의 환경이 완전히 파괴된 시각을 12시로 삼아 현재의 환경파괴도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 시계에는 매년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과 환경재단이 함께 발표하는 환경시각이 나오는데, 지난해 기준 전세계 환경시각은 9시 31분으로 ‘매우 불안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환경시각은 처음 만들 당시 9시 20분대였는데 지금은 5분 정도 늦춰져 15분대라고 합니다.”
생태 공공미술로 친환경 메시지 전하는 임옥상 화백

한동안 공공설치미술에 몰두했던 임옥상은 요즘 다시 회화 작품을 시작했다.(좌) 숟가락과 포크를 이용해 만든 조형물. 밥과 생명의 중요성을 의미한다.(우)


친환경 소재 이용한 조형 작품과 무장애 놀이터로 예술에 대한 경계 없애
생태 공공미술로 친환경 메시지 전하는 임옥상 화백

롯데백화점 앞 환경시계. 현재 지구의 환경시간은 ‘매우 불안한 수준’이다.(좌) 한강에서 수거한 재활용품으로 만든 작품 ‘한강에서 보물찾기’.(우)


환경 재앙에 대한 경고를 미술에 담는 그는 작품 소재 또한 친환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의도 한강둔치에 세운 조형물 ‘한강에서 보물찾기’는 한강에서 수거한 재활용품과 철로 만들었고, 전남 영암 구림도자센터에 만든 ‘세월’은 흙과 돌·감나무로 만든 작품이다. 서울 중랑구 원진녹색병원 엘리베이터탑 조형물에는 시멘트와 피그먼트, 각종 재활용품을 소재로 벽화도 그렸다.
“요즘 지자체에서 곳곳에 벽화를 많이 그리는데, 벽화는 소재를 신중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환경에 해가 됩니다. 우리나라는 기후 변화가 심한 곳이라 2년만 지나면 그림이 바래고 부식돼서 페인트의 원료인 중금속 카드뮴 등이 비산먼지가 돼 날아가거든요.”
이렇게 10년 가까이 공공미술을 진행하면서 그는 서울시와 정부를 상대로 자전거 전용 도로나 길거리 볼라드(불법주차를 막는 경계석)에 환경보호 메시지를 넣자는 건의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난해에는 아름다운가게재단에서 기증 받은 성금 등으로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무장애 놀이터’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만들었다. 올해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등 4곳에 무장애 놀이터를 만들 계획이다. 국회 내 놀이터는 바닥에 마사토를 깔고 폐자재로 만든 악기처럼 소리내는 놀이기구를 설치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건축할 예정이다.
“놀이터는 아이들이 오감을 이용한 놀이를 통해 감성을 키우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성장시키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시장의 벽을 허무는 것은 물론 작품 소재에 대한 제약도 뛰어넘고 싶어했던 그가 꿈꾸는 것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무너진 놀이터에서 모든 어린이들이 어울려 놀며 평화와 사랑을 배우는 일이다.
아름다운가게 용답 되살림터는...
아름다운가게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곳. 각 분야의 작가와 시민들이 기증한 물건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깔끔하게 손질한 뒤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 아름다운 가게 매장으로 보내는 일을 한다. 현재 30여 명의 활동가와 2백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2만여 점의 기증품을 처리해 서울과 수도권의 40여 개 아름다운가게 매장으로 배송한다. 용답 되살림터 앞에는 임옥상 화백이 버려진 숟가락으로 만든 꽃 조형물 ‘숟가락 하나 더 놓는 마음’이 설치돼 있다.
위치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 250-1 서울시2번자재창고 문의 02-2214-3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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