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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행복일기

세 살배기 딸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부부만화가 양영순·차차심

글·구가인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7. 01. 24

‘누들누드’ ‘아색기가’ ‘천일야화(1001)’ 등으로 잘 알려진 만화작가 양영순씨와 그 아내 차차심씨. 두 사람은 얼마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차차심씨의 육아만화 ‘꽁심이’를 통해 부부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양영순·차차심 부부를 만나 세 살배기 딸 휘모와 함께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 꽁심엄마 차차심
세 살배기 딸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부부만화가 양영순·차차심

세 살배기 딸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부부만화가 양영순·차차심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약 2년간 아이의 탄생부터 성장과정을 재미있게 그려 인기를 모았던 만화 육아일기 ‘꽁심이’. 그런데 만화가 이름이 차차심? 살짝 촌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이 이름은 본명일까.
“차차심은 원래 제 시어머니 성함이에요. 어머니도 호적상 이름은 다른 걸 쓰시는데 고향에서 친구들끼리 부르시던 이름이래요. 만화가 누구누구의 아내로 먼저 이름을 알리는 게 싫어서 예명을 사용했어요.”
만화가 차차심씨(34·본명 신동현)의 남편은 ‘누들누드’ ‘아색기가’ ‘기동이’그리고 얼마 전 낸 ‘천일야화(1001)’ 등 히트작을 가진 인기 만화가 양영순씨(35). ‘꽁심이’의 연재 마지막 회 즈음, 만화와 함께 가족사진이 오르자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는 ‘차차심이 양영순의 아내’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됐다. 사실 남편 양영순씨는 아내의 만화가 데뷔를 처음엔 반대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는 데 지장이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아내가 만족하는 것 같아서 좋아요.”
두 사람은 고3과 고2이던 89년 화실에서 처음 만났다. 입시를 두 달 남겨놓고 그림 그리고 싶다며 찾아온 양영순씨를 “남들 1년 그리는 만큼 무섭게 그리던 공부 잘하는 오빠” 정도로 생각하던 차차심씨와 달리, 그는 처음부터 아내를 ‘찍었다’고 한다.
“성격 완전 다르죠. 전 목소리 크고, 남편은 작고. 저는 막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고, 남편은 방안에 틀어박혀 책 보면서 생각하는 타입이고….”
“저는 속으로 좀 쌓아놓는 게 많고 표현을 잘 안 하는 타입인데 아내는 반대로 투명하다고 할까요. 사람이 맑아서 좋았죠. 이해심도 많고.”
차차심씨는 몇 년간 계속된 양영순씨의 노골적이진 않지만 속 깊은 구애로 마음을 열게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은 3년간의 열애 끝에 2000년 결혼했다. 성격은 정반대이지만 둘다 큰소리 내는 걸 싫어해 크게 싸워본 적이 없다는 이 커플은 결혼 후 4년 뒤에 휘모(3)를 낳았다.
“휘모를 낳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딱 둘이 좋은 거 같은데 아이가 생기면 관계가 흐트러질 것 같아서요. 그래서 아이 낳는 걸 미뤘는데 셋이 되니 더 좋은 거 같아요. 이제는 셋이 너무도 완벽한 것 같아서, 둘째를 낳아도 될지 고민이에요(웃음).”(차차심)

둘. 원조 꽁심이, 휘모
세 살배기 딸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부부만화가 양영순·차차심

