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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대한민국 와이너리 투어

이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5. 11. 03

가을 햇살이 포도를 감싸안는 계절, 전국 곳곳의 와이너리들이 수확을 마치고 여행객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국내 와인 생산지에서 즐기는 와이너리 투어를 소개한다.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는 기후와 토양, 지형 같은 자연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이를 프랑스어로 ‘테루아르(terroir)’라 한다. 이 개념은 한 지역의 땅과 공기가 빚어내는 와인의 개성을 뜻한다. 우리나라 역시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조량과 일교차가 커 포도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 많다. 경북, 충북, 강원, 전북 등지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품종 실험과 양조 연구를 거듭하며 저마다의 테루아르를 구축해왔다. 이들 지역의 와이너리에서는 포도밭부터 양조장에서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제 국내에서도 ‘와인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양조인에게 1년 중 가장 바쁘고 치열한 수확철이 끝나면 잘 익은 포도가 와인으로 변해가는 숙성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 시기 와이너리는 단순히 와인을 제조하는 곳을 넘어 ‘와인의 시간’을 배우는 공간이 된다. 양조인과 마주 앉아 발효와 숙성의 원리를 듣고, 잔 속 향의 변화를 느끼며, 와인이 완성되는 과정을 체험한다. 포도 따기 중심이던 수확 철과 달리 지금은 와인에 대해 천천히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또 자신만의 블렌딩을 실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와인 한 잔에는 농부의 시간과 자연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3대가 빚어낸 와인 충북 영동_컨츄리 와이너리

충북 영동은 ‘대한민국 와인 1번지’로 불린다. 포도 시배지인 주곡리를 중심으로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양과 배수가 좋아 재배 환경이 뛰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1965년 설립된 컨츄리 와이너리는 3대째 이어온 가족 경영 양조장이다. 이곳에서는 화학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저온 숙성과 수제 양조로 정직한 와인을 선보인다. 캠벨얼리와 산머루를 8:2로 블렌딩한 대표 와인 컨츄리산머루드라이는 캠벨의 산미에 머루의 깊은 향이 더해져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낸다. 수확이 끝난 뒤에는 지하 숙성실 투어와 시음회가 열리고, 와인메이커가 직접 숙성 비법을 소개한다. 이곳은 한국 음식과의 페어링에도 적극적이다. 삼겹살이나 불고기 등에 와인을 접목해 국산 와인의 일상성을 보여준다. 컨츄리 와이너리 와인은 ‘대전 국제 와인 트로피 실버 메달’과  ‘코리아와인 어워즈’에서 골드, 실버상을 수상하며 품질을 입증했다. 와이너리를 둘러봤다면 인근 영동와인터널과 연계한 투어도 추천할 만하다. 농장 투어와 체험은 예약제로 운영하며, 조용하고 깊은 시음 경험을 제공한다. 

문의  | 043-742-2095

대한민국 와인의 심장 경북 영천 _ 위 와이너리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 중인 위 와이너리 관람객.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 중인 위 와이너리 관람객.

경북 영천은 한국 와인의 중심지다. 국내 최대 포도 주산지로, 20여 곳의 와이너리가 밀집해 있으며 국내 와인의 30%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경북 영천은 일조량이 많고 강수량이 적어 포도의 당도가 높고 껍질이 단단히 익는다. 이곳에서 캠벨얼리와 MBA(머루) 품종으로 타닌과 산미가 조화를 이루는 고유의 와인을 만든다. ‘별의 도시’라는 지역 이미지를 살린 야간 와이너리 투어나, 숙성 중인 와인을 시음하는 체험도 인기다. 특히 위(We) 와이너리는 미식과 와인을 결합한 복합공간으로, 오크통에서 9개월 이상 숙성시킨 ‘위 레드’를 중심으로 한국식 와인 다이닝을 선보인다. ‘와인숯불’ 레스토랑에서는 와인 숙성 양념 삼겹살을 즐길 수 있다. 수확이 끝난 가을, 방문객은 포도즙 짜기와 블렌딩 체험도 가능하다. 

문의  | 0507-1359-5734

산과 물이 빚은 테루아르 강원 홍천 _ 너브내 와이너리

홍천의 옛 지명에서 이름을 딴 너브내 와이너리는 맑은 홍천강과 큰 일교차가 만들어낸 강원도의 테루아르를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압력 탱크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해 미세하고 부드러운 기포를 만드는 샤르메(charmat) 방식을 도입, 자연 탄산이 녹아든 스파클링와인을 만든다. 대표 와인 ‘너브내 스파클링 화이트’는 청포도의 산뜻함과 균형 잡힌 산미가 있어 식전주로 적합하고, ‘로제’는 베리 향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국내외 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청향’ 포도와 냉해에 강한 ‘블랙썬’, ‘블랙아이’ 품종을 사용해 지역 특성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수확 후에는 상그리아·뱅쇼 만들기 등 따뜻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프라이빗 와인 다이닝도 마련된다. 전량 양조용 포도를 사용해 강원도 와인의 개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너브내 와이너리의 철학이다.

문의  | 0507-1342-2908

자연 속에서 빚은 향 전북 무주 _ 덕유양조

전북 무주는 전국 머루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머루의 고장이다. 덕유산 자락의 큰 일교차와 맑은 공기가 머루 재배와 숙성에 이상적으로 기여한다. 1994년 설립된 덕유양조는 머루 와인을 국내에 알린 선구적 와이너리로, 머루 특유의 진한 향과 균형 잡힌 산미를 살린 와인을 선보인다. 양조장은 조선시대 술 저장고가 있던 주고마을에 자리하며, 최근에는 복합문화공간 ‘술고지’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와인 시음, 와인 족욕, 뱅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현장에서 머루 와인의 철학과 역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점도 이곳 여행의 백미다. 덕유양조를 중심으로 무주 전역에는 머루 와인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명소들이 많다. 특히 연중 13~14℃로 유지되는 머루와인동굴이 가까이 있으니, 무주의 자연 풍경과 와인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머루 향을 느껴보자.

문의  | 0507-1326-2355

#대한민국와이너리 #와이너리투어 #여성동아

사진제공 위와이너리 컨츄리와이너리 너브내와이너리 덕유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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