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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인터뷰 | 민병욱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대장암, 대장내시경으로 조기 발견(1기) 시 생존율 99%!”

최영철 기자

2025. 03. 31

“증상 발현 후 대장암 발견 시 대부분 진행된 암”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암센터, 2기 5년 생존율 95%” 

“50세 이상 가족력·선종성 폴립 있다면 1~3년에 1회 검사”

민병욱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민병욱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40명에게서 발생하는 암이 있다. 바로 대장암이다. 국내 발생 암 중 3위를 차지할 만큼 발생률이 높다 보니 암으로 사망하는 전체 환자의 10%가 대장암 환자일 정도다. 식습관의 급속한 서구화가 불러온 결과물이지만, 대장암의 국가건강검진 대상 포함 등 조기 발견 노력과 수술 기술의 발전, 적극적인 항암치료 등으로 국내 전체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평균 70%를 상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연 대장암의 발생 원인은 무엇이고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대장내시경검사는 몇 년에 한 번씩 받는 게 좋을까.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 대장암 치료의 대가로 알려진 민병욱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만났다. 민 교수는 “대장암은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기에만 발견하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설사 뒤늦게 발견했다 해도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분명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민 교수가 속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대장암센터의 대장암 5년 생존율은 1기 99%, 2기 95%, 3기 88%, 4기(말기) 40% 정도에 이른다.



“유전적 대장암이 전체 10%”

대장암(결장직장암)은 어떤 질환인가?

“성인 기준으로 대장의 길이는 1.5~1.8m 정도이며 크게 결장과 직장으로 구분된다. 결장은 다시 위치에 따라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구불(에스상)결장으로 나뉜다. 구불결장의 끝에서 항문으로 곧게 이어진 장이 직장이다. 일반적으로 이들 결장과 직장에 발생한 모든 암을 대장암이라 한다.”

대장암의 종류와 증상은? 

“대장암은 기본적으로 대장 안쪽 점막에서 시작된다. 모양에 따라 궤양성, 융기형, 윤상(협착성), 미만성 암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모양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궤양에 의한 출혈 때문에 빈혈, 혈변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암 덩어리가 커져 장 내부를 막게 되면 변비 등의 증상이 심해진다. 심지어는 큰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항문 근처의 직장에 암이 생기면 대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진행된 암으로 볼 수 있다.”

대장암의 주요 발생 원인은?

“전체 대장암의 10% 내외는 유전적 대장암이다. 유전적 원인이 아니더라도 가족력이 있는 경우 2배 정도 발생률이 높다. 이 외에 가공육과 적색육의 과도한 섭취, 음주, 흡연, 섬유질 부족, 운동 부족, 비만 등 나쁜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대장암 발생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은 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보는 게 맞다.”

대장암의 병기는 어떻게 나뉘나? 

“병기 결정의 중요 요소는 암의 침윤 정도(점막으로부터 파고든 정도), 주변 임파선으로의 전이 여부, 타 장기로의 전이 여부 등이다. 이 중 임파선 전이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전이가 안 된 경우는 대장암 1, 2기에 해당하며 수술만으로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반면, 전이가 있으면 무조건 3기 이상이며 수술 후 반드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타 장기 전이가 있는 경우 대장암 4기 혹은 말기라고 하는데, 이때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 항암치료를 통해 수술이 가능한 상태를 만든 후 수술에 성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암 위치 따라 절제 범위 달라져”

대장암의 주요 진단법은? 

“분변잠혈검사(대변검사)와 대장내시경검사가 있다. 대변검사는 대장의 출혈 여부를 가리는 검사로 위음성, 위양성이 많아 대장암의 확정적 진단법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검사는 대장내시경검사다.” 

대장내시경검사 결과 혹이 발견되면 바로 떼어내야 하나?

“대장 점막에 생기는 혹을 일반적으로 폴립(용종)이라 한다. 폴립의 종류에는 선종성 폴립, 과형성 폴립, 염증성 폴립 등이 있는데, 이 중 암으로 진행 가능성이 있는 폴립이 선종성 폴립이다. 선종성 폴립의 경우 방치하면 3~5년 후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모양이 융모처럼 생긴 융모성 용종도 크기가 2cm보다 큰 경우 암세포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50%가 넘는다. 따라서 대장내시경검사 시 대장 점막에 돌출된 혹이 보인다면 원칙적으로 모두 제거하고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대장암의 치료법은? 

“대장암의 근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수술이다. 암세포가 침투한 대장 조직과 주변 임파선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한 후 떼어낸 조직을 검사해서 암의 정확한 침윤 정도와 임파선 전이 여부를 확인하고 최종 병기를 결정한다. 대장암 3기 이상이면(일부 2기 포함) 수술 후 항암치료가 필수적이다. 직장암은 수술 전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암의 크기를 줄여놓고 수술하기 위해서다. 암이 광범위하게 전이돼 수술로 암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을 때는 하지 않는다.” 

최근 개발 중인 대장암 치료법은? 

“대장암 치료에 일부 효과를 보이고 있는 면역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요즘 주목받는 표적치료제는 적응증이 맞는 대장암 4기(말기)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대장암의 세부 유전자 변이에 따라 특정적인 표적치료제가 투입된다.”

대장암 수술 시 절제 범위는?  

“암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암을 중심으로 번져나갈 수 있는 모든 부위와 주위 임파선을 같이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장암의 예방법은?

“가장 손쉽고 좋은 첫 번째 방법은 식습관 개선, 금주, 금연, 운동, 스트레스 해소 등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다. 특히 대장암에만 특정되는 식습관 항목은 규칙적 식사, 섬유소 섭취, 적색육 대신 백색육 섭취, 가공육 섭취 제한 등이다.” 

“건기식·유산균 대장암 예방 입증 없어”

대장암 예방과 치료에 있어 대장내시경검사의 중요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나라처럼 대장내시경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 없다. 따라서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있거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간과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 후 검사를 받길 권한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국가건강검진 대상에 50세 이상부터 대장암(1차 대변검사, 2차 대장내시경검사)이 들어가 있지만, 최근 젊은 층 환자의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증상이 없어도 최소한 45세부터 정기적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좋다. 특히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30대부터라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게 안전하다.”

대장내시경검사 주기는?

“50세 이상을 기준으로 증상이 없으면 5년에 1회, 대장암 가족력이 있으면 3년에 1회다.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암으로 진행 가능한 선종성 폴립을 제거했다면 그 수와 크기에 따라 1년 혹은 2, 3년 뒤에 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5개 이상의 폴립이 있었다면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뒤에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원칙이다.”

건강기능식품과 유산균의 대장암 예방 관련성은?

“비타민, 미네랄 등 수많은 건강기능식품이 있지만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없다. 일부 긍정적인 연구 결과도 ‘그럴 수 있다’ 정도다. 규칙적인 식사와 섬유질 섭취, 적절한 운동보다 더 효과적인 건강기능식품은 없다고 단언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러한 유산균 제제가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켜 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순 있지만, 대장암 예방과 관련해서는 인과관계가 아직 입증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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