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부촌으로 자리매김해왔고 주거지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도 강하다. 그러나 신반포1차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에 2021년 공동주택 최초 평당 1억 원 돌파 자리를 내주면서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그런데 압구정이 용적률 최대 300%, 50층 재건축이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이 완료될 경우 평당 2억 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압구정은 원래 밭과 과수원이 있던 자리다. 1970년대 초,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직원들과 팔당댐 입찰 현장에 가던 중 압구정 배 밭에서 점심 식사를 하다가 “팔당댐은 됐고, 여기 압구정동에 집을 짓자”고 했던 것이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시작이란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로도 정주영 회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건설을 직접 진두지휘할 만큼 이곳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이렇게 해서 1976~1987년 14차까지 10여 년에 걸쳐 총 6279세대의 현대아파트가 들어섰다. 1976년 한 일간지에 게재된 압구정 현대아파트 분양 광고를 보면 30평형 865만 원, 40평형 1200만 원, 48평형 1416만 원, 60평 1770만 원이다. 48년이 흐른 현재 이들 아파트의 거래가는 39억~80억 원 선. 그러니까 50년에 걸쳐 500배, 단순 계산하면 1년에 10배씩 오른 셈이다.

1976년 일간지에 게재된 압구정 현대아파트 분양 광고(왼쪽)와 현재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걸린 시세. 120억 원짜리 매물이 눈에 띈다.
소비 여력이 차고 넘치는 부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백화점과 금융기관, 병원,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학군이 좋아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명품 3대장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브랜드를 모두 유치한 백화점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끼고 있는 갤러리아 명품관과 현대백화점 본점, 단 두 곳이 전부였다.
1990년대까지 지하철 압구정역을 중심으로 학원가가 발달했으나 2000년대 초반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대치동 등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학군은 예전만 못하다. 김 소장은 “교육열이 높은 사람들은 대치동으로 이주를 많이 했고,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다 보니 아이가 공부를 웬만큼 하면 유학을 보낸다. 그래서 압구정은 학원가보다는 유학원이 발달했다”고 말했다. 물론 연식이 있다 보니 주거 여건이 좋지는 않다. 김 소장은 “지하 주차장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동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이 리모델링을 한 덕분에 겉보기보다 내부가 멀쩡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펜트하우스 입주 가능 평형 호가 120억~130억 원까지 치솟아

중대형 위주로 구성돼 압구정 현대에서도 대장으로 꼽히는 1·2차 아파트.

현대 사원아파트(65동)을 리모델링한 대림아크로빌. 현재 130억 원에 한 세대가 매물로 나와 있다.
압구정 3구역 재건축이 이제 본궤도에 올랐지만 앞으로 인허가 과정에서의 문제뿐 아니라 추가 분담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 부담금 등 산적한 문제도 많다. 현대아파트 6·7차 80평형대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2021년 4월 80억 원인데, 현재 매물은 120억~130억 원에 나와 있다. 이 매물을 사들인다고 해도 펜트하우스를 배정받기 위해선 30억 원의 추가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 소형 평형도 마찬가지다. 현재 34평형대를 45억 원에 사들여서 40평형으로 가려면 추가 분담금 7억6000만 원에 재초환 부담금까지 최소 1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김학렬 소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재건축 이후 시세는 평당 2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0평형은 80억 원, 50평대는 100억 원까지 올라갈 여력이 있기 때문에 그 정도 재력을 갖춘 사람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의 말대로라면 101평 펜트하우스의 재건축 후 가격은 200억 원 이상이니 160억 원을 투자해도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가 된다.
리모델링했지만 재건축 가능한 대림아크로빌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각종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위). 현대 33동 거실에서 보는 한강 뷰. 성수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림아크로빌은 리모델링 직후 85평형의 일반 분양가가 20억 원 선이었으나 이후 매물 자체가 많이 나오지 않아 2017년 36억1350만 원을 끝으로 아예 손바뀜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130억 원의 매물이 등장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전문으로 중개하는 중앙리얼티 신만호 대표에 따르면 “대림아크로빌 85평형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내에서도 가장 큰 평형으로, 압구정 중에서도 압구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본 구조는 방 3개, 욕실 3개, 주방을 갖췄고, 현관과 전실이 단독주택 이상으로 넓고 고급스럽다. 또 거실과 가족실이 따로 마련돼 인테리어하기에 따라서 2세대 이상이 충분히 독립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대림아크로빌은 이미 리모델링을 완료했지만 압구정 3구역에 포함돼 있어 엄연히 재건축이 가능하다. 김학렬 소장은 “대림아크로빌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중에서도 신축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고 희소성까지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면 얼마나 좋을지, 대략이나마 힌트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현대 #대림아크로빌 #빠숑김학렬 #여성동아
도움말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사진 박해윤 기자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