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모임에서 청소년심리상담사로부터 “요즘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는 본격적인 공부 전 시험 계획을 세우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이 시험 범위를 공부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어떤 부분을 어떻게 손대야 하는지 모르는데 자기주도학습이 될 리가 없다. “왜 공부를 못하냐”고 다그치기 전에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수천 명의 아이를 지도해오며 유튜브 채널 ‘대치동장원장’을 통해 교육 노하우를 공유 중인 장덕진 대치동 스터디PT학원 대표원장은 25년 차 자기주도학습 전문가다. 서울 대치동에서만 14년 동안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잘하는 아이들, 성공하는 아이들은 학습의 6가지 축이 균형 있게 채워진 ‘육각형 인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절대 실행력’ ‘정서 조절력’ ‘메타인지’ ‘목표 의식’ ‘인성 및 관계성’ ‘학업 역량’ 등 6가지 핵심 축과 함께 학습 시스템이 갖춰지면 평범한 아이도 상위 1%의 인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다만 방법을 모를 뿐”이라는 장덕진 원장을 만났다.
학업 역량보다 중요한 실행력과 인성
최상위권이 가진 6가지 공통점을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한다면요.대부분 공부 관련 중요한 역량으로 학업 능력이나 동기부여를 생각하잖아요. 최상위권 친구들을 살펴보니 첫 번째 요소가 절대 실행력이었어요.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하고 그 안에서 오류를 해결하고 분석해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계획을 짜는 데서부터 어려워해요. 계획이 성공과 맞닿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계획이 무거워지고 하기 싫어지죠. 일단 실천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바꿔나가는 방식이 지금 시대의 아이들한테는 더 적합합니다. 두 번째는 정서 조절력이에요. 사람이 항상 잘할 수는 없어요. 저는 반만 해내도 성공이라고 말해줘요. 다시 도전해 50%씩만 채워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100%에 수렴할 수 있죠. 실행하고 좌절해도 다시 일어섰다면 이제 메타인지가 중요합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한 다음 모르는 것에 집중하면 성취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져요.
‘메타인지’가 교육 분야에서 트렌드처럼 뜬 개념인데 의외로 3순위네요.
시대에 따라 아이들과 입시 시스템, 시험의 유형들이 변해요. 그러면 필요로 하는 능력의 우선순위가 약간씩은 달라지죠. 그래서 목표 의식도 네 번째 요소로 낮춰놓았어요. 학부모 상담을 해보면 “우리 아이는 목표가 없어서 열심히 하지 않아요”라고 얘기하세요. 목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이는 그냥 아직 하기 싫은 거예요. 공부 방법을 모르기도 하고요. 목표는 실천력, 정서 조절력, 메타인지가 된 다음에 무언가 제대로 해볼 수 있을 때 설정하는 거예요. 또 먼 미래의 대학보단 ‘전교 5등’ 식으로 현실을 자극해야 해요. 목표와 현실의 갭을 메꾸는 학업량을 설정하면 아이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 남은 ‘인성 및 관계성’과 ‘학업 역량’ 중 더 중요한 건 뭔가요.
과거라면 학업 역량이 첫 번째였죠. 그래서 IQ 검사도 유행했고요. 그런데 IQ 높다고 공부 잘하나요? 지금은 인성 및 관계성이 더 중요해요. 대입의 경우 생활기록부가 수시에 큰 영향을 주고 정시에도 조금씩 반영되고 있습니다. 내신 성적에서 중요 포인트 중 하나가 수행평가예요. 수행평가는 팀으로 하는 게 꽤 있어요. 그런데 ‘인성 터진’ 친구들은 팀 과제를 굉장히 힘들어해요. 선생님과 관계가 안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학업 역량만 센 중학생 중 선행을 많이 해 수업이나 교사를 무시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좋은 고등학교일수록 수행평가의 비중이 높고, 최상위 대학교들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도 꼼꼼하게 봅니다.
육각형 인재로 자란 아이들의 가정 환경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특징도 있나요.
요즘은 타고난 인재가 별로 없어요. 전교 1, 2등 하는 아이들은 학업 역량 외에도 모든 요소에 균형이 잡혀 있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선천적으로 잘하느냐, 그런 아이가 있긴 있죠. 하지만 거의 드물어요. 코로나19 전까지는 아이들이 또래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지금은 부모님과 SNS에 더 영향을 받아요.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예전보다 높아졌어요. 어떻게 보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진 거예요. 실제로 아이를 육각형 인재로 길러낸 ‘부모 전략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고요. 제가 책을 쓴 이유도 여기 있어요.
그런 부모 전략가들로부터 배워야 할 역량을 알려주세요.
