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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주말에도 배송 갑니다” ‘주 7일 배송’ 나선 CJ대한통운의 운명

엄지용 유통물류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 대표

2025. 01. 31

CJ대한통운이 주 7일 택배 서비스 ‘매일 오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가 소비자 및 이커머스 플랫폼, 판매자, 물류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CJ대한통운은 단계적으로 전국 일요일 배송을 확산하지만, 산간벽지 등 읍면리 지역의 서비스는 제한된다. 네이버와 지마켓은 풀필먼트 서비스와 연계해 쿠팡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단계적으로 전국 일요일 배송을 확산하지만, 산간벽지 등 읍면리 지역의 서비스는 제한된다. 네이버와 지마켓은 풀필먼트 서비스와 연계해 쿠팡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지난 1월 5일 ‘매일 오네’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기존 택배 배송이 제한됐던 토요일과 통상 택배 업무를 쉬었던 일요일을 포함해 주 7일 배송 체계를 바탕으로 택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매일 오네는 CJ대한통운이 처한 ‘위기’에서 시작됐다.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는 2024년 타운홀 미팅에서 “택배 시장의 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회사는 물론 대리점과 택배 기사들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주 7일 배송의 성공적 안착은 우리 모두의 절박한 과제”라고 밝혔다.

한때 국내 택배 시장 점유율의 과반을 넘어섰던 CJ대한통운의 최근 점유율은 추락하고 있다. 2, 3위 택배사였던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선전이 그 이유는 아니다. 택배 기업의 대리점 사업 모델 ‘퀵플렉스’를 적용하여 택배 시장 안에서의 파이를 키우고 있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때문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 CJ대한통운의 택배 시장 점유율은 33.6%까지 내려갔다. 같은 기간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택배 시장 점유율은 24.1%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이 순위마저 역전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기준 CJ대한통운의 택배 시장 점유율은 28.3%로 내려앉은 반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은 36.3%까지 올랐다. 1등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물류 업체의 자존심을 물류를 하지 않던 유통과 테크 기반의 플랫폼에게 빼앗긴 셈이다.

이미 자존심은 무너졌지만, CJ대한통운에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쿠팡의 진격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쿠팡은 2027년까지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대한민국 국민 100%를 대상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강원도 폐탄광촌 등 산간벽지까지 배송을 담당하는 물류거점 ‘캠프’를 설립했으며, 여기 투입되는 배송 인력들은 대부분 쿠팡로지스틱스가 운영하는 택배 대리점망 퀵플렉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쿠팡과 기존 택배 협력사들의 협력 프로세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쿠팡은 주문 규모와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 한해서는 쿠팡로지스틱스가 운영하는 자사 직고용 물류망을 투입했으나, 그 외 배송 효율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지역에는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택배사들과 협력해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배경에서 쿠팡이 택배사와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하던 읍면리 및 산간벽지 지역에 쿠팡 대리점망이 만들어진다는 건 이제 이들의 협력이 힘을 잃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바꿔 말해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어제의 협력사가 가장 강력한 경쟁사가 되는 것. 그렇기에 CJ대한통운에게 이번 매일 오네 출시는 ‘절박함’을 논할 만큼의 거대 이슈다. CJ대한통운이 매일 오네 출시 이전 자사 택배 브랜드를 ‘오네’로 개편하고, 여기에 익일 도착보장, 당일배송, 새벽배송, 일요일 배송 등 쿠팡 로켓배송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산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글쎄요…” 뜨뜻미지근한 소비자 반응

CJ대한통운의 변화에 소비자 반응은 아직 뜨뜻미지근하다. 무려 2250만 명. 2024년 3분기 기준 대한민국 인구수의 40%가 넘는 쿠팡의 활성 사용자(active customers) 숫자를 본다면, 이미 소비자들은 주 7일 택배의 효용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24시까지 주문하면 내일, 빠르면 오늘이나 다음 날 새벽에 도착하는 물류망은 그 자체로 쿠팡이 압도적인 1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심지어 쿠팡과 경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각자의 방법으로 ‘풀필먼트’ 서비스와 연계한 주 7일 배송을 확장하고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란 3자 운영사의 물류센터에 판매자가 재고를 보관하는 방식으로 입고, 출고, 재고관리를 위탁한다. 쿠팡의 ‘로켓그로스’, 네이버의 ‘네이버배송(구 도착보장)’, 지마켓의 ‘스타배송’, 11번가의 ‘슈팅배송’ 등이 대표적이다. 풀필먼트 서비스 플랫폼은 별도의 전용관, 검색 필터 등을 제공해 상품 노출 및 매출 증대 효용을 판매자에게 강조한다.

매일 오네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쿠팡과 경쟁하는 플랫폼과 쇼핑몰, 판매자 입장에서는 비록 하위 호환이지만 쿠팡에 대항할 수 있는 서비스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비록 제한적일 수 있지만, 쿠팡을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주말 배송이 가능한 상품 구색 확산을 체감할 수 있다.

