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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요즘 ‘뜨는’ 남자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감초연기로 인기 모은 공형진

“오랜 무명시절 보내며 영화사에 눈도장 찍으러 다니기도 했지만 한우물 파니 인정받는 것 같아요”

기획·김유림 기자 / 글·조성아‘일요신문 기자’ / 사진ㆍ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06. 06. 21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산부인과 의사 ‘공준표’ 역을 맡아 맛깔스런 연기를 선보인 탤런트 공형진. 그를 만나 드라마 촬영 뒷얘기와 톱스타들과의 우정, 가족이야기를 들었다.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감초연기로 인기 모은 공형진

스크린에서 주로 활약하던 공형진(37)이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 많은 사랑을 받았다.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주인공 동진(감우성)의 친구 ‘공준표’로 등장, 은호(손예진)의 여동생 지호(이하나)와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로 화제를 모은 것. ‘공준표’라는 이름은 올해 열 살인 그의 아들 이름이라고 한다.
“원래 이름은 ‘공재우’였는데, 문득 같은 공씨이고 하니 아들 이름을 한번 써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아빠로서 아들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고 싶어 연출팀에 부탁했죠. 아이가 요즘에는 아빠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고 친구들에게도 자랑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한동안 영화에만 출연하던 그가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가장 큰 이유는 ‘연애시대’ 한지승 감독과 배우 감우성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영화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이 참여한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어요. 한지승 감독도 그랬고 감우성씨는 워낙 오래전부터 좋아해오던 배우고요. 같이 연기하는 건 처음인데 저와 참 잘 통하는 친구예요. 드라마 출연은 8년 만인데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촬영 자체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게 무서워서 그동안 출연할 엄두를 못 냈어요. 다행히 ‘연애시대’는 상당 부분을 사전 촬영해 힘이 덜 들었어요.”
드라마에서 밀고 당기는 애정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공형진과 이하나. 공형진이 이하나를 연기자로 데뷔시켜준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더욱 깊다. 연기자의 꿈을 품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이하나가 우연히 공형진의 소속사에 들렀는데 ‘느낌이 좋다’고 판단한 그가 한지승 감독에게 이하나를 적극 추천한 것. 한 감독 또한 여러 차례 이하나를 만나본 뒤 이번 드라마에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를 출연시켰다고 한다.
정곡을 찌르는 ‘애드립의 달인’인 공형진은 평소 신문과 책을 많이 읽으며 사회 흐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다. 그는 “강제규 감독이나 장동건씨 등 주변 분들이 워낙 책을 많이 읽어서 그들의 대화 수준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며 농담을 했다.
“애드립은 평소에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아무런 준비 없이 찰나에 떠오르는 게 애드립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게 상대방과의 연기 호흡인 것 같아요. 저 혼자 아무리 하려고 해도 받쳐주지 못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배우 최민식, 장동건, 김승우 등과 패밀리’로 통하는 막역한 사이
그에게도 10년의 무명시절을 보낸 아픈 기억이 있다. 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한 이래 수차례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번번이 낙방하던 그는 영화 ‘쉬리’에 출연하고 싶어 석 달 넘게 강제규필름 사무실에 눈도장을 찍으러 다닌 적도 있다고 한다. 결국 ‘쉬리’에 출연하지는 못했지만 5년 뒤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캐스팅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다.
“강제규 감독님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배로 학창시절부터 제가 잘 따르던 분이에요. 사실 ‘쉬리’ 때는 원망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 인맥으로 사람을 쓰는 분이 아니라는 걸 알고 더욱 신뢰가 갔죠. 결국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오디션 없이 ‘영만’ 역에 캐스팅됐는데, 장동건, 원빈, 이은주씨를 제쳐두고 저를 가장 먼저 섭외했다는 것에 아직까지도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웃음).”
평소 인간관계 좋고 연예계 마당발로 소문난 그는 영화배우 최민식, 장동건, 김승우 등을 소위 ‘패밀리’라 칭한다. 특히 최민식은 그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안에서는 아버지, 밖에서는 최민식 선배한테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영화 ‘파이란’에서 함께 연기했던 최민식은 그에게 연기에 대한 일깨움을 준 인물이라고 한다.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감초연기로 인기 모은 공형진

드라마 ‘연애시대’, 영화 ‘가문의 위기’ 등에 출연한 공형진은 ‘애드립의 달인’으로 통한다.


“최민식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사기를 쳐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민식이 형의 연기를 보면 언제나 반성하게 되고, 그래서 다짐한 게 한 가지 있어요. 앞으로 민식이 형을 만나면 술값은 꼭 내가 내겠다고요. 형도 그런 제 마음을 편하게 받아주시더라고요(웃음).”
공형진은 장동건과의 남다른 우정에 대해서도 밝혔다. “장동건씨와 사우나를 자주 다닌다고 들었다”는 말을 건네자 그는 “네, 사실이에요” 하고 머쓱하게 웃었다.
“동건씨는 정말 부러운 친구예요. 그 친구의 내면을 알기 때문에 더 좋아하죠. 외모만 멋진 게 아니라 배우로서의 진정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배우죠. 다시 태어나면 꼭 동건씨 같은 외모를 갖고 태어나고 싶어요(웃음).”
그는 자신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의 기둥이 돼준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2주 동안 묵묵부답이던 아버지는 결국 “네가 원하는 거면 하되 절대 내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가 어려서부터 아무리 말려도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하는 성격이라는 걸 잘 아셨기에 아들의 고집을 꺾기보다 꿈을 펼치도록 길을 열어주셨다고.

“신혼 초 경제적으로 힘든 저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애써 외면했다는 아버지 말씀 듣고 펑펑 울었어요”
배우의 꿈을 품고 있던 그는 신혼 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고 한다. 4년 동안 부모 집에 얹혀 살아야 했는데 돈 한푼 벌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워 돈이 필요해도 아버지께 손을 내밀지 못했다고.
“주머니에 돈이 한푼도 없어 아침에 아버지가 출근하실 때 정말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내려가서 인사하고 돈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도로 올라오고 그랬어요. 아버지가 제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지 왜 모르셨겠어요. 나중에 ‘파이란’을 찍고 난 뒤에 아버지가 저를 불러 꼭 안아주시더라고요. 그러고는 제게 ‘내가 너한테 돈을 줄 수도 있었지만 쓰린 속을 참으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은 그때의 기억이 널 강하게 만들어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씀하셨죠. 그날 아버지의 포옹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예요. 그날 밤 혼자서 펑펑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앞으로 ‘악독하거나 불쌍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공형진.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독특한 연기 색깔, 동료 연예인들과의 끈끈한 우정이야말로 배우로서 그가 가진 큰 재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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