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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반가운 그녀

3년 만에 방송 복귀해 맹활약 펼치는 탤런트 나영희

“연기에 대한 열정 누를 수 없어 방송활동 반대하는 남편 설득했어요”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11. 01

80년대를 대표하는 섹시스타 나영희가 브라운관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올 초 방송된 ‘슬픈 연가’로 3년 만에 연예활동을 재개한 데 이어 KBS 미니시리즈 ‘웨딩’과 MBC 새 일일드라마 ‘맨발의 청춘’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2002년 결혼과 함께 연기활동을 중단했던 나영희를 만나 연기와 결혼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년 만에 방송 복귀해 맹활약 펼치는 탤런트 나영희

80년대를 대표하는 섹시스타 나영희(46)가 안방극장에서 맹활약 중이다. 올해 초 방영된 MBC 미니시리즈 ‘슬픈 연가’에 권상우의 엄마 역으로 출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는 지난 10월 말 종영한 KBS 미니시리즈 ‘웨딩’에 이어 10월 초부터 방영되고 있는 MBC 일일드라마 ‘맨발의 청춘’에 여주인공의 엄마 역으로 출연, 감칠맛 나는 연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동안 주인공 엄마 역을 맡기에는 좀 이른 것 같아 피했는데 ‘슬픈 연가’에서 한번 해본 후로 편안하더라고요. 이제 해야 할 나이도 됐고 또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때가 된 것 같아요.”
그가 연기하는 ‘웨딩’의 혜림과 ‘맨발의 청춘’ 인애는 성격이 판이하다. 혜림이 남편,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소탈한 엄마라면 인애는 남편을 잃은 후 홀로 1남2녀를 키우는 강인한 캐릭터.
“혜림이나 인애 모두 제 안에 존재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동안 선 굵은 연기를 많이 해서 강한 캐릭터인 인애 역이 더 어울린다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 제 모습은 애교 많고 다정한 혜림에 가까운 편이죠.”
87년 영화 ‘매춘’ 등에 출연하며 이보희, 안소영 등과 함께 ‘섹시 트로이카’로 불렸던 그는 91년 재미사업가와 결혼,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성격차이 등으로 2년 만에 이혼하고 연예계에 복귀했었다. 이후 드라마 ‘백수탈출’ ‘파트너’, 영화 ‘미션바라바’ 등에 출연하며 간간이 연예활동을 계속하던 그는 2002년 동갑내기 치과의사와 재혼하며 연기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남편의 두 딸을 키우며 한동안 살림에만 몰두했다.
“결혼 후 집에서 살림만 했어요. 남편이 제가 연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끼는 어쩔 수 없어 다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남편을 설득했어요. 이렇게 다시 나와서 일을 하니까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즐겁고 행복해요. 비로소 살아 있는 느낌이에요.”

결혼 후 연기활동 반기지 않는 남편 때문에 3년간 전업주부로 지내
그가 출연한 드라마 ‘웨딩’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결혼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가 생각하는 결혼의 참된 의미는 무엇일까.
“철없고 날카롭던 젊은 시절엔 저도 결혼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다 맞춰서 사는 거죠. 일단 서로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고쳐가면서 살아야죠.”
남편은 물론 딸들과도 스스럼없는 친구처럼 지낸다는 그는 부부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로 대화와 노력을 꼽았다.
“물론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부부도 정말 많이 노력하고 대화했어요. 남녀의 서로 다른 심리를 다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같은 책도 같이 읽었죠. 아직도 밀고 당기고 하는 일이 많지만 그 바탕에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근본적인 사랑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는 남편에게 불만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고칠 것을 요구하는 편이라고 한다. 결혼 초 연예활동을 반대할 정도로 보수적이던 남편은 그의 노력으로 최근에는 가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요즘엔 설거지도 하고 일요일에는 아침밥도 차려줘요. 얼마 전에는 드라마 ‘장밋빛 인생’을 보면서 훌쩍훌쩍 울고 있는데 남편이 한참 절 보더니 눈물을 닦으라고 티슈를 가져다주더라고요. 작은 일이지만 여자들은 그렇게 자상하고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하죠.”

3년 만에 방송 복귀해 맹활약 펼치는 탤런트 나영희

그는 지난 3년간 살림만 하고 지냈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나영희는 특히 요리솜씨가 수준급인데 서울 청담동에서 한식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친언니 못지않은 손맛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전문적으로 요리 공부를 한 건 아닌데 주변에서 잘한다고들 하세요. 식당에서 한번 먹어본 음식을 비슷하게 흉내낼 정도는 돼요.”
그의 요리비결은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를 쓰는 것. 그는 가장 자신 있는 요리로 스파게티를 꼽았다.
“항상 집에 멸치 육수를 만들어 놓고 조미료 대신 쓰고 있어요. 요즘은 스파게티를 자주 해 먹는데 스파게티는 재료가 중요해요. 저는 건강을 생각해서 토마토와 잣, 앤초비, 마늘 등을 이용한 스파게티나 해물 리조토를 자주 만들죠.”
그는 주로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운동, 여행 등 거의 모든 여가활동을 함께한다고.
“저희 부부는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여행을 가거나 외식을 해요. 헬스도 같이 하는데 남편이 좀 소홀하다 싶으면 제가 많이 강권하는 편이에요. 배 나온 남자는 매력 없잖아요. 또 주말에는 꼭 함께 영화를 보는데 최근에는 ‘웰컴 투 동막골’과 ‘형사’를 같이 봤어요.”

“배우는 나이가 들어도 섹시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80년 MBC 공채 12기로 데뷔, 이듬해인 81년 영화 ‘어둠의 자식들’로 대종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오른 나영희는 이후 ‘만다라’ ‘이브의 건넌방’ ‘매춘’ 등에 출연하며 섹시스타의 이미지를 굳혔다.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를 섹시한 배우로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나영희는 그런 주변의 평가에 대해 당당했다.
3년 만에 방송 복귀해 맹활약 펼치는 탤런트 나영희

나영희는 할리우드 배우 다이앤 키튼처럼 나이 들어서도 섹시한 매력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배우는 섹시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작품에서 그런 캐릭터가 필요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할리우드 영화 ‘대부’에 나왔던 다이앤 키튼 같은 배우는 나이 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이잖아요. 한국에서도 이제 그런 여배우들이 나올 때가 된 것 같아요.”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연기에 대한 열정을 새삼 깨달았다는 그는 후배 연기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연기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다. 그는 특히 ‘맨발의 청춘’에서 딸로 출연하고 있는 정애연, 박다안 등과는 친모녀처럼 지낸다고 한다. 큰딸로 나오는 정애연은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아 각별히 정이 간다고.
“신인 시절에는 누구나 긴장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촬영 전에 미리 와 점심부터 같이 먹고, 대기실에서 옷도 같이 갈아입고, 분장도 같이 하고, 대사 연습도 같이 하며 친모녀처럼 지내자고 했어요. 연기는 호흡이 중요하거든요. 선배가 너무 권위적이면 후배들이 불편해하니까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거죠.”
나영희는 자신의 꿈은 원래 연기자가 아닌 가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며 감사한다고.
“젊은 시절 한꺼번에 몇편의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을 때는 전적으로 제가 잘나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재의 위치까지 오기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엔 일을 할 기회를 갖게 된 것, 그리고 저와 가족이 모두 건강한 것에 감사하면서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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