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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커피프린스 1호점’이 궁금하다 | 작가 인터뷰

방송계에 로맨스 바람 몰고 온 작가 이선미

기획·김명희 기자 / 글·남은주‘한겨레신문 기자’ / 사진·한겨레신문 제공

2007. 09. 20

소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저자이자 드라마 각색을 맡았던 이선미 작가. 요즘 가장 주목받는 로맨스 소설 작가인 그가 드라마에 얽힌 뒷얘기를 들려줬다.

방송계에 로맨스 바람 몰고 온 작가 이선미

7월 한 달을 돌아보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안방극장의 뒤편에는 이선미 작가(36)가 있었다. 로맨스 소설 작가인 그는 지난 8월 초 막을 내린 KBS 수목드라마 ‘경성 스캔들’과 ‘커피프린스 1호점’의 원작자다. 특히 ‘커피프린스 1호점’은 그가 이정아라는 필명으로 각색까지 한 작품.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사랑이야기’를 상상하고, 꽃미남들을 ‘왕자다방’에 모은 그는 99년 신영미디어 공모전으로 등단한 뒤 8년 동안 로맨스 소설 20편을 내면서 소재나 배경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는 1만 명의 독자가 전체 시장을 움직이는 로맨스 소설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기도 했다.
“양날의 칼이에요. 로맨스 소설의 전형성이 독자들의 권태를 부추기기도 하지만 전형성이 빠지면 외면당하죠. 작품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데 ‘커피프린스…’에서는 로맨스 소설과 순수문학 사이에 있는 일본 대중소설 같은 느낌을 추구했어요.”

‘커피프린스 1호점’ 원작은 한결과 은찬이 연인이 되며 끝났지만 극중에서는 무르익은 연애 그려져
하지만 그는 로맨스 소설은 작가의 자기만족이 큰 장르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캐릭터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드라마 ‘경성스캔들’의 원작 ‘경성애사’의 선우완이나 ‘커피프린스…’의 한결 등 그의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강인한 남자를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이 반영됐다는 것. 그런 그들이 드라마에서는 어김없이 가볍고 경쾌한 인물로 탈바꿈했다. 작품의 원래 캐릭터를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고집하는 원작자도 있지만 이 작가는 “원작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면 뭘 해도 상관없다”며 PD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라고 한다.
“‘경성 스캔들’의 강지환씨(선우완)는 소설보다 세련된 이미지였다면, 공유씨(최한결)는 영락없이 그 사람이었어요. 청년 같고 소년 같고 남자답고 까칠하고…. 주인공이 공유씨로 결정된 뒤로는 계약서에 사인도 안 했는데 공유씨만 염두에 두고 극본을 쓰게 되더라고요.”
‘커피프린스…’는 그에게 그저 ‘소설을 말로 풀어내는 일’만은 아니었다. 소설은 은찬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 한결이 다툼 끝에 정식으로 연인관계를 맺는 데서 끝난다. 따라서 그 이후부터는 온전히 드라마를 위해 새로 창작한 부분이다.
“소설은 한 권이 넘어가게 될 것 같아 급하게 끝맺은 아쉬움이 있었어요. 새로운 창작분에서는 주인공들의 연애가 무르익으면서 사랑의 여러 고비와 국면을 좀 더 상세하게 그릴 수 있었죠. 또 소설에서는 한결이 갑자기 변하는 것처럼 나오지만 드라마에서는 내재된 감성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과정이 나오는 것도 다른 점이고요.”
원작자, 각색자의 역할을 해본 그에게 가장 몸에 맞는 옷은 무얼까? 이선미 작가는 ‘커피프린스…’ 이후에는 아예 원작 없는 대본 작업에 손대볼 계획이라고 한다.
“삼각, 사각 관계의 중독성 있는 멜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결혼요? 읽던 소설을 덮어두고 만나러 나갈 정도의 사람이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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