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째 휴직 중인 서경배 아모레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최근 입사한 차녀 호정 씨(왼쪽부터).
아모레 차녀 서호정, 상징성과 성장성 높은 오설록 입사
아모레퍼시픽은 겉으로는 평온한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후계 구도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34) 씨가 휴직에 들어간 지 2년 만인 지난 7월, 차녀 서호정(30) 씨가 계열사 오설록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것. 특히 서 회장은 2023년 5월, 서호정 씨에게 그룹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보통주와 종류주 약 240만 주(지분율 2.55%)를 증여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서호정 씨는 언니 서민정 씨(지분율 2.75%)와의 지분 격차가 0.2%p로 줄었다. 이후 불과 두 달 뒤인 2023년 7월 서민정 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장기 휴직에 들어갔고, 같은 시기 이니스프리 지분(18.38%) 가운데 절반 이상인 9.5%를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했다. 이후 이니스프리는 해당 주식을 556억 원에 자사주로 매입했다. 경영 일선에서의 이탈과 지분 기부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 휴직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출신으로 그동안 특별한 대외 활동을 하지 않던 서호정 씨는 오설록 PD(Product Development)팀에 일반 사원으로 배치돼 제품 기획과 마케팅 등 실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전공과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오설록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설록이 아모레퍼시픽홀딩스의 100% 자회사이자 창업주 고(故) 서성환 회장이 1979년 직접 개간한 차밭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그룹 내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영 수업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오설록의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936억 원, 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72%, 68.66% 성장했다.
앞서 2017년 입사한 서민정 씨는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과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 등에서 근무했으나 두드러진 경영 성과는 알려진 바 없다. 2020년 보광그룹 3세와 결혼했다가 8개월 만에 이혼한 그는 2021년 9월 서울 이태원의 고급 빌라 어퍼하우스남산을 매입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최근 사내 인트라넷 조직도에서 서민정 씨의 이름이 사라져 퇴사설이 불거졌지만, 아모레퍼시픽 측은 “직원들이 사내 조직도를 검색할 수 있는 채널이 여러 개 있다. 이 중 인트라넷을 업데이트하면서 일부 휴직자들이 누락된 것 같다. 지금은 등록이 복구된 상태”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경배 회장이 경영 전반을 직접 챙기고 있기 때문에 후계 구도를 논할 시기도 아니며, 미미하긴 하지만 아직 서민정 씨의 지분율이 호정 씨보다 높다”면서 후계 구도 변화설을 일축했다. 서민정 씨의 복귀 시점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콜마비앤에이치 경영 참여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장남 윤상현 부회장과 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왼쪽부터).
한국콜마, ‘남매 경영’에서 ‘남매 전쟁’으로
한국콜마는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자녀 간 경영권 다툼으로 격랑에 휩싸였다. ‘화장품은 아들, 건강기능식품은 딸’이라는 윤 회장의 승계 원칙이 사실상 깨졌고, 지금은 아들 윤상현(51)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딸 윤여원(49)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법정에서 맞서는 형국이다. 올해 설립 35주년을 맞은 한국콜마는 코스맥스와 함께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시장을 이끄는 핵심 기업이고, 콜마비앤에이치는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 ODM 1위를 달리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이들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주회사다.분쟁은 지난 4월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사내이사로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을 내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여원 대표가 이를 거부하자 윤 부회장은 5월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맞서 윤여원 대표는 “윤 부회장이 경영 합의문을 위반했다”며 위법 행위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에 개입하려는 명분은 실적 악화다. 실제로 콜마비앤에이치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020년 956억 원에서 2024년 239억 원으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2조1000억 원에서 4000억 원대로 75% 가까이 줄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윤여원 대표 측은 대표 취임 첫해인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이 6156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적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콜마홀딩스가 그동안 콜마비앤에이치의 주요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해왔고, 신사업이나 투자 계획이 계속 반려됐다고 주장했다.
남매 분쟁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키는 윤동한 회장이 2019년 두 자녀에게 각각 지분을 증여하며 맺은 ‘경영 합의문’에 있다. 지난 7월 2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처분 재판에서 처음 공개된 이 문서에는 윤동한 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주식을 윤여원 대표에게 이전하면서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경영권도 윤 대표에게 부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윤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의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합한 범위 내에서 지원 또는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상현 부회장 측은 “합의문은 가족 간 합의일 뿐, 콜마홀딩스라는 법인의 의사결정에는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콜마홀딩스가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 관련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는 것은 상법상 보장된 권리이며, 가족 간 합의가 회사의 주주권 행사에 우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갈등은 이제 증여 자체의 효력을 둘러싼 법정 소송으로 확전됐다. 윤동한 회장은 지난 5월 30일, 아들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콜마홀딩스 주식 460만 주의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2019년 윤 회장이 아들에게 지분을 증여할 당시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은 딸에게 맡긴다’는 조건이 붙은 부담부증여였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또 윤 부회장이 소송 중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고, 6월 27일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소송 결과는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상현 부회장이 현재 보유한 콜마홀딩스 주식은 약 1089만 주(지분율 31.75%). 이 중 460만 주를 반환하게 될 경우 보유 지분은 약 629만 주로 줄어든다. 반면 윤동한 회장은 반환받은 주식을 포함해 약 652만 주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윤여원 대표와 배우자도 콜마홀딩스 주식 약 365만 주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연합할 경우 윤 부회장 측보다 높은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콜마홀딩스의 소액주주 지분은 약 38.5%에 달하며,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지분율 약 5.7%)는 윤상현 부회장과의 연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다툼이 주총 표 대결 양상으로 번질 경우, 소액주주 표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아모레 #한국콜마 #여성동아
사진 동아DB 사진제공 한국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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