일단 공부 잘하는 학생은 가족 생활 루틴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생활 속 루틴을 공부 습관으로 이어가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하루가 끝나면 마무리 독서를 하고 자는 것처럼, 하루 공부가 끝났을 때 마무리로 공부했던 거 노트에 써보고 플래너를 정리한 다음 공부를 마치는 거죠. 생활 습관이 잘 잡힌 부모가 결국은 아이들의 공부 습관을 형성하는 엔진을 만들어주는 거고, 그 엔진이 절대 실행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공통점이 감정 컨트롤을 잘한다는 거예요. 부모님들이 예전보다는 화를 잘 참으시더라고요(웃음).

“공부의 주인공은 아이지, 부모가 아니에요”
부모가 무조건 참는 게 능사는 아니잖아요.무조건 참기보단 ‘감정 코칭’이 중요해요. 어떤 문제 행동이 발생했을 때 일단 부모의 감정을 안정시키세요. 오른손을 심장에 얹고 20초 호흡을 가다듬으면 도움이 됩니다. 그 후 왜 아이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얘기해보고 문제의 원인을 찾는 거예요. 초등학교 4~6학년이 감정 코칭의 황금기인데, 이때 정서 조절력을 잘 갖춰놓으면 중2병이 와도 아이가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아이의 수준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하세요. 아이를 육각형 인재로 길러내는 부모의 세 번째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다만 요즘은 아이 위치 파악 노력을 많이 하다 보니 부작용이 있기도 해요.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수많은 테스트가 생겼죠. 아이의 위치를 판단하는 게 요즘 교육 현실에서는 힘들거든요. 초중학교는 전국 단위 모의고사도 없잖아요. 하지만 아이가 공부한 걸 펼쳐서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화내지 않고 “너는 부족한 부분이 이거니까 여기를 해보자”라고 얘기해주는 것만으로도 메타인지를 몸에 배게 해줄 수 있어요.
부모의 역할이 커져서 부담스러울 분들도 많을 듯해요.
그래서 집마다 사교육비를 너무 많이 씁니다. 저는 필요하지 않은 학원 다닐 시간에 차라리 부모님들이 아이와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이 파악되면 그다음 솔루션을 찾아갈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찾을 수 있는 기회가 학년이 낮으면 낮을수록 분명히 존재합니다. 중학생까지는 충분히 가능해요.
남은 방학 기간 동안 그 힘들어하는 부분을 점검하면 좋겠어요. 어떻게 체크하면 되나요.
방학 때 새 학기를 위해서 많은 공부를 하잖아요. 그 내용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죠. 먼저 아이가 공부해놓은 콘텐츠에 대해서 이해했는지 체크해주세요. 2~3일에 한 번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씩이요. 부모님이 과목을 나눠 교대로 아이가 평가받는다고 느끼지 않도록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가 책의 내용을 설명해줄 수 있는가가 이해의 기준입니다. 암기 영역의 경우 “지난주에 봤던 부분 한 번만 다시 체크해볼까?” 하면서 접근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도록 도와주세요. 아이의 능력치 점검이 이뤄지면 부족한 부분들을 잡아주는 게 훨씬 수월해집니다. 이게 되면 자기주도학습이 단계별로 이뤄지는 거죠.
사교육을 활용하면서도 자기주도적인 공부가 되도록 균형을 어떻게 맞추면 좋을까요.
2가지를 얘기하고 싶어요. 일단 남들이 좋다는 거 따라 하지 않았으면 해요. 어쩔 수 없긴 하죠. 부모는 교육 전문가가 아니고, 아이를 처음 키워보니까요. 다행히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를 파악하는 능력이 예전보다 좋아졌어요. 그러면 그 파악한 정도를 기준으로 교육해야 하는데 남들이 좋다는 학원에 보냅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가 맛있다고 해서 먹었는데 나한테는 맛없을 수도 있잖아요.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번째는 떠먹이는 사교육은 하지 마세요. 떠먹여 줄수록 아이는 자기 주도 능력이 더 떨어져요.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선생님보단 설명을 하게 만드는 선생님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만들어냅니다.
사교육을 보다 잘 활용하고 싶은 부모들에게 팁을 준다면요.
방학 전, 학기 시작하기 전에 아이 수준을 먼저 파악하고 그 파악한 내용대로 사교육 기관에 객관적으로 전달하세요. 선생님이 아이 파악하는 시간을 줄이면 아이한테 더 맞는 지도를 해줄 수 있겠죠. 또 어떤 과목에서 아이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해당 과목에 한정 지어 생각하지 말고,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수학 응용문제 푸는 걸 힘들어한다면, 단순히 ‘응용문제 풀이를 하는 과외를 추가할까?’가 아니라 원인부터 짚어내야 합니다. 문제가 길어서 이해를 못 한다면 이 아이한테 필요한 부분은 수학적인 게 아니에요. 문해력이죠. 이런 부분은 부모가 조금만 더 관찰하면 알 수 있어요.
