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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새연재 | 이제 친환경 생활을 하자!

엄마와 자녀가 함께하는~ 난지도 환경 생태 여행

기획·송화선 기자 / 글·장옥경 / 사진·조영철 지호영 기자

2006. 11. 13

쓰레기 산의 대명사였던 난지도가 환경 생태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이 바로 그곳. 주부 장옥경씨(44)가 딸 정빈이와 함께 월드컵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토요 가족 자연관찰회’에 다녀왔다.

엄마와 자녀가 함께하는~ 난지도 환경 생태 여행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을 가득 수놓고 있는 억새. 아이와 함께 탐스럽게 피어난 억새밭 사이를 걸으며 가을의 낭만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오른쪽)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붉은 옷을 입은 축구팬들이 몰려드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은 갖가지 나무와 억새가 가득한 서울 시민들의 휴식처다. 이곳이 지난 78년부터 15년 동안 서울의 쓰레기를 모아 매립한 ‘난지도’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90년대 중반부터 환경복원사업이 시작되면서 악취와 해충의 대명사이던 ‘난지도’가 환경 생태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딸과 함께 공원 생태탐사에 나섰다. 매주 토요일 월드컵공원 내 ‘평화의 공원’에서 열리는 ‘토요 가족 자연관찰회’에 참가한 것이다.
“한때는 서울시내 쓰레기가 모두 쌓여있던 ‘쓰레기 산’이었는데 지금은 아름다운 공원이 된 곳에 가자”고 하자 지난 여름방학 동안 엄마를 도와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본 적 있는 정빈이(서울 명덕초등학교 4학년)는 그 냄새가 기억나는 듯 얼굴부터 찡그렸다. 엄마를 따라나설 때까지 ‘마스크 가져가야 하는 거 아냐’라며 영 가기 싫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월드컵공원 입구에 들어섰을 때 아이가 한 첫마디는 “엄마, 여기가 진짜 쓰레기 산이었던 곳 맞아?”였다. 악취는커녕 각종 나무와 풀, 연못이 어우러진 초록 낙원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이젠 누가 여기를 쓰레기 산이라고 하겠니?”
‘토요 가족 자연관찰회’에 참가한 20여 명의 다른 가족도 같은 표정이었다.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 없으면 아름다움도 곧 사라진다는 걸 배워
‘토요 가족 자연관찰회’는 지도교사와 함께 평화의 공원을 돌며 공원의 역사를 배우고 신기한 식물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도를 맡은 이준기 선생은 먼저 난지도의 역사에 대한 궁금증부터 풀어줬다.
“30~40대 분들은 대부분 난지도를 쓰레기 산으로 기억하지만, 원래 난지도는 한강 위에 떠 있던 아름다운 섬이었어요. 난초와 지초같이 그윽한 향기가 나는 온갖 꽃이 철 따라 피어나 이름도 ‘난초 란(蘭)’과 ‘지초 지(芝)’를 합쳐 불렀을 만큼 이름난 ‘꽃섬’이었죠.”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서울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쓰레기를 매립할 장소를 찾던 정부가 70년대 말 이곳에 쓰레기를 모아 버리기 시작하면서 아름답던 섬이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는 역사를 들려주자 정빈이는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때부터 난지도는 먼지·악취·파리가 많은 ‘삼다도(三多島)’라는 악명을 얻게 됐고, 쓰레기 더미에서 생긴 매립가스에 불이 붙어 폭발사고가 빈번하는 서울시의 골칫덩어리가 됐다고. 이 선생은 지난 96년 복원사업 이후 난지도가 다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찾게 됐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20여 분의 사전 강의가 끝나자 본격적인 체험학습이 시작됐다.
처음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평화의 공원 관리사업소 앞에 있는 모과나무. 가을 햇살 속에서 노란 모과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모과나무는 네 번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봄에는 연보라색 꽃이 피는데, 아주 예쁘거든요. 누구든 그 꽃을 보면 ‘저렇게 예쁜 꽃도 있나’ 하며 첫 번째 놀라죠. 그런데 그 꽃이 지고 나면 아주 못생긴 모과가 달려요. ‘세상에. 저렇게 예쁜 꽃에서 이렇게 못생긴 과일이 열리다니’ 하며 두 번째 놀라는 거죠. 그런데 냄새를 맡아보면 감탄할 만큼 향기롭거든요. ‘모양은 저래도 향기는 좋네’ 하며 세 번째 놀라고, 향기에 반해 먹어보면 아주 맛이 없어서 네 번째 놀란다고 합니다.”
이 선생의 재치있는 설명에 참가 가족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와 자녀가 함께하는~ 난지도 환경 생태 여행

쓰레기 매립지에서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신한 공원 곳곳을 둘러보며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엄마와 자녀가 함께하는~ 난지도 환경 생태 여행

