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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명문대 총장의 조언

서강대 손병두 총장이 들려주는 “아이 글로벌 인성교육 & 글쓰기교육”

글·이남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6. 10. 24

‘작지만 강한 대학’. 서강대를 소개할 때마다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타 명문대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46년의 짧은 역사 동안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서강대 개교 이래 신부가 아닌 평신도 출신 첫 총장이 된 손병두 총장을 만나 ‘어린 시절 인성교육, 글쓰기교육’등 교육법에 대해 상세히 들었다.

서강대 손병두 총장이 들려주는 “아이 글로벌 인성교육 & 글쓰기교육”

서강대가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재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손병두 총장(65)이 지난해 8월 서강대 역사상 신부(神父)가 아닌 평신도 출신 첫 총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97년부터 6년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그는 경영인다운 마인드로 서강대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교수들의 실적을 평가해 등급을 매겨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경쟁원리를 학교에 적극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취임 1년 만에 무려 2백60억원의 발전기금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서강대가 지난 8년간 모은 1백50억원의 2배 가까운 액수다.
그는 취임 당시 “4년간 무보수로 일하며 1천억원의 학교 발전기금을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총장직을 ‘인생을 마감하는 하산길’에 비유하며,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교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아들의 결혼식을 치른 뒤 축의금 2천만원을 학교에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월급 0원’ 총장의 활약에 많은 사람이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40여 년의 직장생활을 마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간절히 소망해왔어요. 2004년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을 맡으며 그 꿈이 마침내 이뤄졌죠. 사도직 활동을 하며 뿌듯함을 느끼던 어느 날, 하느님은 서강대의 비(非)신부 출신 첫 총장으로 일하라는 또 다른 소명을 주셨어요. 지금껏 쌓아온 경영 노하우와 지혜를 쏟아서 교육에 투신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서강대 손병두 총장이 들려주는 “아이 글로벌 인성교육 & 글쓰기교육”

손병두 총장은 영어졸업인증제를 도입하고 영어전용기숙사를 마련하는 등 글로벌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강대 손병두 총장이 들려주는 “아이 글로벌 인성교육 & 글쓰기교육”

서강대 캠퍼스에서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손병두 총장.


총장이 된 후, 이러한 염원에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이 저를 감동시켰어요. 서강대와 아무 인연이 없는, 경남 진해의 한 가정주부가 선뜻 60만원을 보내주셨고, 취임식 땐 중소기업을 하며 자수성가한 가톨릭 최고경영자과정의 한 동문이 거금 10억원을 쾌척하셨죠. 서강대에 합격해 꿈에 부풀었으나 입학식에도 오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가버린 아들을 기리며 9년째 후원금을 보내주신 학부모도 계시고요. 한 동문은 지병으로 세상을 뜨기 직전, 1억원을 학교에 내놓고 싶다며 제게 연락을 주셨어요. 여교수들은 재활용품을 팔아 모은 돈 2천만원을 선뜻 내놓았고, 노조는 임금협상을 학교 측에 일임하는 등 교직원들의 학교 살리기 열정도 뜨거웠습니다.”
처음엔 경제인 출신인 그가 어떤 교육철학을 갖고 대학을 이끌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손 총장은 자신을 ‘돈 끌어모으는 CEO’로만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젊고 발랄하며 영민한 학생들과 지내다보니 생활에 활력이 넘친다”는 그는 자신의 교육적 소신을 밝혔다.

해외봉사활동 적극 권장, 봉사로 더 큰 진리 배울 수 있어
“먼저 인성과 인품을 갖춘 사람으로 키우고자 합니다. 아무리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기본적인 품성을 갖추지 못하면 사회는 각박하게 변하고 맙니다. 제가 서강대에 ‘사회봉사인증제’를 도입한 것도 학생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서죠. ‘사회봉사인증제’란 학생들이 어느 단체에서 얼마간 봉사활동을 했을 경우, 총장이 직접 인증해주는 제도입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듣는 데서 나아가 봉사를 실천함으로써 더 큰 진리를 배울 수 있어요. 두 번째 교육목표는 국제적 리더십을 갖춘 인재로 키우는 것입니다. 글로벌 인재란 누구에게나 다가설 수 있을 정도의 열린 마음과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죠. 이번 여름방학에 수십 명의 서강대 학생들이 캄보디아에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왔는데, 앞으로도 해외봉사활동을 적극 권장할 생각입니다. 세 번째,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실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려고 합니다. 어떤 분야건 전문가가 각광받는 시대니까요.”
그는 ‘대학의 국제화와 학생의 인성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가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직접 실천한 것은 바로 ‘인사하기 운동’이다. 교직원, 학생 등 그 누구와도 마주치기만 하면 먼저 인사를 건넸다는 그는 “이젠 학생들이 멀리서 달려와 인사를 한다”고 뿌듯해했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되려면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돼야 합니다. 인사는 모든 일의 시작이자 기본이죠. ‘인사하기 운동’을 펼침으로써 학교 분위기도 밝아지고, 학생과 교수들과의 거리도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대학에서나 가정에서나 전인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국제인성교육원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독지가로부터 기증받은 경기도 가평 현리의 5만 평 부지에 국제인성교육원을 짓기 위해 현재 한 기업체와 논의 중이라는 것. 국제인성교육원이 완공되면, 1학년생 전원이 그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고 장애인 돕기 등 봉사활동을 실천하게 된다.

