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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그녀의 삶과 음악

첫 솔로 음반 낸 영화음악 피아니스트 주혜정

“첫사랑, 이별, 결혼… 20대에 느낄 수 있는 풋풋한 경험들을 담았어요”

■ 글·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2002. 11. 14

영화 <여고괴담> <순애보> <해적, 디스코왕 되다> 등의 메인 테마를 연주하면서 주목받아온 영화음악 피아니스트 주혜정이 첫 솔로 음반 를 냈다. 보너스 트랙을 제외하고 모두 자작곡으로 구성된 이번 음반은 30대를 눈앞에 둔 한 여자의 삶을 편안하게 표현하고 있다. “첫사랑과 헤어지며 느꼈던 슬픔, 결혼하던 날 가슴속에 차오르던 행복 등 20대에 느꼈던 모든 감정들을 피아노 선율로 남기고 싶었다”는 그와의 따뜻한 데이트.

첫 솔로 음반  낸 영화음악 피아니스트 주혜정
피아니스트 주혜정(29). 익숙지 않은 이름이지만 영화 <여고괴담 2>의 메인 테마인 ‘Memento Mori’를 연주했다고 하면 ‘아하!’라고 외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외에도 많은 영화의 메인 테마를 연주하면서 영화음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아온 그가 첫 피아노 솔로 음반 를 냈다. 두곡의 보너스 트랙을 제외하고 모두 자작곡으로 구성한 이번 음반은 30대를 코앞에 둔 한 여자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내년이면 서른살이 돼요. 그냥 20대 때 느꼈던 온갖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첫사랑 때 느꼈던 설렘, 헤어질 때의 슬픔, 영국유학시절 지독한 편도선염을 앓으면서 느꼈던 고독감과 가족, 친구에 대한 그리움, 결혼하던 날 가슴속에 차오르던 행복 등 그런 풋풋한 감정들 말이에요. 그냥 한 여자의 평범한 삶을 표현한 피아노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는 음반 타이틀이 말해주듯 모든 트랙의 제목이 날짜로 되어있다. 첫사랑과 헤어지던 그날, 결혼을 결심하던 그날, 옛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난 그날 등 특정한 날에 느꼈던 감정들을 피아노 선율에 고스란히 담은 것. 다섯번째 트랙에 실린 ‘6월4일’은 실제 그의 결혼기념일. 결혼할 때의 행복함이 절로 느껴질 정도로 밝고 경쾌한 연주다. 그리고 음반 재킷에는 곡 하나하나를 작곡한 배경이 되는 그의 일기들이 실려 있다.
“전공은 피아노지만 틈틈이 작곡공부도 해왔어요.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죠. 다른 사람의 작품이 아닌 저만의 음악을 연주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네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주혜정은 예중, 예고를 거쳐 서울대 기악과를 졸업하고 영국왕립음악원의 전문 연주자 과정을 마친 정통 클래식 피아니스트.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좀더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클래식한 느낌이 남아 있는 영화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던 중 아주 우연한 기회에 영화음악가 조성우씨를 만나게 된다.
“한 신문사에서 개최하는 영화음악제에 갔다가 조성우 감독님을 만났어요. 감독님은 대뜸 제게 ‘대중적인 음악을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셨어요. 영화에 삽입되는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재미있을 것 같아 큰 고민 없이 해보겠다고 말했죠.”
그리고 그가 연주한 곡이 바로 영화 <여고괴담 2>의 메인 테마인 ‘Memento Mori’다. 이 노래는 방송 CF에 삽입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주씨의 이번 음반에도 보너스 트랙으로 실렸다. 그 후 영화 <순애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 <쓰리> <연애소설>과, 최근에 작업한 <밀애>까지 다수의 영화음악 작업에 왕성하게 참여했다.

첫 솔로 음반  낸 영화음악 피아니스트 주혜정

주혜정 음반 <Days>.

“며칠 전 영화 <밀애>의 삽입곡을 연주했는데요. 그 음악이 바로 남녀간의 정사신에 나오는 거였어요. 보통 작업할 때 음악이 나오는 영화 장면을 보면서 감정이입을 시킨 후 연주했는데, 정사장면이 너무 ‘야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였어요(웃음).”
한번 작업에 들어가면 며칠씩 밤을 새가며 연주해야 한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남편 공주연씨(30)는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돼준다. 집에서 녹음실, 녹음실에서 집까지 ‘모셔다’ 주는 ‘운전기사’가 되기도 하고, 밤샘 작업에 지친 그 대신 밥과 청소, 빨래를 도맡아 하는 ‘살림도우미’가 되기도 한다.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 공씨는 아내가 피아니스트인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그는 남편과 아주 ‘웃기게’ 만났다며 환히 웃었다. 99년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연습실을 냈는데, 그곳에서 아는 후배들의 피아노 지도도 겸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피아노 교습을 한 것이 아니라 연습실에 아는 동생들만 모아놓고 가르쳤어요. 그런데 마침 그 동네에 살고 있었던 남편이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며 연습실로 들어오더라고요. 그 전까지 저는 생판 모르는 사람을 가르쳐본 적이 없었거든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재미있겠다 싶어 한번 가르쳐보기로 했죠. 그렇게 사제지간으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웃음).”
평소 피아노 연주를 듣기 좋아하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했다는 남편. 그는 주씨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고 한다. 남편의 열렬한 구애 끝에 두 사람은 2000년 6월 웨딩마치를 올렸다. 아직 아이는 없다.
“결혼하고 나니까 안정적인 음악활동을 할 수 있어 좋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제 편이 되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고요. 조만간 아이도 낳을 생각이에요. 이번 음반이 풋풋하면서도 격렬했던 20대의 삶을 담았다면 이젠 조금 더 성숙하고 안정적인 음악을 만들어 연주하고 싶어요.”
앞으로 그는 영화음악 연주를 계속 해 나갈 생각이다. 언젠가 자신이 연주한 영화음악만을 모아 음반도 낼 계획이라고. 물론 작곡활동이나 정통 클래식 연주도 게을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젊기 때문에 다양한 영역을 경험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
오는 11월3일 그는 서울 종로 연강홀에서 음반 발매 콘서트를 갖는다. 음반 수록곡들은 물론 그가 작업한 영화음악들도 연주할 계획이다(문의 02-325-7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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