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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세기의 라이벌 넘어 최고의 파트너 양조위 & 유덕화

두경아 프리랜서 기자

2024. 04. 23

전설의 두 홍콩 배우가 다시 스크린에서 마주한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 다시 만난 양조위와 유덕화. 영화 ‘무간도 3-종극무간’ 이후 무려 20년 만의 투샷이다.

1980〜90년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홍콩 영화배우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성냥개비를 씹으며 등장하던 주윤발, 마녀나 귀신이라 하기에는 너무 매혹적인 임청하와 왕조현, 여자보다 예쁜 외모를 가졌던 장국영,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터프가이의 매력을 드러냈던 유덕화, 눈빛 하나로 매혹하던 양조위….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시절은 지나고 홍콩 영화 황금기의 기억도 어렴풋해진 지금, 여전한 현역으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양조위(62)와 유덕화(63)의 만남이 화제다. 영화 ‘골드핑거’를 통해서다. 지난해 말 홍콩 개봉에 이어 4월 10일 한국에서도 개봉한 ‘골드핑거’는 홍콩 경제를 주무르는 거대 황금 제국 카르멘 그룹의 수장 ‘청이옌’(양조위)과 그의 제국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반부패 수사관 ‘류치위안’(유덕화)의 불꽃 튀는 대결을 담은 홍콩 누아르다. 홍콩의 중국 반환 이전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모티프 삼아 제작됐다.

두 배우는 ‘홍콩 누아르의 부흥’이라 평가받던 영화 ‘무간도 3-종극무간’ 이후 무려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사람이 하나의 작품에 동시 출연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터. 두 사람뿐 아니라 감독과 제작진 역시 과거 ‘무간도’ 팀이며,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장문강 감독은 ‘무간도’ 세 편의 각본가 출신이다. 완전체 ‘무간도’ 팀의 귀환인 셈이다.

그러니 ‘골드핑거’ 역시 ‘무간도’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는데,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우선 두 배우의 뒤바뀐 구도다. ‘무간도’에서는 유덕화가 경찰의 스파이가 된 범죄 조직원으로, 양조위는 범죄 조직원의 스파이가 된 경찰로 연기 대결을 펼친 바 있다. ‘골드핑거’에서도 범죄자와 경찰로 다시 만나는데, 선악 구도는 ‘무간도’의 반대다. 양조위는 ‘골드핑거’에서 자신의 전매특허인 그윽한 눈빛을 버리고 선글라스를 낀 채 탐욕적인 경제 사범을 연기했다. 유덕화는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 힘든 슈트 핏을 자랑하며 집념 넘치는 수사관 역을 소화해했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소회는 어떨까. 한 인터뷰에서 양조위는 “모두 함께 일해서 즐거웠고, 또 오랜만에 같이 작업할 기회가 생겨서 더 기뻤다”고 했다. 유덕화도 “정말 기대했다. 촬영할 때 정말 흥분됐다”고 맞장구를 쳤다. 양조위는 유덕화와 함께한 촬영에 대해 “우린 의사소통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30년 알고 지냈고 큰 신뢰를 쌓으며 많은 작업을 같이 해왔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덕화 역시 “양조위 배우가 기본적으로 어떤 수준인지 알고 있다. 이 사람은 연기로 보여준다”고 응수했다.

이러한 기대와 신뢰에 부응하듯 ‘골드핑거’는 지난해 말 홍콩에서 개봉한 뒤 5주간 주말 흥행 1위를 기록했다. 또 올해 제42회 홍콩 금장상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양조위가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촬영상, 미술상, 의상분장상, 음향상, 베스트 비주얼상까지 총 6관왕에 올라 다시 한번 영화의 인기와 작품성을 실감케 했다.



지난 20년, 비슷한 듯 다른 두 남자의 열일 행보

양조위와 유덕화는 나이도 비슷하고 데뷔 시기, 활동 무대도 비슷해 자주 비교된다. 두 사람은 영화배우로 유명해지기 전 홍콩 민영방송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다만 활동 영역에 있어서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양조위는 1980년대 후반 홍콩 영화의 위상이 높아질 무렵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 그는 여러 영화의 주조연을 맡았고, 영화 ‘중경삼림’과 ‘해피 투게더’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후 홍콩 영화계의 침체로 입지가 좁아진 여러 홍콩 스타들과 달리, 양조위의 위상은 오히려 올라갔다. 2000년 ‘화양연화’로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영웅: 천하의 시작’ ‘색, 계’ ‘적벽대전’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출한 작품에 출연했다.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중국인 최초로 평생공로상을 받은 바 있다. 여전히 그의 연기 도전은 끝이 없다. 2021년에는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출연해 월드 스타로서 입지를 다졌고, 지난해에는 배우 정호연과 함께 뉴진스 뮤직비디오 ‘Cool With You’에 노개런티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양조위가 연기에만 집중해왔다면, 유덕화는 데뷔 초부터 연기뿐 아니라 제작·투자 등 영화 사업과 가수 일을 병행하며 만능 엔터테이너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1980〜90년대 영화 ‘지존무상’ ‘천장지구’ ‘열혈남아’ ‘신조협려’ 등을 연달아 흥행시킨 홍콩 영화 황금시대의 주역이면서, 작사·작곡 실력을 바탕으로 가수로도 성공해 ‘홍콩 가요계 사대천왕’이라 불렸다. 현재도 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OST를 부르며 배우와 가수로서의 삶 어느 하나 놓지 않은 상태다. 그는 1997년부터 영화 제작·투자와 연기를 병행해왔는데, 그 분야에서도 나름 성공한 편이다. 2016년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를 제작해 900억 원이라는 수익을 거뒀다. 주인공과 제작자로 참여한 2021년 영화 ‘쇼크 웨이브 2’는 홍콩 연간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으며, 2022년 영화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 역시 전 세계에서 수익 1000억 원을 달성하며 제작자와 배우 인생에 정점을 찍은 바 있다.

반면 두 배우의 사생활은 공통점이 더 많다. 두 사람 모두 지고지순 순애보로 유명하다. 양조위는 아내 유가령과 1989년부터 무려 19년 동안 연애하고 2008년 결혼했다. 결혼이 늦긴 했지만, 연애 기간 내내 “결혼을 한다면 반드시 유가령과 할 것”이라고 공언했을 정도로 둘 사이는 단단했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유명한데, MBC 예능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소개됐을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없다. 유덕화 역시 아내 주리첸과 무려 22년 교제 끝에 결혼했으며, 결혼 4년 만인 51세에 딸을 얻었다. 그는 딸의 학교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파파라치를 피해 딸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70억 원짜리 전용기를 구매하기도 했다.

험난한 연예계에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었을까, 두 배우 모두 인성이 좋기로 유명하다. 팬과 동료, 스태프에게 한결같이 친절하고 겸손해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다. 특히 유덕화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장애인 스포츠를 후원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두 배우는 또한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이들의 모습을 우리나라 콘텐츠에서도 볼 수 있을까?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유덕화는 “오랫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는데, 좋은 대본이 있거나 제게 연락하고 싶은 감독님이 계시면 연락 주시라”면서 “저도 한국에서 함께 영화 분야의 꿈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조위는 우리나라 콘텐츠의 호황에 “한국과 인연이 깊은 만큼 나 또한 한국 연예계를 보면 기쁘고 뿌듯하다. 꾸준하게 K-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며 “인연이 나타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대만,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덕화 #양조위 #골드핑거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퍼스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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