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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2만원 치킨 팔면 6000원 배달비로 뜯겨” 무료배달의 민낯

정세영 기자

2024. 05. 28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앱들이 전에 없이 무료 배달을 선언했다. 언뜻 호재처럼 보이지만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이 늘면서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짜 배달’은 과연 공짜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배달 시장 거래액은 26조3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2020년 78.1%, 2021년 48.1%로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인 과거와 비교하면 거의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수준. 이러한 판도를 뒤집기 위해 요즘 배달 앱 시장에 ‘무료 배달’이라는 새로운 동력이 등장했다. 지난 3월 쿠팡이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행한 데 이어, 배달의민족은 여러 집 배달을 함께 가는 알뜰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요기요는 요기배달(실속배달·한집배달)로 최소 주문 금액 1만5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가 무료다.

몇천 원씩 지불하던 배달비가 일부 공짜로 바뀌자 사람들은 다시 배달 앱을 켜기 시작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기업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4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의 합산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382만 명으로 파악됐다. 1년 전 3046만 명과 2년 전 3231만 명을 웃도는 수치다.

배달비가 공짜라니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무료 배달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풍선의 한쪽 면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듯, 소비자가 이득을 보는 만큼 자영업자가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배달 요금 체계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음식을 주문했을 때 점주가 택할 수 있는 배달 방식은 크게 2가지다. 점주가 직접 라이더를 불러 고객과 가게가 일정 부분 배달비를 나눠 지불하는 방식(이하 1번)과, 주문이 들어온 배달 앱에서 라이더까지 배정해 배달을 완료하는 방식(이하 2번)이다.

통상 1번을 정액제, 2번을 정률제라 하는데 2가지 방식은 운영 면에서 여러 차이점이 존재한다. 1번 정액제는 점주가 배달 앱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월마다 정해져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을 원하는 지역에 일명 ‘깃발’을 꽂아 깃발이 꽂힌 지점으로부터 반경 1.5~3km 내에 자신의 상호를 노출함으로써 주문을 받을 수 있다. 배달 여건만 가능하다면 여러 개의 깃발을 꽂기도 한다. 이때의 깃발은 개당 8만8000원으로 주문량의 증감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이는 중개비의 성격이 짙다. 실제 배달은 점주가 자체적으로 계약한 배달대행업체와 해결하기 때문에 매출이 크면 점주가 그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다.

수수료 부담 가중으로 애타는 점주들

정률제는 앱 자체 배달 시스템을 통해 음식을 배달하며 주문 금액에 비례해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 점주는 판매 금액의 6.8%를 수수료로 부담한다. 무료 배달에 대해 설왕설래가 잦은 건, 무료 배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정률제 서비스 가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6.8%의 수수료에 건당 2500~3300원에 달하는 배달료, 최대 3%에 달하는 결제수수료, 부가세까지 부담하는 ‘배민1플러스’에 가입해야 무료 배달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타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쿠팡이츠는 9.8%의 수수료에 배달료 2900원, 결제수수료 3%, 부가세까지 부담하는 ‘스마트 요금제’에 가입해야 무료 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요기요는 수수료 12.5%에 결제수수료, 부가세 등까지 모두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률제를 택해야 하는 점주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크다. 정액제 구조에서는 소비자 3000원 & 점주 3000원 또는 소비자 2000원 & 점주 4000원 식으로 점주가 자신이 얼마의 배달료를 지불할 건지 결정할 수 있었지만, 배달료를 일정하게 고정해놓은 정률제 체계에서는 이조차도 불가능하다.



