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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을 못 끊는 이유

윤혜진 객원기자

2025. 09. 24

내년이면 Mnet이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붐을 일으킨 ‘프로듀스 101’을 선보인 지 10년이 된다. 화제성이 예전만 못해도 계속 생기는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아 재결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아이오아이.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아 재결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아이오아이.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워너원.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워너원.

2016년 ‘프로듀스 101’ 방영 당시 기억이 선명하다. 교복을 맞춰 입은 소녀들이 절실한 눈빛으로 ‘PICK ME’를 부르는데, 국민 프로듀서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전소미, 김세정, 최유정 등 선정된 11명은 아이오아이로 약 10개월 동안 활동했다. 아이오아이의 성공은 1년 후인 2017년 시즌 2로 이어졌다. 이번엔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할 차례. 시작부터 폭발적인 관심이 일더니 강다니엘, 박지훈, 이대휘 등으로 구성된 워너원은 2019년 1월 해체하기 전까지 온갖 가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프로듀스 101’ 이후 ‘아일랜드’ ‘보이즈 플래닛’ ‘방과후 설렘’ 등 수많은 서바이벌 오디션이 줄을 이으며 스타를 배출했다. 4세대 걸 그룹 대표 주자 아이브의 장원영과 안유진도 ‘프로듀스 48’이 탄생시킨 아이즈원 출신이다. ‘보이즈 플래닛’ 시즌 1을 통해 탄생한 제로베이스원은 K-팝 그룹 최초로 데뷔 앨범부터 5개 앨범을 연속해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렸다. 

그러나 잘나가던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은 한때 큰 위기를 맞았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메인 프로듀서인 안준영 PD가 시청자 투표 결과를 조작하고, 연예기획사로부터 술자리 대접을 받은 혐의로 2020년 실형이 선고되는 등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매일매일 투표하고 타 팬덤과의 연합, 자비로 마련한 선물을 건 투표 홍보 등 내 새끼 스타 만들기에 올인했던 국민 프로듀서들이 느낀 배신감은 컸다. 이후 케플러, 제로베이스원, 아일릿 등을 배출하며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은 명맥을 이어갔지만, 오디션 홍수 속에서 눈길을 끌려고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생겼다. 올 초 방송 예정이던 MBN ‘언더피프틴’은 미성년자 상품화 논란에 휩싸여 결국 전파를 타지 못했다. 방송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에 출연자가 입은 상심이 크다. 15세 이하 출연자들은 아이돌 연습생이기 전에 학생이다. 몸도 마음도 성장하는 황금 같은 시간에 대한 보상은 누가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잦은 편집 실수에도 완성도 높은 무대와 훈훈한 성장 서사, 각종 신박한 이벤트로 선방한 ‘보이즈 2 플래닛’.   

잦은 편집 실수에도 완성도 높은 무대와 훈훈한 성장 서사, 각종 신박한 이벤트로 선방한 ‘보이즈 2 플래닛’.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의 기세가 예전만 못한 건 확실하다. 그럼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아이돌 성공 급행열차’란 공식은 유효하다. 9월 25일 최종 데뷔 멤버가 결정 난 ‘보이즈 2 플래닛’의 경우 초반부터 잡음이 발생했다. 기획사 웨이크원 소속이면서 개인 연습생 신분으로 참가한 이들이 발각되는가 하면, 이제는 고전 축에 속하는 연습생 인성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펀덱스에 따르면 첫 방송 이후 TV-OTT 통합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볼 사람은 본다는 의미다. 당장 올 7월 1일 데뷔한 아홉(AHOF)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월 종영한 SBS ‘유니버스 리그’를 통해 결성된 아홉은 데뷔 앨범 초동 36만여 장의 판매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올해 데뷔한 신인 보이 그룹 중 2등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출연자가 만드는 성장 서사에 글로벌 팬덤 운집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살길을 찾아 진화하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선보인 현역 아이돌 대상의 MBC ‘A-IDOL’은 기획, 연출, 심사 등 전 과정을 세계 최초로 AI가 주도하는 ‘엔터테크’ 프로그램을 추구한다. 기획 단계에서 2025 K-AI 산업한류대상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노리기도 한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비 마이 보이즈’를 통해 이제 막 결성된 그룹 유어즈(YUHZ)는 중국 대형 엔터테인먼트 럭키도어와 손잡고 내년 상반기 정식 데뷔한다. 럭키도어는 유어즈의 중국 활동을 위해 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비슷한 듯 결이 다른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제작진과 ‘스트릿 우먼 파이터’ 제작진이 뭉친 한일 합작 힙합 프로젝트 ‘언프리티 랩스타 : 힙팝 프린세스’도 10월 16일 시작한다.



SBS ‘유니버스 리그’를 통해 결성된 아홉은 데뷔 10일 만에 음악방송 3관왕을 기록했다.

SBS ‘유니버스 리그’를 통해 결성된 아홉은 데뷔 10일 만에 음악방송 3관왕을 기록했다.

심사위원을 AI로 내세운 MBC ‘A-IDOL’.

심사위원을 AI로 내세운 MBC ‘A-IDOL’.

무엇보다 그릇이 비슷하더라도 그 안에 담기는 내용물은 다르다. 역대 최다 인원인 160명으로 시작한 ‘보이즈 2 플래닛’에서도 보석들이 빛났다. 빅히트 뮤직의 데뷔조 출신인 이상원은 반전 매력이 있는 유죄 인간이다. 생존자 발표식마다 압도적인 득표수로 1위에 올랐다. 2019년 데뷔한 그룹 베리베리의 막내 유강민, JYP의 중국 현지화 그룹 보이스토리의 허씬롱 역시 이번 시리즈를 통해 재발견됐다. 실력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성장의 맛이 있다. 아이돌 명가 SM엔터테인먼트도 최종 오디션인 3차 테스트 전 오디션 캠프를 연다. 정식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원석들의 성장 가능성과 근성을 보기 위해서다. K-팝 성공 신화에는 한국인 특유의 근성이 작용한다.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은 포기하지 않고 울고 웃는 그 순간을 담아낸다. 역시 아는 맛이 무섭다. 

윤혜진은 아이돌 조상 H.O.T.부터 블락비, 에이티즈까지 청양고추 매운맛에 중독된 K-팝 소나무다. 문화교양종합지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며 덕업일치를 이루고, 지금은 아이와 뮤직비디오 같이 보는 엄마로 레벨업했다.

#아이돌서바이벌오디션 #보이즈2플래닛 #여성동아

사진출처 Mnet 아홉 SNS MBC 사진제공 YM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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