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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1억, 명실상부 부자 동네! 개포동 & 밀란국수

김명희 기자

2024. 01. 10

미식가이자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부동산 시장에 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과 함께 맛집에서 시작하는 동네 임장기를 연재한다.

대모산을 뒤로 하고 나란히 있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와 디에이치아너힐즈.

대모산을 뒤로 하고 나란히 있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와 디에이치아너힐즈.

서울 강남구 개포동 밀란국수는 여름엔 서리태를 맷돌에 직접 갈아 국물을 낸 콩국수가 별미고, 겨울엔 과일로 육수를 낸 샤부샤부의 담백한 국물에 반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계절을 타지 않는 올 타임 인기 메뉴는 고소한 들깨칼국수와 코다리찜. 특히 매실청과 꿀 등 20가지 재료를 20일간 숙성시킨 양념으로 만든다는 코다리찜은 간이 세지도 약하지도 않고 딱 적당하다. 살이 두툼해 요리로도 손색이 없는 데다 가격(1만 원)까지 착하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에 따르면, 원래 밀란국수는 지금은 고인이 된 주인 할머니가 1960년대 서울 마포 아현시장에서 분식집으로 시작했는데 워낙 손맛이 좋아 그때부터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유명했다고. 밀란국수는 아현시장이 쇠락하면서 2003년 개포동으로 옮겼고, 코다리찜 등 메뉴를 추가했다. 할머니가 몇 년 전 작고하고 아들을 거쳐 이제는 손자가 주방을 맡고 있지만, 산지 직송 재료와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고 직접 면을 뽑아 국수를 만드는 등 몇 가지 원칙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입맛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 50년 내공의 노포는 언제나 문전성시다. 점심시간치고는 이른 오전 10시 40분에 문을 여는데, 11시가 넘어가면 거의 자리가 없고 11시 30분부터는 웨이팅을 해야 한다. 이곳에서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양재천을 한 바퀴 돌면, 그야말로 소확행이 아닐까 싶다.



과일 육수 베이스로 담백한 맛을 내는 밀란국수의 샤브샤브와 가성비 좋은 코다리찜.

과일 육수 베이스로 담백한 맛을 내는 밀란국수의 샤브샤브와 가성비 좋은 코다리찜.

맛집 포털 다이닝코드에서는 밀란국수에 대해 ‘서민적인 맛집’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메뉴 구성이며 가성비가 좋아 부담 없이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이라는 키워드는 한때 개포동을 대표하는 이미지이기도 했다. 양재천과 구룡산, 대모산에 둘러싸인 개포동은 원래 경기도에 속해 있었는데 1963년 서울특별시 행정구역 확대에 따라 서울시에 편입됐다. 김학렬 소장은 “개발이 진행되기 전 개포동 일대는 양재천 변 갯벌이었다. 행정구역도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 반포리였다. 1963년 경기도 시흥군 신동면 반포리(현재의 반포)와 함께 서울에 편입되면서 반포라는 이름은 현재의 서초구에 내주고 개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0년 서민주택 공급 위해 중소형 아파트 단지로 개발

최근 입주를 시작한 6702세대 대단지 개포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직원들이 전동힐을 타고 입주자를 안내하고 있다. 중앙공원 ‘드라마서클’의 조경(왼쪽부터).

최근 입주를 시작한 6702세대 대단지 개포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직원들이 전동힐을 타고 입주자를 안내하고 있다. 중앙공원 ‘드라마서클’의 조경(왼쪽부터).

개포동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건 1980년 12월 택지개발촉진법이 제정되면서다. 당시 정부는 폭발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던 서울의 주택난 해소와 개발이익 환수를 위해 개포동과 일원동 일대에 공영개발 방식으로 아파트를 지었다. 개포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개포동은 서민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아파트가 중저층 소형 평수 위주로 구성됐고, 이러한 이유로 강남 내에서 서민들이 주로 사는 동네 이미지가 강했다. 요즘도 부동산 사이트 등에서는 ‘개포동이 부촌이냐, 아니냐’를 두고 종종 설전이 벌어진다. 김학렬 소장은 “1980년대만 해도 서울에서 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중산층 이상이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개포동 아파트들이 구축이 되고 임대 시세가 확 떨어지면서 ‘개포리’ 등의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돼 신흥 부촌의 이미지가 강하다. 방배동, 대치동 등 강남에 살던 사람들도 좋은 학군, 신축 아파트, 더 나은 커뮤니티 시설 등을 찾아 개포동으로 이주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개포동과 포이동의 경계인 밀란국수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개포주공 1~8단지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1~4단지는 저층 아파트인 덕분에 사업성이 높아 이미 재건축이 완료된 반면, 중층인 5~7단지는 아직 조합조차 설립되지 않아 재건축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8단지는 무주택 장기근속 공무원들을 위한 임대아파트였는데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사들여 디에이치자이개포(15개 동 1996세대)로 재건축, 2021년 7월 입주했다. 조합이 없었기 때문에 재건축 진행 속도가 빨랐다.