세 살배기 딸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부부만화가 양영순·차차심

만화가 양영순(오른쪽)·차차심(왼쪽) 부부. 차차심씨의 만화를 통해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아빠, 휘모가 여기서 기다릴게요.” “아빠, 휘모가 보고 싶었어요.”
집 아래층 작업실에서 일을 마치고 온 아빠에게 깜찍한 눈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네는 이 아이는 ‘꽁심이’의 주인공 휘모. 세 살배기 휘모는 이런 사랑스런 멘트로 아빠를 살살 녹인다. 휘모는 결혼 후에도 한동안 아이를 낳지 않는 아들 부부에게 차마 말은 못하고 손자를 간절히 바라던 할아버지가 일찌감치 지어놓은 이름이라고 한다. 음을 먼저 지어놓고 빛나는 털(輝毛)이라는 뜻은 아빠 양영순씨가 지었다고.
“원래는 ‘빛나는 어머니’(輝母)로 하려고 했는데, 이름이 너무 무거우면 안 된다면서 남편이 털로 바꿨지요.”
2004년 6월에 태어난 휘모는 활동적인 엄마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여기저기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집 근처 놀이공원에 연간 회원권을 끊어 다녀요. 전시회며 체험학습장에도 될 수 있으면 많이 데려 가려고 해요. 얼마 전에는 ‘인체의 신비전’이라는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심장, 힘줄, 근육, 뼈, 해골 같은 단어를 배워 와서는 막 써먹더라고요. 동물원에서 염소가 새끼 낳는 걸 보고 와서는 ‘엄마 똥꾸멍에서 (염소가) 뽕 나왔어. 나도 똥구멍에서 뽕 나왔지.’ 그러더라고요(웃음). 보고 경험하는 게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차차심씨는 휘모를 기르면서부터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과 새로운 만남을 많이 갖게 됐다고 한다.
“출산 후에 같은 일을 하는 친구가 더 잘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하고, 뒤처지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잠시고 얻는 게 많아요. 아이가 아니었으면 못했을 경험들을 많이 했고요. 하다못해 체험학습장 같은 곳에 휘모가 아니면 어떻게 갈 수 있었겠어요. 또래 엄마들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도 생기고요. 저는 무엇이든 행복하자주의인데, 아이 덕에 더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게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차차심씨는 아이가 “뭐를 하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한다.
“저는 만화가가 돼도 좋을 거 같은데 아빠는 음악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대요. 어쨌건 요즘에는 꿈이 없는 아이들도 많잖아요. 저는 휘모가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알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길 바라요.”

셋. 꽁심아빠 꽁사마, 양영순
세 살배기 딸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부부만화가 양영순·차차심

아빠 양영순은 대표적인 인기 만화가다. ‘누들누드’ ‘아색기가’ 등으로 인기를 끈 그는 지난해 ‘아라비안나이트’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천일야화(1001)’로 2006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받았다. 기존 작품들에서 기발한 성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네 컷 만화로 인기를 끌었던 그에게 ‘천일야화(1001)’는 처음 해보는 온라인 만화였다.
“스포츠 신문에서 콩트식 만화를 오랫동안 그리다보니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 도전하게 됐어요.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기보다는 드라마가 강한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어요. 1001(‘천일야화’의 온라인 작품제목)은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상을 주신 건 더 잘하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예의 그 발랄한 성적 상상력이 담긴 작품을 기대했건만 이번 작품에는 성적인 코드가 담겨있지 않다. 일부러 자제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제 만화에 들어있는 어떤 감수성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예전에는 내지르는 방식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다른 표현방식을 찾게 된 거죠. 이제는 말초적 욕망보다는 판타지가 있는 서사 드라마에 더 관심을 갖게 돼요.”
작품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하루에 두 시간씩은 꼭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 양영순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확실히 세상을 보는 눈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이의 탄생은 부모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책임감이 커졌다고 할까요, 행동도 함부로 하지 않게 되고요. 나중에 내 아이가 아빠의 만화를 보게 됐을 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양영순)
“앞으로 아이가 어떻게 속 썩일지 모르니까 100% 확신할 수 없지만(웃음)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건 정말 감사해야 할 일 같아요. 제 경우는 휘모 덕에 만화가가 됐고요. 아이 덕에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아요. 종종 휘모한테 말하곤 해요. ‘태어나줘서 고마워’.”(차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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