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신규 택지 5만 가구 공급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서울 서초구의 서리풀지구. 서초구 원지동, 신원동, 염곡동, 내곡동, 우면동 일대 총 221만㎡(약 67만 평)로, 여의도 면적의 절반 크기에 달한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푼 것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찬반은 갈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빠른 추진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떠들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서리풀지구 일대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11월 5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내 땅이 이번 지구 선정에 포함됐냐”는 문의가 빗발쳤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없다는 것. 서초구 신원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 씨는 “일주일 전만 해도 ’땅을 살 수 있냐‘는 전화가 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조용하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도로와의 거리에 따라 3.3㎡당 200만~500만 원 선에서 거래돼왔다. 현재도 지가 변동 폭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공급 대책 발표와 동시에 서리풀지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취득하려면 서초구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구 내 토지에 대한 개발 행위도 제한된다. 서초구 신원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이 지역은 농지라 기존에도 땅을 사려면 토지이용계획확인서 열람 등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었다”며 “이 지역 주민은 오래 거주해 땅을 갖고 있거나, 상속 등을 통해 땅을 취득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리풀지구가 감싸고 있는 내곡지구 내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구 선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2만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면 주변 인프라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그린벨트를 해제해 만들어진 내곡지구는 2013년부터 4629가구가 입주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B 씨는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 다른 서초구 지역에 비해 저평가돼왔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지 않겠냐”며 그린벨트 해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내곡지구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개발이 완료돼 입주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현재 호가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팔려고 내놨던 아파트 매물을 거두는 사례는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내곡지구의 아파트 가격은 3.3㎥당 5000만 원 수준으로 서초구 아파트 평균 평단가 7747만 원(9월 부동산114 기준)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내곡지구에 지어진 ‘서초포레스타6단지’ 전용면적 84㎡가 16억75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정부가 2012년 이후 12년 만에 그린벨트를 대대적으로 푼 건 올해 들어 크게 오른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다. 특히 서초구에 2만 가구를 집중한 건 상승 거래가 이어지는 강남권 집값을 안정화하고 공급 부족에 따른 추가 집값 상승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것. 서리풀지구의 강점은 교통이다. 지하철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강남역과 판교역까지 6분이면 도착하고, GTX-C가 정차할 양재역까지 5km 떨어져 있다. 정부는 개발되는 서리풀지구 내 신분당선 추가 역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2만 가구 가운데 55%는 신혼부부에 할당된다.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2(미리내집) 물량으로 10년 거주 후 출생아 수에 따라 거주 기간을 연장하거나, 20년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이번 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통해 서울의 높은 주거비로 자녀 출산 계획을 망설이는 신혼부부들에게 아이 낳을 결심과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의 강남권 수요를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규 물량 공급에는 최소 6년이 걸리며, 임대를 제외하면 물량 자체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2026년 토지 보상 계획을 마련해 지구를 확정하고 2029년 분양, 2031년 입주를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민 반대도 예상된다. 서리풀지구 일대에는 이미 “개발을 즉각 철회하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서초구 신원동 새정이마을에 50년 넘게 거주한 C 씨는 “마을에 사는 주민 대부분은 이곳에 오래 거주하는 원주민이거나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기 위해 이사 와 집을 지은 사람들”이라며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이상 개발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입지 역시 개발의 난점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발표한 서리풀지구 사진을 보면 도로를 따라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다. 이 지역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고도가 높은 곳이 많아 예비군 훈련장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서울 내 지역에 공급이 이뤄진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정부의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민들의 토지 보상과 문화재 발굴 가능성이라는 2가지 허들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보상 문제에 대한 이의 신청이 제기되면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까지 올라가는 데 길게는 2년 이상 걸린다”며 “이후 토지가 수용되더라도 문화재 조사 과정을 거처야 해 정부의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신규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발표만으로 집값을 잡는 심리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공급 시기를 예정대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약 10만 가구가 공급된 분당신도시와 달리 물량이 많지 않아, 수요자들이 원하는 완성된 주거 공간으로서의 기대감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장의 서울 부동산 청약 시장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소장은 ”이미 청약 수요자들은 공급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어 청약 경쟁률 저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 지역은 교통 메리트와 서울 서초구라는 의미도 있는 곳이라 84㎥ 기준 분양가가 18억 원 내외로만 형성돼도 ‘로또 분양’ 타이틀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 발표에는 서리풀지구 외에도 고양 대곡(90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3개 지구의 3만 가구 물량이 포함됐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3만 가구 공급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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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사진출처 국토교통부
“개발 기대에 아파트 매물 일부 거둬들여”
청계산으로 둘러싸인 서리풀지구는 비닐하우스와 원예 농장 등이 있는 곳이다. 11월 18일 기자가 방문한 서초구 신원동 일대는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시골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면서도 지하철 신분당선과 경부고속도로가 지나 이동이 용이하다.
