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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감춰진 내막

“남편 동거녀 상대 5억 손해배상 소송” 소설가 황석영 부인 김명수씨 법정싸움 내막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4. 06. 10

소설가 황석영씨가 개인적인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재미무용가인 부인 김명수씨와 이혼소송 항소심이 진행중인 가운데, 부인 김씨가 황씨의 동거녀 K씨를 상대로 5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부인 김씨가 뒤늦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이유와 이혼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측의 입장을 취재했다.

“남편 동거녀 상대 5억 손해배상 소송” 소설가 황석영 부인 김명수씨 법정싸움 내막

지난 5월 중순부터 방영되고 있는 SBS 대하드라마 ‘장길산’의 원작자인 소설가 황석영씨(61). 올해 만해상 문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로 손꼽히는 그가 개인적인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재미무용가인 부인 김명수씨(51)와의 이혼소송 항소심이 진행중인 상태에서 부인 김씨가 황씨의 동거녀 K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것.
김씨는 소장에서 “K씨는 황씨와 본인(김명수씨)이 법률상 부부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황씨와 부부로 행세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 때문에 아내로서의 권리를 침해받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K씨는 98년 겨울 한 방송국과 드라마 집필계약을 체결한 황씨가 집필하는 과정에서 방송사의 소개로 알게 된 보조작가로 99년 여름부터 황씨와 동거생활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12월 열린 황씨의 회갑잔치에 부인으로 공공연하게 자리를 함께 하고 인터뷰 사진까지 촬영하는 등 부인 행세를 했다고 한다.
김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알려지면서 지난 2002년 9월 황씨가 제기한 이혼소송이 지난해 9월 1심 판결을 마쳤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황석영씨 부부가 이렇듯 가정 문제로 법정다툼까지 가게 된 것은 89년 황씨가 북한을 방문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방문 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수배되어 가족과 함께 독일과 미국 등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황씨는 93년 귀국과 동시에 구속되었다. 김씨 또한 남편의 권유로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처벌될 수밖에 없어 황씨가 수감생활을 하는 기간 동안 귀국하지 못하고 아들과 함께 미국에 남아 있었다.
5년 넘게 따로 떨어져 살던 두 사람은 황씨가 석방된 후인 98년 8월에야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서울과 뉴욕 어느 곳에서 기거할 것인지를 놓고 합의를 하지 못하는 바람에 다시 떨어져 살아야 했다. 그러던 중 99년부터 이혼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현재 이혼과 관련돼 양쪽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상태라 자세한 내막은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황씨측에서 언급했던 “황씨가 감옥에 있는 동안 김씨가 제대로 뒷바라지를 하지 않은 것”이 황씨가 제기한 이혼 사유의 하나로 짐작될 뿐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지난 2002년 귀국 기자회견에서 “오로지 남편의 뜻에 맞춰 북한을 갔고, 망명생활도 하며, 내 인생을 희생했는데, 어떻게 그가 나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느냐며”며 울음을 터뜨렸었다. 그는 또한 “나도 시국사범으로 몰려 국내에 들어올 수 없었다. 하지만 뉴욕에서 남편의 석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항변했었다.
하지만 1심에서 법원은 이혼을 하라며 황씨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에 대해 김씨측은 “1심에서 황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이 마치 아내인 김씨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씨측은 “가장 중요한 것은 황씨가 법적인 아내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동거, 사실상 불륜을 함으로써 부부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유책배우자라는 점이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불가능한 것이 대법원의 오랜 입장”이라며 항소심에서의 승리를 장담했다.
이미 가정이 깨진 상태고 황씨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긴 상황에서 김씨가 이혼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씨측은 2002년 소송을 제기할 당시 “99년 이미 서로 이혼에 구두 합의했었다. 그런데 이혼서류를 보내자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측은 “아직까지 이혼을 합의하거나 승락한 적이 없고, 이혼을 고려한 적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황씨와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관계를 회복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

“남편 동거녀 상대 5억 손해배상 소송” 소설가 황석영 부인 김명수씨 법정싸움 내막

황씨와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법적인 부인 김명수씨.


“김씨는 지금 할말이 너무 많을 거예요. 황씨 측에서 흘러나온 돈 문제에 대해 더더구나 할 말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어요. 남편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으려는 배려죠. 자신은 이 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아직도 남편을 보호해주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에요.”
그런데 왜 그는 K씨의 존재를 알았을 때 곧바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이혼소송에서 패소하고 난 후에야 5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것일까. 이에 대해 김씨측은 “이런 소송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씨의 이혼소송에 맞서 재판을 하고, 지난해 10월 항소를 할 때까지만 해도 김씨는 이혼을 하지 않으면서도 K씨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을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 뒤늦게 이 방법을 알고 소송을 준비했다고 한다.
김씨측은 “K씨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공한 상대에 대해 피해자인 김씨가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이혼과는 전혀 상관 없는 소송이라고 했다. 또한 ‘황석영의 아내’로서의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씨는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으며, 황씨와 동거녀 K씨는 지난 4월19일 영국으로 출국했다. 황씨는 영국문화원의 주선으로 런던대학에서 객원연구원 대우를 받으며 2년 동안 머물 예정이다. 그는 영국에 머무는 동안 비정부기구(NGO)의 국제연대활동 등에 힘을 쏟을 예정이며, 올가을부터 국내 신문에 자전소설을 연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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