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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성공 화법

‘단 한 번 만남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비결’

8년 연속 보험왕 출신 임한기씨가 들려준~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7. 06. 21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일을 시작한 첫 해부터 8년 연속 보험판매왕을 차지한 임한기씨. 그는 모든 만남을 ‘마지막 만남’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단 10분 만에 4백 건 계약 기록을 세우기도 한 임씨가 짧은 만남을 소중한 기회로 만드는 노하우를 들려줬다.

‘단 한 번 만남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비결’

임한기씨는 설득하는 데 있어서 “말은 짧을수록 좋다”고 말한다.


보험 관련 재무 컨설팅회사 이너엘디시의 CEO 임한기씨(39)는 보험 설계사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98년 한 보험사에 입사한 그는 첫 해부터 판매왕을 차지했고 8년 연속 같은 상을 수상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생명보험 전문가들로 구성된 ‘백만 달러 원탁회의(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 회원이기도 하다.
보험 설계사로 일하는 동안 1주일에 20건 이상 계약을 체결했을 만큼 높은 실적을 올렸던 임씨가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지난 2002년 단 10분 만에 4백 명을 종신보험에 가입시킨 일.
“하사관 후보생 7백 명이 훈련받는 곳에 찾아가 보험 설명회를 한 뒤 세운 기록이에요. 사실 그곳은 그전에 두 명의 동료가 방문했다가 한 번에 한 건씩, 단 두 건의 계약만 체결한 채 돌아온 곳이었어요. 모든 후보생이 혈기 왕성한 20대이기 때문에 30, 40대 직장인이 주로 가입하는 종신보험을 파는 게 쉽지 않았죠.”
하지만 임씨는 이들이야말로 종신보험이 꼭 필요한 고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하사관을 자원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병보다 많은 월급을 받기를 원하는 어려운 가정의 자녀일 거라고 짐작했다. 문제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사람일수록 여간해서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점. 게다가 고된 군사훈련을 마친 뒤 자신을 만나는 후보생들이 보험 설명에 귀를 기울여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상품에 대해 길게 설명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왜 보험이 필요한지를 간단히 얘기하자고 마음먹었죠. 설명회장에 들어가자마자 후보생들에게 일단 모두 일어나 큰 소리로 ‘어머니’를 외치자고 했어요. 그러고 나서 자식을 군에 보내놓고 노심초사하고 계실 어머니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는 바로 “만약 자식이 다쳤는데 돈이 없어 손도 쓰지 못한다면 부모 마음이 어떻겠느냐”며 “월급의 10분의 1씩만 모으면 부모의 슬픔을 막을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효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몇 건의 보상 사례를 들려주며 설명을 마치자 하사관 후보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서 4백 명이 종신보험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보험 영업을 하려면 흔히 한 사람을 여러 번 만나 긴 시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은 여러 번 만난다고 찾아오는 게 아니죠.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 설득하는 영업 방법을 임씨는 ‘통합 프레젠테이션’이라고 불렀다. ‘통합 프레젠테이션’ 비법을 개발한 덕분에 그는 보험 세일즈맨으로 활동하는 동안 늘 일주일에 20건 이상씩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임씨가 통합 프레젠테이션 방식의 영업을 하게 된 것은 절박한 사정 때문.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보험사에 취직했을 때 그의 업무는 영업직이 아니라 사무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객서비스팀에서 4년쯤 일한 뒤 임씨는 회사를 그만뒀다. 어린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어릴 때부터 제 장래 희망은 한의사였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정환경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일반 학과에 진학하고 취직했던 거예요. 졸업 뒤 열심히 일한 덕에 집안이 안정되니 다시 어릴 적 꿈이 생각나더라고요.”

어려운 가정환경 극복 위해 짧은 시간에 여러 명 사로잡는 ‘통합 프레젠테이션’ 비법 개발
‘단 한 번 만남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비결’

임씨는 수능 공부에 매달렸고, 마침내 한의대 합격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또 한 번 꿈을 접어야 했다고 한다.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졸지에 수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공부를 하는 대신 돈을 벌어야 했다. 그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회사에서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라고 제안했지만, 임씨는 영업직을 선택했다. 월급만으로는 한 달 이자만 3백만원이 넘는 빚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보험 영업에 대해 제대로 교육 한 번 못 받은 채 현장에 나갔어요. 미친 듯이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지만 아무리 부지런하게 움직여도 하루에 네댓명 이상 만나기 어렵더군요. 이런 식으로 해서 언제 빚을 다 갚을까 생각하니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때 떠올린 것이 한 번에 많은 사람을 만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짧고 압축적으로 프레젠테이션하는 방법을 택했다.
“말은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죠.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길어지면 상대를 지루하게 만드니까요. 저는 사무실에 찾아가 직원들에게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한 뒤 5분 안에 모든 설명을 끝내고, 나머지 5분 안에 계약을 체결했어요.”
‘10분 프레젠테이션’ 덕분에 그는 보통 세일즈맨들이 영업을 꺼리는 아침시간에 큰 계약을 많이 성사시켰다고 한다. “업무 시작 전에 커피 마시는 시간 10분만 내달라”고 하면 쉽게 고객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제게 10분만 시간을 주십시오’라는 말이 마법의 열쇠였던 것 같아요. 2년 6개월 만에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죠.”
보험 영업을 하는 동안 8만 여명의 사람을 만나며 숨 가쁘게 살았다는 임씨는 지난 2005년 퇴사한 뒤 보험 관련 재무 컨설팅회사 ‘이너엘디시’를 세웠다. 일에 열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아내, 올해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최근엔 자신이 보험 영업을 하면서 얻은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담은 책 ‘평생 단 한 번의 만남’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가르치려 하지 말고 도우려 하라’ ‘구걸하지 말고 당당하라’ ‘적절한 질문을 통해 칼자루를 쥐라’ ‘준비되지 않았다면 시작하지 말라’ 등 현장에서 발로 뛰며 체득한 말하기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진실함이 배어나오는 태도를 갖는 것이라고.
“가장 강력한 언어는 진실에서 우러나오는 언어입니다. 인위적으로 포장된 말은 힘이 없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이 평생 단 한 번의 소중한 만남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런 자세로 진심을 전한다면 상대방을 감동시키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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