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 가문 며느리 된 정다혜 웨딩 스토리

흰색 보자기에 노리개로 장식한 답례품. 한국의 전통을 고스란히 반영해 화제가 됐다.

올해 8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지방시(Givenchy)의 창립자 위베르 드 지방시의 조카인 션 태핀 드 지방시가 한국인 여성 정다혜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2018년 겨울, 캐나다 맥길대학교 신입생 환영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파티 첫날, 션은 자원봉사팀에 있던 정 씨를 보았지만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다음 날 친구들의 소개로 대화를 나누며 연락처를 교환했고, 그렇게 7년간의 연애가 시작됐다. 올해 여름, 마침내 두 사람은 프랑스 파리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결혼식은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이뤄졌다. 결혼식에는 션의 어머니 수지 드 지방시와 형제 루카스, 매튜를 비롯해 가문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사교계 올해의 결혼식’으로 불릴 만큼 화려하고 우아하게 치러졌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한국인 정다혜 씨가 보여준 미적 감각이었다. 웨딩드레스부터 답례품까지 한국적인 센스가 돋보였다.

정다혜가 선택한 브랜드 김해김, 앤드류 권

결혼식 첫날, 파리 오페라 근처의 고급 레스토랑 라 퐁텐 가이용(La Fontaine Gaillon)에서 리허설 디너가 진행됐다. 이날 정 씨가 선택한 의상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김해김(KIMHEKIM)의 순백색 블레이저로, 여밈 장치에 진주 단추와 주름 장식이 돋보여 한복 저고리를 연상시켰다. 김해김을 론칭한 김인태 디자이너는 할머니에게 한복 바느질을 배우며 봉제 기술을 익혔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김해김의 피스에서는 저고리, 치마 등 한복 모티프가 돋보인다. 이날 정 씨가 입은 블레이저 역시 한국 전통의 미를 담았다는 평이다.

결혼식 본식은 생트 클로틸드 대성당(Basilique Sainte-Clotilde)에서 진행됐다. 이때 입은 웨딩드레스 역시 한국계 디자이너 앤드류 권의 작품이다. 정 씨는 우연히 웨딩업계 네트워킹 행사에서 디자이너 앤드류 권을 만났고, 같은 한국계라는 공통점 덕분에 금세 친해졌다. 몇 주 후 앤드류 권은 그녀를 브라이덜 쇼에 초대했고, 정 씨는 그곳에서 본 두꺼운 새틴 소재의 스트랩리스 볼가운(저녁 행사 때 입는 야회복)을 웨딩드레스로 택했다. 이 드레스에 볼륨 있는 소매와 길이감 있는 태피터 케이프를 곁들여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웨딩드레스와는 반대로 헤어와 주얼리는 최소화했다. 정 씨는 클래식한 올림머리 스타일에 은방울꽃 부케를 들었다. 주얼리는 어머니의 목걸이와 시할머니의 진주 귀걸이를 착용했다. 전통의 품격과 모던한 감성이 교차하는 웨딩 룩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이뤄진 지방시 부부의 리허설 디너. 정 씨는 한국인 디자이너 브랜드 ‘김해김’의 블레이저를 입었다.

결혼식 당일, 한국계 디자이너 앤드류 권의 드레스를 입은 정 씨. 부피감 있는 소매의 태피터 케이프와 매치해 우아한 웨딩 룩을 완성했다.

‘보자기’로 포장한 답례품도 화제

둘째 날엔 호텔 르 생 파르티큘리에(Le 5 Particulier)에서 ‘웰컴 브런치’가 이어졌으며, 하객들은 ‘게스트 빙고 게임’을 즐겼다. 정 씨는 10월 25일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결혼식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녀는 “서로 다른 그룹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웰컴 브런치를 준비했다”며 “빙고 게임으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려 했지만, 정작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준비한 결혼식 답례품이 화제가 됐다. 성당 일러스트가 그려진 스티커를 양초에 붙인 후, 흰색 ‘보자기’로 포장해 우아함을 더했다. 여기에 한국 전통 장신구인 노리개 태슬로 보자기를 봉해 기품과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동서양의 완벽한 조화” “보자기가 선물의 가치를 올렸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정 씨는 10월 28일, 답례품에 대한 비하인드를 밝히며 또 다른 답례품인 ‘손 부채’를 공개했다. 정 씨는 “8월 30일 결혼식을 올렸는데, 파리는 9월까지는 매우 덥다”며 “다혜&션 ‘8-30-2025’이라는 결혼식 날짜가 새겨진 부채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해당 답례품 역시 나무 소재의 접이식 부채로 한국의 전통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정 씨는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졸업한 패션 전문가로 현재 션의 삼촌이 운영하는 맞춤 주얼리 브랜드 태핀(Taffin)에 근무하고 있다. 정 씨의 결혼은 그녀가 단순히 지방시 가문에 편입되는 것이 아닌, 한국의 미를 세계 무대에서 표현한 상징적인 순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적 미감과 모던한 감성이 어우러진 결혼식은 K-패션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앞으로 정다혜 씨가 세계 패션계에서 어떤 발자취를 남길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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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