서강대 손병두 총장이 들려주는 “아이 글로벌 인성교육 & 글쓰기교육”

서강대 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손병두 총장의 가족들.


서강대는 엄격한 학사제도로도 이름나 있다. FA 제도(학점의 2배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주는 것) 때문에 학생들은 쉽게 수업을 빠지기 어렵다. 여기에 손병두 총장이 올 신입생부터 영어졸업인증제를 도입하면서, 졸업여건은 더욱 강화됐다. 학생들은 ‘영어전공’ 강의를 의무적으로 3과목 이상 들어야 하며, 어문계는 토익 850점, 인문사회계는 800점, 자연계는 700점이 넘어야 학사모를 쓸 수 있다. 손 총장은 “외국어 능력이야말로 글로벌 인재가 되는 기본요건”이라며 “언어 습득은 곧 ‘땀의 함수’”라고 강조했다.
“저도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 43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영어 때문에 혼이 났지요. 수업이 끝나면 저는 늘 랩실로 달려가 귀를 고문할 정도로 영어 테이프를 들었어요. 그 덕분에 무사히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죠.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일정 시간 이상 외국어에 노출돼 있어야 그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꾸준히 많은 시간 공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요. 저는 요즘도 오전 6시에 일어나 10분씩 외국인과 전화통화를 해요.”
손 총장이 추구하는 ‘글로벌 전략’은 학교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올해부터 기존 기숙사 중 2개 층을 영어 전용층으로 전환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현재의 기숙사 외에도 국제 학사를 신축할 예정이며, 이곳에서는 영어만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 세계 2백26개 예수회 대학과의 국제화 네트워크도 탄탄히 구성돼 있어, 많은 서강대 학생들이 해외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는 기회를 갖는다.
외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도 ‘무분별한 조기 유학’은 반대한다. 특히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할 미성년자가 홀로 외국에서 학교를 다닐 경우, 영어 실력을 높일지는 몰라도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에도 좋은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많으니 적극 활용하면 된다”며 “부모가 방학 때 자녀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 아이의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제안했다.