떠들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서리풀지구 일대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11월 5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내 땅이 이번 지구 선정에 포함됐냐”는 문의가 빗발쳤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없다는 것. 서초구 신원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 씨는 “일주일 전만 해도 ’땅을 살 수 있냐‘는 전화가 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조용하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도로와의 거리에 따라 3.3㎡당 200만~500만 원 선에서 거래돼왔다. 현재도 지가 변동 폭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공급 대책 발표와 동시에 서리풀지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취득하려면 서초구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구 내 토지에 대한 개발 행위도 제한된다. 서초구 신원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이 지역은 농지라 기존에도 땅을 사려면 토지이용계획확인서 열람 등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었다”며 “이 지역 주민은 오래 거주해 땅을 갖고 있거나, 상속 등을 통해 땅을 취득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리풀지구가 감싸고 있는 내곡지구 내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구 선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2만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면 주변 인프라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그린벨트를 해제해 만들어진 내곡지구는 2013년부터 4629가구가 입주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B 씨는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 다른 서초구 지역에 비해 저평가돼왔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지 않겠냐”며 그린벨트 해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내곡지구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개발이 완료돼 입주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현재 호가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팔려고 내놨던 아파트 매물을 거두는 사례는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내곡지구의 아파트 가격은 3.3㎥당 5000만 원 수준으로 서초구 아파트 평균 평단가 7747만 원(9월 부동산114 기준)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내곡지구에 지어진 ‘서초포레스타6단지’ 전용면적 84㎡가 16억75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문제는 시기다”
11월 5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4년 신규 공공택지 브리핑을 진행했다.
2만 가구 가운데 55%는 신혼부부에 할당된다.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2(미리내집) 물량으로 10년 거주 후 출생아 수에 따라 거주 기간을 연장하거나, 20년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이번 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통해 서울의 높은 주거비로 자녀 출산 계획을 망설이는 신혼부부들에게 아이 낳을 결심과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의 강남권 수요를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규 물량 공급에는 최소 6년이 걸리며, 임대를 제외하면 물량 자체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2026년 토지 보상 계획을 마련해 지구를 확정하고 2029년 분양, 2031년 입주를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민 반대도 예상된다. 서리풀지구 일대에는 이미 “개발을 즉각 철회하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서초구 신원동 새정이마을에 50년 넘게 거주한 C 씨는 “마을에 사는 주민 대부분은 이곳에 오래 거주하는 원주민이거나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기 위해 이사 와 집을 지은 사람들”이라며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이상 개발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입지 역시 개발의 난점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발표한 서리풀지구 사진을 보면 도로를 따라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다. 이 지역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고도가 높은 곳이 많아 예비군 훈련장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서울 내 지역에 공급이 이뤄진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정부의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민들의 토지 보상과 문화재 발굴 가능성이라는 2가지 허들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보상 문제에 대한 이의 신청이 제기되면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까지 올라가는 데 길게는 2년 이상 걸린다”며 “이후 토지가 수용되더라도 문화재 조사 과정을 거처야 해 정부의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신규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발표만으로 집값을 잡는 심리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공급 시기를 예정대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약 10만 가구가 공급된 분당신도시와 달리 물량이 많지 않아, 수요자들이 원하는 완성된 주거 공간으로서의 기대감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장의 서울 부동산 청약 시장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소장은 ”이미 청약 수요자들은 공급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어 청약 경쟁률 저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 지역은 교통 메리트와 서울 서초구라는 의미도 있는 곳이라 84㎥ 기준 분양가가 18억 원 내외로만 형성돼도 ‘로또 분양’ 타이틀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 발표에는 서리풀지구 외에도 고양 대곡(90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3개 지구의 3만 가구 물량이 포함됐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3만 가구 공급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서리풀 #그린벨트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출처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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