자작나무, 계수나무, 산딸나무 등 여러 나무를 둘러보며 생태학습은 물론 산림욕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발길을 옮겨 두 번째로 만난 나무는 ‘살아서도 천년, 죽어서도 천년’이라는 별명을 가진 주목나무. 잎이 뾰족뾰족한 침엽수인 이 나무는 열매와 겉껍질이 모두 붉어서 붉을 주(朱)자가 붙은 ‘주목’이 됐다고 한다. 자라는 기간이 하도 더뎌서 60~70년을 자라도 둘레가 불과 2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명력은 아주 강해서 나무를 잘라도 여간해서는 썩지 않는다. ‘살아서도 천년, 죽어서도 천년’이라는 별명은 이 때문에 붙여진 것. 맛이 달착지근하다는 이 선생의 설명에 아이들은 앞다퉈 앵두만 한 빨간 열매를 따먹어보았다. 하지만 독성이 있어서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평화의 공원 생태체험은 이처럼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선생은 은행나무 앞에 다다르자 아이들에게 즉석 퀴즈를 하나 냈다.
“왜 이 나무의 이름이 은행나무인지 맞춰볼 사람?”
한 부모가 “은행 알맹이를 싸고 있는 딱딱한 껍질이 하얀 빛이어서”라고 대답하자, 이 선생은 “맞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누런 겉껍질 안에 있는 가운데 껍질의 색깔이 하얘서 은 ‘은(銀)’자와 살구 ‘행(杏)’자를 붙여 은행이라고 지었다는 것. 이 선생은 은행잎을 한 잎 따서 3분의 1 지점에 구멍을 뚫고 줄기를 넣어 뒤로 뺀 뒤 잎의 양 옆을 찢어 동물 모양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13만5천 평 공원 돌며 그동안 몰랐던 다양한 식물 생태 배워
다음에 만난 것은 무궁화. “오늘 생태체험에서 배운 것 가운데 다른 건 다 잊어버려도 우리나라 꽃이 왜 무궁화인지는 알고 가야 한다”며 이 선생은 아이들을 둥글게 둘러서게 했다. 이 꽃에 ‘무궁화’라는 이름이 붙은 건, 여름부터 가을에 서리가 내릴 때까지 꽃이 끊이지 않고 무궁무진하게 피고 또 피어서라고. 이 선생은 “무궁화는 질 때면 스스로 꽃잎을 오므려 돌돌 말아 떨어지기 때문에 피어날 때뿐 아니라 질 때도 아름다운 꽃”이라며 “끝없이 피어나는 모습이 우리 민족의 기상을, 아름답게 지는 모습은 고고한 자존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확대경으로 무궁화꽃의 씨앗을 들여다보자 마치 사자 얼굴과 같은 긴 수염이 솟아 있었다.
무궁화처럼 꼭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며 이 선생이 일행을 인도한 곳은 공원 안에 조성돼 있는 소나무 숲. 그윽한 솔향기가 풍겨오자 가을 더위가 부드럽게 씻겨나가는 듯했다.
“소나무는 어디 한 군데 버릴 것이 없는 아주 요긴한 나무예요. 잎은 향취가 있고 항균작용이 강할 뿐 아니라 오장육부를 맑게 해주는 기능이 있어서 옛날부터 약으로 쓰였고, 나무는 궁궐이나 사찰의 서까래를 만드는 목재로 사용했죠. 소나무의 뿌리 주변에서는 귀한 송이버섯이 자라나요.”
이날 20명의 참가자들은 이 선생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13만5천 평에 조성된 평화의 공원 숲을 거닐었다. 우리 조상들이 단오날 머리를 감았던 창포뿐 아니라 자작나무, 계수나무, 산딸나무, 감나무 등 책과 동요 등에서 이름만 들어보았던 여러 나무를 둘러보며 자세한 생김새와 냄새까지 관찰했다.
특히 아이들은 달 속에서 전설의 토끼 한 마리와 함께 자라고 있다는 계수나무를 직접 보며 무척 즐거워했다. 나뭇잎에서 솜사탕같이 달콤한 냄새가 난다며 직접 ‘사탕나무’라는 별명을 붙여주는 아이도 있었다.
평화의 공원 환경체험은 2시간 정도 진행됐지만 정빈이는 이날 깨달은 환경의 소중함을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자신의 노력이 있으면 버려진 땅도 아름다운 공간으로 살려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환경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하는 눈치다. 환경 생태 공원으로 거듭난 난지도가 ‘꽃섬’ 명성을 되찾고 생태의 보고로 계속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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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공원 ‘생태학습 프로그램’

월드컵공원에서는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을 위한 다양한 생태학습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평화의 공원에서 ‘토요 가족 자연관찰회’가 열리며, 매주 월요일·수요일·금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30분에는 하늘공원에서 ‘하늘교실’이 진행된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는 평화의 공원에서 나무알기 프로그램인 ‘나무교실’이 열리며, 토요일·일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에는 ‘조류탐사교실’도 진행된다. 매주 목요일·일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에는 하늘공원에서 ‘곤충교실’이 열린다. 각 프로그램은 정원이 20여 명으로 선착순 마감되며, 소요시간은 1시간 30여 분이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는다. 겨울에는 프로그램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미리 문의해야 한다.
문의 02-300-5541 http://worldcuppark.seoul.go.kr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 환경보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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