혹자는 무료 배달이 점주의 선택사항인 만큼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될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점주들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오산에서 3년째 치킨집을 운영 중인 윤미영 씨는 “앱을 열어보면 배달비 무료 요금제에 가입한 가게를 상단에 노출해주는 등 알게 모르게 차별이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배달비 무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배달비 무료 요금제’ 가입을 외면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무료 배달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가게의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커져 매출이 늘어도 마냥 좋아할 수 없다는 게 점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얼마의 차이가 있을까? 배달의민족을 기준으로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한 치킨집 점주가 단가 2만5000원의 치킨을 판매해 월 매출 5000만 원을 올리려면 2000건의 배달을 해야 한다. 이때 기존의 울트라콜 요금제(배민이 주문 중개만 하고 점주가 자체적으로 배달 대행을 이용하는 요금제)를 이용하면 점주는 깃발 3개 이용료 26만4000원과 배달료 400만 원(건당 2000원 기준) 등 426만4000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새 요금제인 배민1플러스(배민 자체 배달 시스템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배달되며 주문 금액의 6.8%를 수수료로 받는 요금제)는 점주가 앱 이용 수수료 340만 원과 배달료 640만 원(건당 3200원 기준) 등 980만 원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려 553만6000원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사정이 이러하니 점주들의 한숨에도 수긍이 간다.

배달 앱 업계에서도 항변의 목소리가 높다. 초창기 혼선은 있겠지만 무료 배달이 결국 입점 업체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 특히 배달의민족은 국내 주요 배달 앱 3사(배민·요기요·쿠팡이츠) 중에서 유일하게 정액제와 정률제 배달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으며 그만큼 점주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6.8%의 수수료 역시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게 배달의민족 측 설명이다.

배달 앱의 무료 배달 서비스가 결국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안겨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당장 그런 기미가 여기저기서 엿보인다.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다른 차등가격제가 대표적이다.

배달 음식과 외식을 즐긴다는 회사원 박상철 씨는 최근 한 식당에서 의아한 경험을 했다. “늘 1만4000원짜리 도시락을 시켜 먹곤 했는데 최근 직접 매장에 가서 식사하려고 보니 똑같은 메뉴를 1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더라”며 “배달 비용, 포장 용기 가격 때문에 요금을 따로 책정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공지된 부분이 아니어서 묘하게 속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별로였다”고 말했다. 사실 예전에도 배달 음식 가격과 매장 판매가가 다른 경우는 있었지만 평균 1000원 정도로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배달 앱의 높은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등으로 형성된 차등가격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배달 앱에 입점한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 중 분식집 12곳과 패스트푸드, 치킨 전문점 8곳 등 총 20곳이 차등가격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이는 조사한 전체 음식점의 58.8%에 달하는 수치다. 배달 음식 평균 가격은 매장 판매 음식 평균 가격보다 10.2% 높았으며, 최대 4500원 더 비싼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들은 점점 높아지는 배달비에 대한 부담과 차등가격이라는 또 하나의 불합리에 시달리지만 이를 강제로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규제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프랜차이즈에서는 아예 차등가격제를 공식화해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기도 한다. 최근 파파이스코리아는 매장 판매가보다 평균 5% 높게 배달 메뉴 가격을 책정했다고 밝혔으며, KFC 역시 딜리버리 전용 판매가를 별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버거킹과 맥도날드 역시 차등가격제를 운용 중이다. 기존보다 최소 주문 금액을 올려 고객의 부담을 높이는 것 역시 소비자의 피해로 거론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하는 점주들 역시 사정은 괴롭다. 만일 파이를 키운 배달 앱들이 무료 배달 정책을 철회하거나 도리어 수수료를 올리는 상황이 온다면 가격 상승 역시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실제로 지난 4월 BHC치킨, 교촌치킨, 굽네치킨, BBQ치킨, 푸라닭 등 전국 5대 치킨 브랜드 점주 대표 5인이 ‘배달 앱 수수료에 대한 치킨집 사장님들 입장’을 내놓아 이목을 끌었다. 입장문에는 ‘치킨값 3만~4만 원의 날이 머지않았다’는 섬뜩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이들은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 등 6000원을 떼인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며 “배달 앱의 횡포가 국민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현실이 다가올 것이다. 치킨 한 마리에 3만~4만 원 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복잡한 사정이 얼기설기 뒤섞여 있기 마련이다. ‘배달비 공짜’라는 외식 호재 앞에서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료 배달이 과연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줄 고마운 ‘혜택’일지 물가 상승의 신호탄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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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언스플래쉬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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