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린의 블랙 드레이프 톱을 착용한 메릴 스트립.
그가 연기한 미란다 프리슬리는 30년 넘게 ‘보그’ 미국판을 이끌며 패션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안나 윈투어를 모델로 한 인물로, 옷을 단순한 의복이 아닌 ‘권력의 언어’로 사용하는 캐릭터다. 영화 포스터 속 레드 하이힐 굽 아래 달린 삼지창 디테일이 ‘스타일이 곧 무기’임을 상징하듯, 이번 투어에서 메릴 스트립은 하이엔드 패션의 소재와 재단, 실루엣이 선사하는 밀도 높은 긴장감을 통해 권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각 도시의 랜드마크를 런웨이처럼 활용하며 미란다 프리슬리의 카리스마를 현실 공간 위에 정교하게 직조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난 4월 8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레드카펫에 등장한 그는 셀린의 블랙 드레이프 톱과 하이 웨이스트 팬츠를 선택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올 블랙 룩이었지만, 허리를 과감하게 조이는 가죽 벨트로 포인트를 줬다. 여기에 데이비드율만 주얼리와 블랙 미니 펌프스, 그리고 미란다의 시그니처인 선글라스를 매치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같은 날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영화 제목을 환기하기라도 하려는 듯 프라다의 레드 슈트를 착용했다. 강렬한 레드 컬러를 브라운 벨트로 눌러주며 우아함과 권위 사이의 균형을 잡았다. 이어진 중국 상하이 시사회에서는 생로랑의 리본 장식 하이넥 벨티드 코트로 무게감을 더했다. 계단을 오르는 순간조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게 만든 구조적인 실루엣은 미란다가 지닌 범접할 수 없는 오라를 그대로 재현하는 듯했다.

지난 4월 방한 당시 프라다 슈트(왼쪽), 상하이 방문 때 입었던 생로랑 코트.
영화 속 세계관을 스크린 밖 퍼포먼스로 확장
앞서 진행된 일본 도쿄 투어에서는 샤넬 2026 프리폴 메티에 다르 컬렉션의 레드 코트와 그래픽 패턴의 미디스커트 조합을 선보였다. 특히 프린지와 패치워크 디테일은 움직일 때마다 리듬을 만들어내며 정적인 권위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여기에 화이트 슬링백 슈즈와 타원형 클러치백, 골드 후프 이어링으로 마무리한 스타일링은 그야말로 ‘패션 바이블’다웠다.멕시코시티의 프리다 칼로 미술관에서는 돌체앤가바나의 레드 슈트를 선택해 공간과의 시각적 긴밀도를 높였다. 미술관 특유의 강렬한 원색 벽면 위에서 레드 슈트는 배경에 묻히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색채 오브제처럼 작동했다. 같은 날 저녁 레드카펫에서는 스키아파렐리의 네이비블루 벨티드 드레스 차림으로 변신했다. 의상과 대비를 이루는 강력한 금색 버튼과 구조적인 실루엣을 통해 장식을 넘어 예술적 오브제에 가까운 패션을 구현하며 절제된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뉴욕에서 포착된 호피 코트(오른쪽).

런던 행사에 착용한 발렌티노 오페라 코트(왼쪽).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 #메릴스트립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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