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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에 특차 합격해 화제 모은 박주현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주영‘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03. 30

일곱 살이 되도록 말문이 제대로 트이지 않고 걸음마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늦된 아이였다면 남들 만큼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늦된 아이였던 박주현양이 세계적 명문대인 하버드대에 특차 합격했다. 교환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지난해 8월 미국으로 건너간 주현양이 하버드대에 입성한 비결을 알아봤다.

미국 하버드대에 특차 합격해 화제 모은 박주현

지난해 9월 하버드대에 특차 지원한 박주현양(19·미국 세인트 조셉 고교 12학년)은 다른 대학에 미처 원서를 낼 겨를도 없이 같은 해 12월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얼마 전 잠시 한국을 방문한 주현양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학교 때 처음 아이큐 검사를 했는데 100으로 나왔어요. 그때는 그게 만점인 줄만 알고 무척 좋아했었죠(웃음).”
미국 미시간주 앤드루스대 교환교수인 아버지 박춘식씨와 고교 영어교사 출신인 어머니 이현숙씨의 1남1녀 중 맏딸인 주현양은 어릴 적 뭐든지 늦된 아이였다고 한다.
“말도 늦게 하고 심지어 걸음마도 늦었어요. 일곱 살이 되어서도 제대로 걷지 못해 여기저기 부딪혀 생긴 생채기가 가실 날이 없었죠.”
또래 친구들을 앞서기는커녕 따라가기도 힘들었던 주현양의 시련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미국 유학을 떠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더 심해졌다.
“아이를 학교 보내기가 겁날 정도였어요. 주현이가 그때까지도 우리 말이 서툴러서 영어는 기본적인 단어조차 가르치지 못한 채 학교에 보내야 했거든요.”
주현양은 엄마 이씨의 예상대로 한동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1학년에서 3학년으로 월반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엄마 이현숙씨에 따르면 주현양이 말을 잘 못해도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어주었는데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관련 지식을 익히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이 생겨서인지 어느 순간 학습 능력이 확 좋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현양이 미국 학교에 익숙해질 무렵인 중학교 1학년 때 이번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한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아이가 다시 한국 교과 과정을 따라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엄마 이씨는 귀국 후 학원에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미국에 있을 때도 계속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보내준 한국 책들을 아이에게 읽혔어요. 일단은 그것만 믿고 아이를 어떤 학원에도 보내지 않고 학교 공부만 시켰어요. 그런데 다행히 첫 시험에서 4등을 하더니 점점 성적이 올라가서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었죠.”
중학교 시절 내내 과외 한번 하지 않고도 일등을 놓치지 않던 주현양은 삼육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역시 계속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학습환경이 확확 바뀌었음에도 주현양의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주현양은 짧은 시간을 공부해도 집중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좋아하는 과목의 경우 학교 진도와 상관없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공부한다고.
“한국에 있을 때나 미국에 있을 때나 공부하는 목표는 하나였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탐구하는 거였죠. 수학도 처음에는 교과서에 나온 문제만 풀었는데 점점 다른 문제가 궁금해져서 결국 수준 높은 문제까지 풀게 됐어요. 그런 식으로 공부하니까 어렵지도 않고 싫증나지도 않았어요.”
주현양이 공부와는 별도로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책 쓰는 일이다. 주현양은 아버지를 따라 지난해 8월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12권짜리 만화 영어책 ‘짱글리쉬’를 만드느라 바쁘게 지냈다. 이 영어책은 지난 1월 정식으로 출판됐는데 그는 친구들이 너무 힘들게 영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에 특차 합격해 화제 모은 박주현

이현숙씨는 주현양이 어릴 적 책을 가져오면 열 번이건 백 번이건 마치 처음 읽는 책인 것처럼 재미있게 읽어줬다고 한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연재를 할까 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로 만드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재밌는 만화로 된 영어 문법책을 쓰게 된 거죠. 엄마는 늘 제게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라고 했기 때문에 친구들이 공부할 시간에 책을 쓴다는 사실이 크게 걱정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주현양은 지난해 8월 아버지 박춘식씨를 따라 또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입시를 코앞에 두고 미국으로 간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인데다 미국으로 갔다가는 국내 대학 진학마저 실패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현이가 삼육고 재학 당시 SAT를 봤는데 그때 거의 만점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주현이를 믿어보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가 9월에 하버드대에 특차 전형에 응시했고요.”
주현양은 올해 9월 하버드대에 입학하면 국제정치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로스쿨에 진학해 국제변호사나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아이가 싫어하는 과목 강요하지 않고 좋아하는 과목 공부하게 내버려둬
엄마 이현숙씨가 주현양을 키우면서 제 1의 원칙으로 생각한 것은 ‘가지치기로 아이의 성장을 막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비바람과 폭풍우도 견디고 스스로 방향을 찾아 성장해야 재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그래서 엄마 이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대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씨는 무엇보다 아이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단 내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알아야 적절한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는 것. 또 무엇이든 강요하지 말고 좋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수학 성적이 떨어지면 엄마들은 아이를 수학학원에 보내는 등 싫어하는 과목이나 못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과외 지도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반대였어요. 주현이가 좋아하는 과목은 밀어주고 싫어하는 과목은 안 해도 그냥 뒀어요. 책도 좋아하는 분야만 읽게 하고 싫어하는 책은 읽지 말도록 했죠.”
아이가 좋아하는 일만 하게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방법이지만 그 효과는 크다고 말한다. 수학을 못하는 아이에게 자꾸 수학책만 잡게 하면 아이는 공부를 영원히 지긋지긋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수학보다 잘하는 과목을 먼저 하게 하면 공부에 재미를 붙여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는 것.
세 번째로 이씨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독서였다. 책읽기가 학습의 기본이라고 생각한 이씨는 주현양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열심히 책을 읽어주었다.
“주현이가 책을 가지고 오면 열 번이건 백 번이건 마치 처음 읽는 책인 것처럼 재밌게 읽어줬어요. 책은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엄마와 함께 읽으면 아이의 머릿속에 더 많이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이씨는 주현양의 집중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했다.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집중력이기 때문.
“어른들은 아이들이 집중하는 시간이 짧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꾸 다른 것들을 하게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려요. 예를 들어 지금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데 잠시 뒤면 영어 학원에 가야 하고 그게 끝나면 피아노 학원에 가야 하는 식으로 빡빡하게 스케줄을 잡아주는데 그러면 오히려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없게 되고 그만큼 아이들의 집중력은 떨어지게 돼요.”
그래서 이씨가 택한 방법은 바로 책 한 권으로 하루 종일 놀게 하는 것. 주현양이 원하면 하루 종일 한 권의 책만 읽고 지내도록 둔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책을 다 읽고 난 주현양은 혼자서 책의 내용으로 연극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씨는 부모의 성급함이 때로는 아이의 성장과 발전을 막기도 한다는 걸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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