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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한 ‘짠테크(짠돌이+재테크)’ 블로그에 공유된 이벤트의 첫 문장이다. 링크를 누르면 이벤트 참여자 수에 따라 유명 결제 플랫폼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로 이어진다. 해당 링크를 통해 접속한 참여자가 늘수록 포인트가 커지는 것이다. 참여를 위해서는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적고 마케팅 정보수집과 개인정보 처리 위탁에 동의해야 한다. 참여 인원을 늘리기 위한 공유지만 글 어디에도 개인정보 제공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는 없다.
카드사·통신사 등의 기업이 수집한 고객 정보를 활용해 상품을 광고하는 마케팅 수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불황이 지속되며 무료 상품 제공을 빌미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품 목적의 개인정보 남용은 과다 광고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무료라더니 제품 광고 이어 강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기 위한 무료 이벤트 참여에 열을 올리고 있다.](https://dimg.donga.com/ugc/CDB/WOMAN/Article/63/6c/94/bf/636c94bf26d8d2738250.jpg)
고물가고금리 상황에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기 위한 무료 이벤트 참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 임 모(67) 씨는 공진단을 무료로 보내준다는 전화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임 씨는 샘플을 받은 뒤 자녀 권 모(32) 씨의 도움 덕에 착불비를 내는 선에서 겨우 추가 연락이 오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권 씨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쇼핑몰 운영 중 간혹 배송지가 잘못 입력돼 배송 오류가 나면 상품을 받은 분이 홈쇼핑 사기가 아니냐며 염려하는 전화를 종종 걸어온다. 그런 경험 덕분에 부모님 문제를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모님 사례를 비롯해) 홈쇼핑 판매대행사가 개인정보 기록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일은 빈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제품 제공 전화는 어떻게 걸려온 걸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해야 원인을 파악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서비스 이용 시 ‘제3자 정보제공’을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가 동의했다면 법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고지한 목적 외 사용이 증명되면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위반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는 가능하지만 무료 이벤트를 비롯해 다수의 플랫폼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면 정확한 사용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료에 현혹되지 않고 정보 주체가 ‘제3자 제공 동의’ 등 약관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착순에 가려진 민감정보 활용 동의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참여하려면 A사의 민감정보 수집﹒이용 약관에 동의해야 한다.(위) ‘짠테크’ 블로거 사이 공유되는 이벤트의 약관 동의 사항.](https://dimg.donga.com/ugc/CDB/WOMAN/Article/63/6c/94/c9/636c94c91ad5d2738250.jpg)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참여하려면 A사의 민감정보 수집﹒이용 약관에 동의해야 한다.(위) ‘짠테크’ 블로거 사이 공유되는 이벤트의 약관 동의 사항.
그러다 보니 일부 서비스 이용자는 개인정보 관련 약관 중 민감정보 제3자 제공 동의 여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해당 약관에 필수로 동의해야 하는데, 홈페이지에 고지된 약관 안내에 따르면 민감정보 제3자 제공의 목적은 ‘유전자 분석 결과 서비스 앱 내 제공’과 ‘맞춤형 상품 추천 및 통계·분석’이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현재 (약관에 명시한 목적 중) ‘유전자 분석 결과 서비스 앱 제공’만 이뤄지고 ‘맞춤형 상품 추천 및 통계 분석’은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8월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이용한 황준혁(23) 씨는 “(신청 당시) 시간에 쫓겨 약관을 읽어보진 못했다”며 “상품 추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유채연(24) 씨도 “급하게 화면을 넘기느라 약관 세부 사항은 몰랐는데 개인정보 통계·분석에 동의했다니 괜히 께름칙하다”고 말했다.
사업자는 명확하게, 제공자는 꼼꼼하게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가천대 법학과 교수)은 “개인정보 처리자는 동의를 받을 때 수집·이용 목적을 정보 주체가 인지하고 이해하기 쉽게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 따라 유전자 정보 같은 민감정보가 검사 외 추가적 목적으로 쓰일 시 이를 별도 표시를 통해 분명하게 안내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위법할 수 있다”며 “2019년 홈플러스가 1mm 크기로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고지하고 정보를 수집한 후 보험사에 넘겨 관계자들이 유죄 판정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별도 표시는 민감정보 제공 동의 시 제공 목적의 글씨 크기·굵기·색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해당 안내 화면을 수십 초 이상 경과 후 넘기도록 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는 “정보 주체도 당연히 개인 건강, 유전자 등 민감정보 제공을 경계해야 하지만 업체 스스로 정보수집 목적 고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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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애플리케이션캡처 홈페이지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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