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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전기차 포비아’에 엇갈리는 테슬라의 운명

윤혜진 객원기자

2024. 08. 26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한 가운데 국내에 전기차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며 ‘전기차 포비아’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에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를 사랑하는 서학개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가 공개한 테슬라의 전 기종이 실린 전기 트럭 ‘세미’.

테슬라가 공개한 테슬라의 전 기종이 실린 전기 트럭 ‘세미’.

전기차 아이콘 테슬라의 보릿고개가 이어지고 있다. 7월 미국의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한 33만463대를 기록했다. 이 중 테슬라는 약 16만4000대를 판매해 여전히 미국 전기차 시장 1위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속사정을 살펴보면 마냥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은 49.7%로 과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점유율 59.3%와 비교하면 10% 가까이 낮다. 테슬라의 점유율이 과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8년 처음 과반을 넘긴 후 6년 만의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테슬라의 실적은 7월 발표한 지난 2분기 실적을 포함해 4개 분기 연속으로 ‘어닝 미스(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를 기록 중이다.

흔들리는 여러 지표에 그간 굳건한 테슬라 사랑을 보여온 서학개미들의 불안감이 커가고 있다. 숫자보다 서학개미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테슬라의 최근 행보다. 올 2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일론 머스크 CEO는 기대를 모으던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공개 시기를 디자인 변경 등의 이유로 애초 정해놓은 8월 8일에서 10월 1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지만 주당순이익(EPS)은 43% 감소한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중 하나였던 로보택시 공개 시기까지 늦춰지자 머스크가 강조한 ‘인공지능(AI) 기업 테슬라’에 물음표가 붙었다.

장기적 관점으로 본 ‘AI 기업’ 테슬라의 미래가치

테슬라는 내년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 생산해 회사 내부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내년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 생산해 회사 내부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머스크 CEO는 여러 차례 테슬라를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가 아닌 자율주행 기술에 초점을 맞춘 AI 기업으로 강조해왔다. 테슬라는 첨단 주행 보조 소프트웨어 FSD(Full Self-Driving) 기술을 활용한 운전기사 없는 로보택시와 옵티머스로 대표되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옵티머스는 테슬라가 지난 2021년 AI 데이에서 처음 공개한 인간형 로봇이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공장 부품 운반용으로 시작해 가사도우미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머스크 CEO는 “옵티머스가 언젠가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25조 달러(약 2경9799조 원)로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

테슬라의 또 다른 청사진은 탄소배출권(규제 크레디트)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다. 올 2분기 테슬라는 다른 기업에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전년 대비 216% 급증한 8억9000만 달러(약 1조2055억 원)를 벌어들였고, 2분기 에너지저장장치 설치량은 9.4GWh로 전년 대비 157% 급증했다. 테슬라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탄소배출권으로만 전 세계에서 12조 원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머스크 CEO가 이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는 이유도 이 같은 테슬라의 방향성을 믿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같은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전기차 전반에는 악재겠지만 테슬라에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중국산 부품이 없어야 하는 IRA 조건 때문에 일부 테슬라 모델은 보조금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또 테슬라는 이미 생산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데다 충전소 네트워크까지 갖춰 GM, 포드 같은 전기차 후발 주자만큼 타격이 있진 않다. 무엇보다 설사 전기차 분야에서 수익이 줄더라도 테슬라에는 성장 중인 AI와 친환경 분야가 있기 때문에 후속 주자들의 진출을 견제하는 쪽이 낫다는 계산이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테슬라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테슬라 낙관론자로 알려진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인 애덤 조너스는 최근에도 “생성형 AI가 촉발한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라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에너지 관련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외 분야에서도 테슬라가 보유한 AI 기술의 상업적인 활용 기회가 클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에서 테슬라 자율주행차를 직접 경험해보기도 한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의 경우 테슬라를 스마트폰 시장을 연 애플에 빗대곤 한다. 김 연구원은 “스마트카 FSD는 지금 태동기”라며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궁극적으로 갈 수 있는 길에 비견할 때 현재 수준은 매우 낮은, 한 자릿수 정도의 위치”라고 평가한 바 있다.

기술의 실체 증명되지 않는다면 거품 꺼질 것

반면 테슬라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팽팽하게 맞선다. 지금까지 전기차 분야를 이끈 혁신의 아이콘은 맞으나 그 이름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의견이다. 일단 테슬라가 상승세를 탈 때와는 전기차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80개국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 포함) 대수 1위는 지난해 동기보다 24.1% 증가한 중국의 BYD(150만7000대)였다. BYD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를 제외한 순수 전기차의 판매량만 약 69만7000대로,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83만1000대)에 육박했다. 테슬라가 강조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고 보는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가 선도적인 기술로 초격차를 벌려놓았다는 증거가 있지 않고, 중국이 막대한 자본 투입으로 데이터를 축적해나가고 있어 오히려 2~3년 후에는 중국이 가장 앞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테슬라는 고평가된 부분이 있다. 지금 주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며 “테슬라의 기술이나 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이 확실히 부각되지 않는 한 고공 행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랜드 파워에 비해 차량의 기계적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고질적인 약점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가 노후화될수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더 똑똑해지는 OTA(Over The Air) 시스템 같은 부분은 테슬라가 상당히 앞서 있고 배울 점도 있지만, 차 자체의 완성도나 디자인 면에서는 많이 떨어진다. 사고 시 보행자나 상대 차량이 입을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경우 도로 위 흉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교수는 위기에 처한 테슬라가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테슬라 가격이 20% 이상 낮아지다 보니 그동안 사지 못했던 얼리어답터들이 구매하고 있는 것인데 테슬라는 가격을 더 이상 낮추기 어렵다. 또 현대차 아이오닉 5 같은 완성도 높은 신차가 나오는 상황에서 출시된 지 오래된 테슬라 모델이 계속 잘 팔릴지는 의문이다. 전기차 캐즘이 3~4년은 더 이어질 것이고 트럼프 리스크도 있어 테슬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출처 테슬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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