“컴퓨터를 공동공간에 두어, 아이들이 유해 인터넷 사이트 이용하지 않도록 하세요”
서강대 입학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강도 높은 글쓰기 교육을 각오해야 한다. 서강대 1학년생은 누구나 ‘읽기’ 수업을 수강하며, 2주일에 한 번씩 두 편의 글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학생들이 읽어야 할 글은 고전으로 꼽히는 사회과학서적이나 유명 단편소설이 주류를 이룬다. 학생들이 제출한 독후감에 대해 국문과 강사들이 직접 코멘트를 달고, 함량미달의 글을 써낸 학생은 강사와 직접 면담을 해야 한다. 손 총장은 “서강대의 독서 및 글쓰기 교육 전통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독서교육법에 대해 소개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기 마련입니다. 부모는 책 한 권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도 저절로 배우기 마련입니다. 집에 책을 많이 갖다 놓으면 아이들은 책을 자연스럽게 가까이하게 돼요. 저는 아이들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늘 책을 선물했어요.
TV를 끄는 것도 중요한 교육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집은 아이들이 고3 때까지 TV를 벽장 속에 넣어두었어요. 중독성이 강한 TV를 보며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아이들은 책과 더 가까이 지낸 것이죠.”
초·중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손 총장은 “컴퓨터를 공동공간에 두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컴퓨터를 개인방에 둘 경우, 아이가 밤새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일일이 체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가 현명하게 가정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녀의 인터넷 중독이나 TV 중독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서강대는 1학기 수시모집에서 1백67명 선발에 모두 7천7백65명이 몰려 평균 46.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8.8대 1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서강대 입학전형에서 특히 논술시험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강대 논술시험은 계열별(인문사회계열, 경제·경영계열, 자연계열)로 다른 유형의 지문을 제시하는데, 다른 대학에 비해 문제의 발문이 길며 요구하는 논점이 복합적이고 다양한 편이다. 한 문항에 많게는 4개의 제시문이 나오는 만큼, 학생들은 짧은 시간에 논제를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부모는 어떻게 어린 시절부터 아이의 논술능력을 길러줄 수 있을까. 손 총장은 “초등학생 자녀가 일기를 쓰는 데 재미를 붙이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글쓰기 능력은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아이가 자유롭게 자신이 경험한 것을 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무언가를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재미가 있고, 재미가 있으면 더 열심히 하잖아요. 아이들은 ‘오늘은 일기에 뭘 쓸까’ 하고 고민하는데, 부모가 매일 즐거운 이벤트를 만들어 ‘쓸 거리’를 충분히 만들어주는 것도 좋고요. 일기를 열심히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논술능력도 길러집니다.”
서강대는 흔히 ‘문사철(文史哲)’이 강한 대학으로 인식돼왔다. 여러 석학들이 인문학적 전통을 이어왔고, 이른바 ‘서강학파’로 불리는 경제학자들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손 총장은 이에 덧붙여 “자연과학대와 공과대의 활약을 주목하라”고 당부했다.
“서강대에 곧 우주의 생성원리를 규명하는 양자시공관 센터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특히 이공계 3개 분야를 중점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화학공학, 생명과학, 물리학 분야의 우수한 교수들이 매일 새벽 2,3시까지 연구실을 지키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어요. 교수진의 연구 성과가 세계에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최근 의대나 한의대에 많은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데, 자녀가 이과에 소질을 보인다면 이공계통을 공부하도록 밀어주세요. 과학기술이 발달해야 국가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한 유수 기업의 CEO는 거의 이공계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는 걸 염두에 두세요.”
‘소수 정예’를 표방하는 서강대는 ‘작지만 강한 대학’의 모델로 남아 있다. ‘작은 규모 때문에 다른 사립대보다 성장이 힘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손 총장은 “서강대야말로 운영하기 좋은 적절한 규모”라고 강조했다.
“지금 서강대의 총 정원은 1만2천 명(학부생 8천 명, 대학원생 4천 명)으로 미국의 하버드대나 프린스턴대, 예일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올해는 1천8백 명의 신입생이 한곳에 모두 모여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는데, 다른 대학에서는 꿈꿀 수조차 없는 일이죠. 서강대는 구성원들끼리 보다 친밀해지고 교육의 질을 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요.”
서강대와 가톨릭대의 통합문제도 많은 사람의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손 총장은 “‘서강대는 의대가 없어 약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점에서 가톨릭대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가톨릭대와 교류·협력을 촉진해나가자고 합의한 만큼, 시간이 흘러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각장애 지닌 외손녀 태어난 뒤 장애인 교육에 대한 관심 커져
유명한 영문학자이며 수필가인 장영희 서강대 교수(54·영문학)는 모교인 서강대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장애인의 권리’라는 말조차 생경한 70년대, 많은 대학이 신체적 장애를 이유로 그에게 시험볼 기회조차 주지 않았지만, 서강대는 “왜 장애인이라고 해서 시험을 보지 못하느냐”며 그를 껴안았다. 서강대가 일찍이 소수자에게 열린 학풍을 지니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쯤 장영희 교수가 쓴 따뜻한 에세이와 영어교과서를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손병두 총장 역시 서강대의 열린 학풍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시각장애를 가진 외손녀가 태어난 뒤로 장애인 교육에 대한 그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첫아이라 꿈에 부풀어 여러 가지 인형도 만들어놓고 아기옷도 예쁘게 수를 놓아 마련해놓은 막내딸은 아기를 낳은 뒤 낙심해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웠죠.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니 의외로 많은 장애인이 있고, 또 이런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낸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막내딸은 이제 외손녀의 눈이 돼 꿋꿋이 살아가고 있어요. 장애인 자녀를 둔 많은 부모님들도 용기를 냈으면 합니다. 서강대 캠퍼스는 특히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곳입니다. 이런 학교의 총장이 됐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4년 내내 장애인 아들과 함께 학교를 다닌 어머니에게는 저희가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장애 여부를 떠나 모든 학생이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늘 배려할 것입니다.”
서강대 손병두 총장의 집무실엔 큰 지구본이 놓여있다. 그는 매일 지구본을 돌려보면서 ‘서강대를 세계 최고의 학교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진다고 한다. “총장으로 사는 하루하루가 감동의 나날”이라며 환하게 웃는 손병두 총장의 모습에서 서강대의 밝은 미래를 예감할 수 있었다.

