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악프다 2’ 스크린 밖으로 걸어 나온 메릴 스트립 

김명희 기자

2026. 05. 29

한 편의 런웨이 같았던 메릴 스트립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글로벌 투어 스타일.

셀린의 블랙 드레이프 톱을 착용한 메릴 스트립. 

셀린의 블랙 드레이프 톱을 착용한 메릴 스트립. 

배우 메릴 스트립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글로벌 투어는 극 중 캐릭터의 세계관을 현실로 확장하는 스타일링 퍼포먼스였다. 이는 2006년 1편 당시 보여준, 절제되다 못해 고루하게 느껴졌던 ‘기숙사 사감 룩’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선택이다. 화려한 스타일링 덕분에 메릴 스트립은 20년 세월을 타임 슬립해온 듯 시즌 1 때보다 훨씬 더 젊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다.

그가 연기한 미란다 프리슬리는 30년 넘게 ‘보그’ 미국판을 이끌며 패션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안나 윈투어를 모델로 한 인물로, 옷을 단순한 의복이 아닌 ‘권력의 언어’로 사용하는 캐릭터다. 영화 포스터 속 레드 하이힐 굽 아래 달린 삼지창 디테일이 ‘스타일이 곧 무기’임을 상징하듯, 이번 투어에서 메릴 스트립은 하이엔드 패션의 소재와 재단, 실루엣이 선사하는 밀도 높은 긴장감을 통해 권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각 도시의 랜드마크를 런웨이처럼 활용하며 미란다 프리슬리의 카리스마를 현실 공간 위에 정교하게 직조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난 4월 8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레드카펫에 등장한 그는 셀린의 블랙 드레이프 톱과 하이 웨이스트 팬츠를 선택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올 블랙 룩이었지만, 허리를 과감하게 조이는 가죽 벨트로 포인트를 줬다. 여기에 데이비드율만 주얼리와 블랙 미니 펌프스, 그리고 미란다의 시그니처인 선글라스를 매치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같은 날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영화 제목을 환기하기라도 하려는 듯 프라다의 레드 슈트를 착용했다. 강렬한 레드 컬러를 브라운 벨트로 눌러주며 우아함과 권위 사이의 균형을 잡았다. 이어진 중국 상하이 시사회에서는 생로랑의 리본 장식 하이넥 벨티드 코트로 무게감을 더했다. 계단을 오르는 순간조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게 만든 구조적인 실루엣은 미란다가 지닌 범접할 수 없는 오라를 그대로 재현하는 듯했다. 

지난 4월 방한 당시 프라다 슈트(왼쪽), 상하이 방문 때 입었던 생로랑 코트.

지난 4월 방한 당시 프라다 슈트(왼쪽), 상하이 방문 때 입었던 생로랑 코트.

영화 속 세계관을 스크린 밖 퍼포먼스로 확장 

앞서 진행된 일본 도쿄 투어에서는 샤넬 2026 프리폴 메티에 다르 컬렉션의 레드 코트와 그래픽 패턴의 미디스커트 조합을 선보였다. 특히 프린지와 패치워크 디테일은 움직일 때마다 리듬을 만들어내며 정적인 권위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여기에 화이트 슬링백 슈즈와 타원형 클러치백, 골드 후프 이어링으로 마무리한 스타일링은 그야말로 ‘패션 바이블’다웠다.

멕시코시티의 프리다 칼로 미술관에서는 돌체앤가바나의 레드 슈트를 선택해 공간과의 시각적 긴밀도를 높였다. 미술관 특유의 강렬한 원색 벽면 위에서 레드 슈트는 배경에 묻히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색채 오브제처럼 작동했다. 같은 날 저녁 레드카펫에서는 스키아파렐리의 네이비블루 벨티드 드레스 차림으로 변신했다. 의상과 대비를 이루는 강력한 금색 버튼과 구조적인 실루엣을 통해 장식을 넘어 예술적 오브제에 가까운 패션을 구현하며 절제된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뉴욕에서 포착된 호피 코트(오른쪽).

뉴욕에서 포착된 호피 코트(오른쪽).

4월 20일, 패션의 본고장 뉴욕에서는 지방시의 레오퍼드 프린트 코트로 스타일에 변주를 줬다. 자칫 과할 수 있는 패턴을 지안비토로시의 슈즈와 드멜리어 백으로 차분하게 정돈하며 세련된 도시 여성의 표본을 제시했다. 이틀 후 런던 프리미어에서는 주황색 새틴 카 코트 아래 화이트 톱과 블랙 슬랙스를 레이어드하고, 스카프 넥 디테일로 클래식한 무드를 극대화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패션 매거진 ‘더 북(The Book)’을 연상케 하는 클러치백은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장치 같아 보였다. 같은 날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열린 갈라 행사에선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연상시키는 발렌티노의 2026 F/W 오페라 코트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런던 행사에 착용한 발렌티노 오페라 코트(왼쪽).

 런던 행사에 착용한 발렌티노 오페라 코트(왼쪽).

이번 투어에서 메릴 스트립이 보여준 핵심은 강렬한 요소 하나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를 덜어내는 ‘절제의 미학’이다. 정교한 테일러링을 통해 몸을 드러내기보다 구조를 정리하는 방식을 택하며, 최근의 맥시멀리즘 트렌드와는 다른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7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하고 당당한 자세와 태도였다. 1977년 데뷔해 ‘소피의 선택’ ‘아웃 오브 아프리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맘마 미아!’ 등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통해 ‘변신의 귀재’라 불려온 그는 이번 투어에서 단순한 배우를 넘어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임을, 그리고 ‘옷이 사람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옷을 완성한다’는 걸 입증해 보였다. 스크린 밖으로 이어진 미란다 프리슬리의 행보는 전 세계 패션 팬들에게 하나의 경이로운 퍼포먼스로 기억될 것 같다.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 #메릴스트립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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