요즘 서울 시내에선 포장 이사 업체며 입주 청소 업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개포주공 1단지(124개 동 5040세대)를 재건축한 개포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디퍼아)가 입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디퍼아는 지하 4층~지상 35층 74개 동(전용면적 34~179㎡) 6702가구로, 강남 단일 단지 재건축으로는 최대 규모다. 단지 바로 옆 서울개포초등학교가 증설을 위해 현재 리모델링 중이며, 올 3월에는 신설 서울개원초등학교가 문을 연다. 개포중, 개포고, 숙명여고, 경기여고 등이 도보로 이용 가능해 학군이 우수하다. 개포주공 1단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연탄보일러를 도입한 아파트다. 이 때문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한 동 남기기 사업(과거 생활양식을 보존해 미래세대에 남겨주자는 취지로 아파트 재건축 시 한 동을 남겨두고 개발)’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정책을 철회하면서 124개 동이 모두 재건축됐다.



기자가 디퍼아를 찾았던 12월 7일도 이삿짐 차들이 분주하게 단지 안을 드나들고 있었다.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전동 휠을 타고 다니며 주민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디퍼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드라마 서클’이란 이름이 붙은 중앙 정원이다. 드넓은 부지에는 고급 조경수들이 식재돼 실제 드라마 촬영지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또 수영장 및 사우나, 펫 샤워장 등을 비롯해 골프 라운지와 골프 연습장, 필라테스 룸, 탁구장 등 고급 GX 룸, 프라이빗 영화관, 키즈 라운지 등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돼 있다. 특히 곳곳에 독특한 콘셉트의 놀이터가 조성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학렬 소장은 “대단지 아파트는 ‘규모의 경제’ 면에서 커뮤니티와 조경 등에 압도적으로 유리한데, 디퍼아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디퍼아는 주거시설과 부대 복리시설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탓에 준공 승인이 지연되면서 임시사용승인을 받은 상태다. 임시사용승인의 경우 등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매나 대출 등에 제약이 따른다.

학군 찾아 방배동에서, 신축 찾아 대치동에서 이주

개포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학생 수가 늘자 증축 중인 개포초. 개포주공 가운데 가장 먼저 재건축을 완료한 래미안블레스티지. 공무원아파트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자이개포(왼쪽부터).

개포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학생 수가 늘자 증축 중인 개포초. 개포주공 가운데 가장 먼저 재건축을 완료한 래미안블레스티지. 공무원아파트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자이개포(왼쪽부터).

디퍼아에서 서울개포초등학교를 지나면 개포주공 2단지(32개 동 1400가구)를 재건축한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개래블·23개 동 1957세대)를 만난다. 개포주공아파트 가운데 가장 먼저 재건축을 완료한 개래블은 2016년 조합원 물량과 공공임대주택을 제외한 396가구가 일반에 공급됐는데, 분양 당시 1만 건 이상의 청약통장이 몰려 화제가 됐다. 분양 당시 13억~14억 원이던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현재 27억~31억 원 선이다. 김학렬 소장은 “개포동 아파트 시세는 평당 1억 원 수준에 키 맞추기가 돼 있다. 대치동에 얼마나 더 가까우냐에 따라 여기서 조금 위아래가 있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개포동 아파트들은 ‘개포’라는 지명 앞뒤로 건설사 이름과 프리미엄을 의미하는 퍼스티어, 블레스티지, 아너힐즈 등 복잡한 명칭이 붙는다. 부모가 아들이 사는 아파트를 찾아왔다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그냥 돌아갔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긴 것도 개래블 입주 무렵이다. ‘블레스티지’는 축복의 의미를 가진 블레스(bless)와 고품격, 특권, 명성을 의미하는 프레스티지(prestige)의 합성어로, ‘축복받은 특권의 단지’라는 뜻이다. 아파트 작명은 보통 재건축조합에서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개래블 옆에 나란히 붙어 있는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23개 동 1320세대)는 개포주공 3단지(25개 동 1160가구)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수인분당선 개포동역에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다. 현대건설의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처음 적용하며 ‘호텔 같은 집’을 콘셉트로 고급화를 꾀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영국 공간예술가 신타 탄트라 등의 작품을 단지 내에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김학렬 소장은 “재건축조합은 미분양을 대비해 마케팅 비용을 별도로 마련해두는데,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는 완판이 됐다. 그런 경우 보통은 조합원들에게 환급해주는데 이곳은 마감재를 고급화하는 데 썼다. 덕분에 단지 조성에 대리석도 많이 사용됐고, 커뮤니티도 타 단지와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호가는 28억5000만 원에서 32억 원 선으로 이웃 단지에 비해 약간 더 비싸다.

주공아파트 절반 이상이 재건축되며 화려한 부촌으로 거듭난 개포동엔 서울 개발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구룡마을도 있다. 이곳은 개포동 개발 당시 밀려났던 주민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도시 미관 개선을 이유로 강제 철거됐던 달동네 주민들, 임대료 상승으로 밀려난 도시빈민들이 모여들어 형성됐다. 주거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수해와 화재 피해도 잦다. 건물 대부분이 무허가 판잣집이라 주민들은 전입신고도 할 수 없었으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2011년 5월 이후 강남구에 전입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구룡마을이 위치한 강남구 개포동 567-1 일대 26만6304㎡ 규모의 부지에 공공임대주택 4000가구를 조성할 계획이지만, 보상 방식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그동안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현재 남아 있는 가구는 700여 세대인데 최근 SH가 주거용 무허가 건축물을 소유하면서 거주하는 무주택 주민들에게 전용면적 55㎡ 이하(자진 이주하는 경우에는 60㎡ 이하) 주택을 공급하는 이주대책 기준을 공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이라 불리는 구룡마을도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이라 불리는 구룡마을도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개포디에이치 #개포재건축 #개래블 #여성동아

도움말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사진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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