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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의 다른 모습

남편과 팬클럽 회원들이 마련한 생일상 받고 눈물 흘린 김희애

■ 글·조득진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04. 06. 04

김희애가 남편 이찬진씨로부터 특별한 생일상을 받았다. 서른일곱번째 생일을 맞아 남편이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팬미팅을 겸한 생일파티를 열어준 것. 데뷔 후 처음으로 팬미팅을 갖는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 그가 연기 뒷이야기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남편과 팬클럽 회원들이 마련한 생일상 받고 눈물 흘린 김희애

지난 4월24일 오후 2시, 강남의 한 호텔. 김희애(37)가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불렀던 노래 ‘나를 잊지 말아요’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10대 소녀에서 40대 주부까지 모두 설레는 표정을 하고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날 행사의 공식 명칭은 ‘김희애 생일잔치 겸 팬미팅’. 4월23일 서른일곱번째 생일을 맞은 그를 위해 남편 이찬진씨(39)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드림위즈의 팬클럽 ‘김희애 팬클럽’과 다음카페 ‘희애사랑’의 회원들이 함께 준비했다.
이찬진씨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드림위즈 ‘김희애 팬클럽’에 “김희애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자신을 좋아해주시는 모든 분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내가 말하네요” 하고 자신이 생일잔치를 마련한 이유를 소개했다. 또 “서로의 마음도 확인하고 서로 격려해주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하며 아낌없는 아내사랑을 보여주었다.
이윽고 나타난 김희애.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원피스와 탄력 있는 팔근육이 마치 영화 ‘툼 레이더’의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를 연상시켰다. 평소 팬들과의 만남이 적었던 탓에 오랜만에 그를 만난 팬들은 “언니” “너무 예쁘다” 하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영화 등 영상물 상영과 생일케이크 커팅, 선물 증정, 팬들의 질문, 팬이 쓴 편지 낭독 순으로 이어졌다. 그는 “데뷔한 지 꽤 됐는데 처음으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많이 보고 싶었다. 지난해 여러분이 보내준 성원 덕분에 큰상도 받았고, 더 늦기 전에 감사드리고 싶어 모임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팬들과 진행한 일문일답.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가끔 그런 적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지 않나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더 신경 쓰고 가꾸어야 하지만 제가 원래 미인형이 아니라서…. 그래서 연기에 더 힘을 쏟는 건지도 몰라요(웃음). 요즘 TV를 보면 예쁜 여자 연기자들이 많잖아요. 유호정씨나 신애라씨 등 아줌마 배우들도 다 예뻐요. 그러니 처녀 배우들은 얼마나 더 예쁘겠어요.”
-기억에 남는 작품과 대사, 그리고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나요?
“아무래도 ‘완전한 사랑’ ‘아내’ ‘아들과 딸’ ‘폭풍의 계절’ 등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가 기억에 많이 남죠. 특히 ‘완전한 사랑’은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죽기 전에 남편과 바닷가를 여행하다가 차 안에서 ‘나 죽으면 묻지 말고 뿌려달라’고 말하던 장면도 그렇고…. 기회가 된다면 영화 ‘물랑루즈’에서 니콜 키드먼이 맡았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이상하게도 여배우들에겐 창녀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저 또한 그런 것 같아요.”
-촬영이 없는 날은 어떻게 보내나요?
“엄마들은 다 아시겠지만 아이들 돌보다 보면 하는 일 없이 하루가 다 가요. 집안일은 해도 티도 안 나고…. 그러다 보면 자아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여자도 일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 속에서 나를 찾고, 또 성취감도 느낄 수 있죠.”
-오늘 같은 생일파티 자리도 만들어주는 등 남편의 외조가 대단하다고 하던데요.
“이만큼이면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완전한 사랑’으로 연기대상을 받았을 때 남편이 누구보다 기뻐했어요.”
-부부싸움은 자주 하나요?
“우리 부부는 성격상 싸움이 잘 안 돼요.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얘기 좀 해” 하고 운을 띄운 뒤에나 시시비비를 가리곤 하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부부싸움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오해도 풀리고 스트레스도 쌓이지 않죠. 저는 모아놓고 한꺼번에 터뜨리는 편인데, 그러면 남편은 “그렇게 많이 참았냐?”며 깜짝 놀라곤 해요.”

남편과 팬클럽 회원들이 마련한 생일상 받고 눈물 흘린 김희애

데뷔 후 처음으로 팬미팅을 가진 김희애. 행사가 열리는 두 시간 내내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나비 넥타이를 한 두 아이는 김희애의 아들 기현과 기훈.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나요?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거기, 가만히 좀 있지. 저도 그랬고 공부는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공부에 흥미가 없는데 공부 좋아하는 아이들과 견주면 엄마나 아이나 모두 힘들 뿐이죠. 첫째 기현이는 저를 닮아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고, 둘째 기훈이는 아빠를 닮아 머리가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거 도와주는 게 부모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마음속의 욕심 그릇을 조금만 줄이면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믿어요. 저도 많은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에게 사랑받고 두 아이와 남편이 건강한 지금에 감사해요.”
-앞으로 활동 계획은요?
“영화를 하고 싶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웃음). 올가을쯤에 드라마로 다시 찾아뵐 것 같아요. 연기 외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어요. 원래 부지런한 성격이 아닌데다 뭔가를 벌이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운동도 좋아서 라기보다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하고 있는데 사실 힘들고 귀찮아요.”

그는 행사 중간에 두 아들을 앞으로 불러내 인사를 시키기도 했다. ‘연예인 끼’가 있다는 기현이(6)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마이크를 들고 인사를 하는 데 반해 동생 기훈이(4)는 쑥스러운 듯 엄마의 팔만 잡고 있었다.
뒷자리에서 행사를 지켜보던 이찬진씨는 “사람들이 첫째를 보면 ‘엄마 닮아 잘생겼네’ 하며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는데, 둘째를 보곤 ‘아빠 많이 닮았구나’ 하는 소리만 한다(웃음)”며 “이 행사를 앞두고 아내가 많이 기대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팬들로부터 책과 액자, 그리고 빨간색 짧은 운동 팬츠를 선물 받고 기뻐하던 김희애는 한 열성 팬의 편지글 낭독에 눈물을 흘렸다.
“제가 인터넷이 서툴러서 팬클럽 사이트에 글도 자주 남기지 못하는데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한창 뜨는 신인스타도 아니고, 아시다시피 아이가 둘씩이나 딸린 아줌마인데도 사랑해주셔서 여러분을 꼭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오늘은 여러분에게 저를 보여주는 시간이 아니라 제가 여러분을 본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팬들과 사진촬영을 한 그는 팬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을 물어보며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팬들과 함께 할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어제 ‘어린이에게 새생명을’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울산에 내려갔다 백혈병에 걸린 아홉살짜리 남자아이를 만났어요. 부모는 이혼을 했고, 중학교에 다니는 누나가 돌보고 있더군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방 안에 힘없이 혼자 누워 있는 아이를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생일날 그 아이를 보면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과 상의해서 봉사활동 기회를 꼭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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