매일 오네 출시 이후 거대한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그 변화는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을 포함한 물류 파트너와 협력한 일요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마켓도 CJ대한통운의 매일 오네가 출시된 시점인 5월에 맞춰 자사 도착보장 서비스인 스타배송에 일요일 배송 서비스를 포함하기 시작했다. 무신사 역시 연내 자사 도착보장 서비스 ‘PLUS배송’에 일요일 배송 서비스를 포함해 확장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자본력이 있는 브랜드,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일요일 배송 물량 증가가 관측된다는 것이 CJ대한통운 택배 현장의 전언이다.

당장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들은 새로운 주 7일 근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쿠팡이 2025년까지 도입할 것이라 발표한 ‘주 5일제’ 순환 근무제를 CJ대한통운 역시 대리점 택배 기사들에게 확산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인 주 5일제 운영 방법은 택배 대리점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주말 배송을 보조할 인력 채용 역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일하고 있는 한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는 “요즘 CJ대한통운 대리점에서는 2인 1조, 3인 1조로 인력을 나누어 주말 배송에 투입하느라 정신이 없고, 고정적으로 일할 주말 보조 기사나 단기 아르바이트 인력을 구하고 있다”면서 “이는 그만큼 주말 배송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지금은 현장이 다소 혼란스럽지만 향후 요일별 물량 평준화가 일어난다면 업무 환경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모든 판매자가 주 7일 배송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중소 판매자들을 중심으로 주 7일 배송 서비스 확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관측되는 모습이다. 일요일 배송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것은 판매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업무를 쉬던 토요일이나 일요일까지 현장에 나와서 택배 기사들의 ‘집화’ 업무를 도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직접 대응을 하든, 직원을 시키든, 협력 물류업체에 주말 집화 응대를 부탁하든 모든 것에는 부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따라온다.

취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눈 판매자들은 아직 주 7일 배송 서비스가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경쟁사들의 주 7일 배송 서비스 도입 여부를 일단 관측하고, 이에 대한 성과가 명확해진 이후에야 추가적인 서비스 확산을 고민한다는 입장이다. 일요일 배송을 도입하더라도 직원들이나 3자 물류업체에 업무를 위탁하기보다는 먼저 대표가 직접 출근하여 주문량 변화를 관측하겠다는 의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생활용품 브랜드 자사 몰을 운영하는 한 회사 대표는 “주 7일 배송 프로세스에 응대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 추가 운영 및 주말 인력 고용 등 운영비용 부담이 무조건 따라온다”면서 “일요일 배송 도입이 고민되지만, 우선은 주변 경쟁사들의 일요일 배송 서비스 도입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7일 배송의 성공 열쇠는 ‘풀필먼트’의 일반화

CJ대한통운과 경쟁하는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사는 CJ대한통운과 같은 ‘주 7일 배송’ 서비스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경쟁 택배사들의 주 7일 배송 도입의 관건은 선두 주자인 CJ대한통운의 성공 여부다. 주 7일 배송의 고객이 될 수 있는 판매자들이 주변 경쟁사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일요일 배송 물량이 확연하게 증가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는 판단이다. 판매자들에게는 주말 집화 응대에 투입되는 운영비용 이상의 수익이 확연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택배 기업 입장에서는 새롭게 투입되는 일요일 배송의 주문량, 고객 밀집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물류 효율이 걱정된다.

다만 향후 주 7일 배송 도입의 매출 증대 효용이 검증되고, 이에 계약 택배사를 CJ대한통운으로 변경하는 판매자들이 늘어난다면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별도리가 없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형태로 고객사 이탈에 대응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한진의 경우에는 지난해부터 네이버와 협력하여 네이버배송 파트너 물류기업을 대상으로 ‘일요일 배송’을 제공하면서 일부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실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서비스 도입이 쿠팡 로켓배송과 같은 빠른 물류 서비스의 전면 확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요일 배송 서비스가 새롭게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판매자마다 당일 출고를 위한 주문 마감 시간은 제각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 주 7일 배송이 확산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에 판매자들의 재고를 선보관하는 풀필먼트 서비스가 일반화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네이버의 네이버배송, 지마켓의 스타배송, 무신사의 PLUS배송 같은 서비스에 대한 판매자들의 이용이 선행된다면 24시까지 주문한 고객에 대해서도 완연한 주 7일 배송이 가능해지고,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 7일 배송이 가능한 상품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다만 판매자 입장에서 플랫폼이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자사 물류 대비 추가적인 비용 및 운영 부담을 야기하기도 한다. 결국 플랫폼이 판매자들이 느끼는 비용 측면의 부담을 뛰어넘을 만큼의 효용, 예컨대 풀필먼트 서비스 적용 상품에 대한 소비자 노출 및 매출 증대 강화와 같은 혜택을 제공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쿠팡 대항마로서 CJ대한통운의 매일 오네가 완연히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물류 서비스 자문을 맡았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의 송상화 교수는 “진정한 가치를 지닌 서비스는 고객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와닿기 마련이다. 현실적 제약을 이유로 고객 편의 향상을 포기하기보다는,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혁신의 자세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며 “현실의 한계와 어려움을 혁신의 과정에서 세심하게 파악하고 대응하여 유통, 물류 생태계 참여자 모두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택배 #주말배송 #여성동아

사진출처 CJ대한통운 아르고 지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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