결국은 아이가 완전히 혼자서 공부해나가야 하잖아요. 어떻게 도움을 줄여가야 할까요.
부모들은 아이에게 제한과 기한이 없는 개입을 하고, 감정적으로도 개입합니다. 결국은 이 3가지 개입 없이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최상위권에 갈 수 있고, 최상위권에 가지 않더라도 자기중심적인 삶을 만들 수 있어요. 문제집 채점부터 그만두기 시작해 점점 부모의 자리를 비워주세요. 성적표 보고 화내는 일도 그만두는 시기를 정해야 합니다. 많은 부모가 ‘지금 이 부분이 잘 안 되면 앞으로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사서 걱정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실제로 못한 정도보다 더 많이 화를 냅니다. 부모의 감정적 개입이 끝나야 진짜 공부 독립이 시작되고, 아이가 자기주도학습을 하면서 힘든 부분을 부모에게 얘기하게 돼요. 그때는 개입이 아닌 가이드로 넘어가는 거죠. 고1 때부터는 완전히 혼자 하도록 놔줘야 해요.
자기주도학습 도와주는 효율적인 공부법
단순히 책상에 오래 앉아 혼자 공부한다고 해서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방법으로 공부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장덕진 원장은 “아이의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구조가 약했던 것이고, 노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설계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1. 25분 공부하고 5분 쉬기
방학 때 흔히 하기 쉬운 실수가 장시간 연속 학습이다. 25분 공부하고 5분 휴식하는 ‘포모도로 기법’을 활용해보자. 이렇게 4사이클 정도 반복한 다음 좀 길게 휴식을 취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다만 처음에는 25분 정도로 시작해 40분 공부하고 4분 휴식, 60분 공부하고 6분 휴식 등으로 차츰 집중 시간을 늘려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모의고사 시간이 70분이나 80분, 100분 단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긴 호흡의 공부도 익숙해져야 한다. 집중 시간은 과목마다 다르다. 단어 암기, 연산 같은 반복 학습이나 좀 지겨운 과제들은 15분에서 20분 정도로 시작해 최대 30분까지가 적당하다. 짧은 대신 자주 하면 된다.
2. 메타인지를 곁들인 무지개 암기법
주입식 교육과 암기는 다르다. 쌓여 있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없다. 장덕진 원장이 개발한 ‘무지개 암기법’은 N회독 학습을 시스템화한 것이다. 1차 암기에서는 내용 이해에 집중하고 암기 목표량은 50%,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외운 다음에는 2~3분 정도 테스트해 암기한 내용과 막히는 부분을 구분한다. 그 후 총 내용의 70%를 목표로 7~9분 정도 2차 암기에 들어간다. 다시 테스트 후 덜 외운 부분을 공략해 3~5분 정도 3차 암기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테스트하고 여기서도 외워지지 않은 부분은 5분 정도 최종 암기한다. 테스트 때는 태블릿으로 사진을 찍어 글자를 지우거나 교재를 복사해 수정액으로 지워 빈칸을 만들고 채우는 방식을 추천한다. 또 단계별로 펜의 색깔을 다르게 해 어떤 내용을 더 외웠는지 메타인지가 되도록 한다. 반복하다 보면 1차 세트에서 외울 수 있는 능력치가 점점 올라간다. 또 학습 수준이 높아지면 대중소 제목만 써놓고 내용을 채우는 방식, 백지 테스트 등 업그레이드해 도전한다.
3. 인강을 현강처럼 듣기
인강을 들을 때 집중력을 높이려면 다시 돌려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마치 현강을 듣듯이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시간대만 적어놓고 끝까지 시청한 후 나중에 해당 부분만 돌려서 본다. 정지와 재생을 반복하면 강의가 더 길어지고 집중력이 흐려지기 때문. 또 배속을 해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빨라지면 그만큼 놓치는 내용도 많아진다. 1.6배속 정도까지만 속도를 조절하는 편이 좋다. 무엇보다 인강에도 예습과 복습이 필요하다. 교재를 한번 읽고 인강을 들으면 훨씬 이해가 쉽다. 복습할 때도 너무 정성 들여 하면 오히려 인강을 덜 집중해서 보게 되므로 노트 한 페이지에 외워야 할 내용을 정리하는 정도로 마무리한다.
#대치동장원장 #자기주도학습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장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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