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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로 ‘휴대폰 성지’ 부활··· ‘호갱’ 되지 않으려면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5. 08. 26

7월 22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명 ‘단통법’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변화하게 될 할부원금, 핸드폰 성지 등 기기 교체 전 알아둬야 할 것들에 대해 알아봤다.

8월 첫째 주 주말 오후, 휴대폰 판매점이 밀집돼 있는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에 오랜만에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휴대폰 보러 오셨어요?” “어떤 기종 찾으세요?” 판매원들은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건넸다. 반면 소비자들은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적극적으로 매장 안에 들어가 가격을 문의하거나 흥정하기보다는 매장을 둘러보고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이 더 많았다. 

7월 22일, 11년간 유지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공식 폐지됐다. 이동통신 3사가 지원금을 공시하고, 유통점에서 지원하던 추가지원금에 상한(공시지원금의 15%)을 두었던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이동통신 시장은 다시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했다. 통신사나 대리점이 자율적으로 할인 규모를 정할 수 있게 되면서 발품만 열심히 팔면 누구나 휴대폰을 싸게 살 가능성이 높아졌다. 

15년 이상 휴대폰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최 모 씨는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이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는 느낌이다. 그래도 단통법 시행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은 네이버 카페나 당근마켓, SNS 등으로 시세를 받아보고 비교하는 고객이 많아 매장에서 즉각적인 변화를 느끼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휴대폰 구매 전에 미리 알아둬야 할 것은 분명히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업체마다 제공하는 할인이나 혜택이 다른 게 첫 번째 이유다. 겉으로 보이는 혜택이 크더라도, 이후 통신 요금에 기곗값이 분할 청구되는 등의 꼼수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는 만큼 보이는 휴대폰 시장에서 길잡이가 될 몇 개의 키워드를 소개하니 구매 전 꼼꼼히 살펴보자. 

최대 혜택을 노리는 핵심 전략 ‘번호이동’

통신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번호이동 고객에게 압도적으로 높은 혜택을 제공한다. 예컨대 S 통신사의 사용자가 통신사는 유지하되 기기만 변경할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20만 원 선이라면, 번호이동을 통해 K 통신사나 L 통신사로 이동할 경우 30만~6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실제로 단통법이 폐지된 후 일부 판매점에서는 최신 기종의 휴대폰을 번호이동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기기를 공짜로 제공하고, 현금 30만~4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기도 했다. 이동통신사와 영업점이 지원금을 상한 없이 운영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생긴 변화다. 이런 프로모션을 적절히 활용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다만 살펴볼 사항도 있다. 한 통신사를 오래 사용해온 경우 장기고객 할인이나 가족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번호이동을 하게 되면 당장은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할인이 사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번호이동을 할 때는 기존 통신사 해지 시 패널티가 발생하지 않는지, 중장기 혜택이 소멸되지 않는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통신사의 혜택과 종합적으로 비교해 실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가늠하는 것이 좋다. 

불법에서 합법으로 변신한 할인의 메카 ‘성지폰’ 

휴대폰 성지란 통신사로부터 받는 통칭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활용해 일반 대리점보다 저렴하게 휴대폰을 판매하는 곳을 일컫는다. 단통법 발효와 함께 기세가 시들해졌던 성지가 모두 합법화되면서 다시 시장의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변한 점도 있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 지하상가나 강변 테크노마트,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 등에 밀집해 있던 이들이 온라인으로 주무대를 옮긴 것. 네이버 카페는 물론이고 인스타그램 마켓, 당근마켓 등에서 휴대폰 성지를 검색하면 다양한 판매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채널 또는 오픈채팅(카톡)방으로 접속할 수 있다. 실제 네이버 키워드 검색에 따르면 8월 초 ‘휴대폰 성지’의 검색량이 9만5000여 건이 넘는다. 유사 검색어인 ‘핸드폰 성지’ 역시 3만3000여 건을 훌쩍 넘는다. 이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이전한 휴대폰 매장을 찾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자를 직면하는 부담이 덜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 채널에서도 신중한 자세는 필수다. 파격적인 할인에 혹해서 숨겨진 위험 요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 전에는 반드시 믿을 수 있는 업체인지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리뷰나 구매 평 등을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업체마다 제시하는 조건이 다를 수 있으므로 여러 업체를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찾는 수고도 들여야 한다. 과거의 사례지만, 휴대폰 개통 후 일정 기간 사용하면 수십만 원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입금해주겠다는 식으로 프로모션을 내거는 업체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온라인 판매처의 경우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업체명을 변경하는 등의 꼼수를 부리기도 쉽다. 만약 해당 조건으로 거래하게 된다면 추후 증빙이 가능한 기록, 즉 서류나 문자메시지, 캡처 이미지 등을 증거로 보관해둘 것을 권한다.

업체에 따라 구형 모델을 공짜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실속형 소비자에게는 매우 반가운 제안이다. 다만 이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할부원금이 0원’인지다. 공짜폰이라고 속여 판매하고 추후 통신요금에 휴대폰 단말기 요금을 합산해 청구한 과거 사례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계약서 작성 시에 기기의 할부원금이 0원인지를 확인하고, 개통 후에도 고객센터를 통해 할부원금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안전하다. 참고로 휴대폰 역시 계약 후 14일 이내에 신청 철회나 계약 해제가 가능한 ‘쿨링 오프’ 제도가 존재한다. 위약금은 무조건 면제되고, 개통비는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사용한 통화요금 및 데이터 사용료는 납부해야 한다. 자세한 사항은 각 통신사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기타 궁금한 점은 한국소비자원(전화 1372)에 문의하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자.  

#단통법 #휴대폰교체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당근마켓 호갱님우리호갱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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