손병두 총장의 남다른 러브스토리 & 가정교육 철학
“대전행 기차에서 첫눈에 반해 결혼, 초등학생 두 아들에게 신문배달시키며 자립심 길러…”

서강대 손병두 총장이 들려주는 “아이 글로벌 인성교육 & 글쓰기교육”

서강대 총장 집무실에서 만난 손병두 총장과 박경자씨 부부.

서강대 손병두 총장이 들려주는 “아이 글로벌 인성교육 & 글쓰기교육”

장난기가 흐르는 네 자녀의 어린 시절. 손병두 총장은 아이들이 서로 도우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력하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
손병두 총장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아온 말이다. 그가 이러한 삶의 목표를 갖고 살아온 데는 할머니의 영향이 크다. 경남 진주에서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9세에 어머니를 잃은 뒤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새어머니가 들어와 가정을 꾸리고 두 명의 동생도 낳았지만, 할머니야말로 대가족의 큰살림을 관장하는 어른이었다.
“할머니는 여장부 같은 스타일에 강직하고 근면한 분이었습니다. 94세까지 장수를 누리다 돌아가셨죠. 할머니는 늘 ‘남에게 신세지지 말고, 베풀며 살라’고 강조하셨어요. 게으른 사람을 누구보다 싫어하셨죠. 그러한 가르침이 제 삶의 지표가 됐습니다.”
경복고 재학 시절 그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아이를 조산한 뒤 목숨을 잃은 어머니를 보면서 의사의 꿈을 키웠던 손 총장은 가톨릭대 의대에 합격했지만 학비가 없어 진학을 포기했다. 그는 대신 학비가 싸고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서울대 상대에 진학했다. 가정교사와 학교 매점 점원으로 고학하며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았다고 한다.
손 총장이 부인 박경자씨(63)와 결혼하게 된 사연도 남다르다. 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역으로 근무할 때 그는 대전행 기차에서 부인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졌다. 당시 대전의 한 여중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박씨는 손 총장의 뚝심에 끌려 결혼에 이르렀다.
“집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선을 수차례 봤지만 맘에 든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기차 옆자리에 앉아있는 아내의 침착한 모습이 왠지 끌리더라고요. 우리 두 사람은 기차에서 내려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됐는데, 양손에 서류가방을 든 제 모습이 안돼 보였는지 아내가 짐을 들어주더라고요. ‘이렇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 오후 곧장 아내의 집으로 갔습니다. 아내와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서죠. 장인, 장모는 처음 보는 청년이 집에 예고 없이 쳐들어왔으니 적잖이 당황하셨어요. 저는 장인어른께 제 이름, 본적, 직장, 출신대학 등을 밝히며 ‘한 달간 말미를 드릴 테니 저를 뒷조사해보시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렸습니다. 호기롭게 밀어붙인 덕분에 아내는 얼떨결에 제게 시집을 왔어요(웃음).”
그는 슬하에 2남2녀를 두었는데, 장남 웅기씨(37)는 재정경제부 사무관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하고 지난 8월 귀국했으며, 둘째인 딸 영기씨(35)는 이화여대 영문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오리건대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현대건설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2남 석기씨(34)는 미국 카네기멜론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얼마 전 두바이로 발령받았다. 막내딸 유기씨(33)는 숙명여대 가정학과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근무하는 남편을 내조하며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자녀를 잘 키운 비결을 묻자 손 총장은 “아이들이 부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자립심을 갖도록 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가 부인과 함께 봉사활동을 떠나면, 집에 남아있는 네 아이가 서로 도우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두 아들에게는 신문배달을 시켜 돈을 버는 일의 어려움을 일찍 가르쳤다고 한다.
“사내녀석들을 보다 강하게 키우려고 신문배달을 시켰어요. 큰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작은아들이 2학년 때였죠. 겨울에 눈이 쌓인 미끄러운 언덕을 오르는 두 아들을 뒤에서 몰래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대견했어요. 신문배달을 하면서 아이들이 생활력을 키운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에 쫓기는 아버지는 자녀교육에서 늘 소외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 총장은 ‘모든 식구와 아침식사를 함께한다’는 원칙을 갖고, 아이들과 매일 식사시간에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밥상머리 교육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며 한국의 아버지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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