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K-콘텐츠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는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비영어 부문 1위를 달성하며 전 세계적으로 K-요리 신드롬을 일으켰고, 이런 인기 덕분에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 ‘무도실무관’ 역시 공개 이후 3주 연속 글로벌 톱 10 비영어 부문에 올랐다. 한국뿐 아니라 브라질, 독일, 일본,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등 총 46개국에서 톱 10을 차지하기도 했다. 강풀 작가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국형 액션 히어로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무빙’은 2023년 전 세계 디즈니+ 로컬 콘텐츠 부문 전체 1위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가 2023년 4분기 70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무빙’ 역시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
글로벌 OTT의 인기를 견인한 뼈대 있는 한국 콘텐츠들이 진검 승부를 벌인다. ‘무빙’의 작가 강풀이 디즈니+와 손잡고 제작한 ‘조명가게’, 시즌 1의 명성에 힘입어 상영하기도 전 미국 대표 영화·TV 통합 시상식인 골든글로브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심상치 않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잇달아 공개된 것. OTT 명가의 자존심을 건 대결에서 누가 웃게 될까.
강풀 세계관과 김희원 카르텔의 만남
먼저 공격의 포문을 연 건 지난 12월 공개된 디즈니+의 ‘조명가게’(8부작)다. ‘조명가게’는 섬뜩한 공포와 탄탄한 미스터리로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강풀 작가의 작품으로, 2013년 카카오웹툰 연재 당시 1억5000만이라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배우 김희원의 첫 연출 도전작으로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김선화, 김기해 등이 출연한다.
‘조명가게’는 인적이 드문 캄캄한 골목길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조명가게로부터 시작된다. 1~4회에선 매일 밤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치는 현민(엄태구)과 의문의 여인 지영(김설현), 엄마의 심부름이라며 밤마다 전구를 사러 오는 여고생 현주(신은수), 으슥한 골목집에 혼자 세 들어 살면서 끊임없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선해(김민하), 무서움을 이기기 위해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부르면서 매일 밤 골목길을 떠도는 지웅(김기해), 연쇄살인범을 쫓아 골목에 들어온 양성식(배성우) 형사, 뭔가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조명가게 주인 원영(주지훈),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중환자실 간호사 영지(박보영)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된다. 온몸에서 물이 쏟아지는 남자, 걸어갈수록 키가 커지는 여자, 손톱이 손바닥에 달린 여자…. 골목길을 헤매는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하다. 이런 기괴한 인물들은 공포감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각각이 지닌 사연들을 암시하는 떡밥이기도 하다. 5회부터는 흩어져 있던 인물들의 서사가 모이고,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드러난다. 초반에 공포를 자극했던 떡밥들도 다 회수된다.
‘강풀의 가장 큰 적은 강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원작 웹툰이 워낙 인기가 많고 완성도가 높아 영상이 이를 능가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 그럼에도 ‘무빙’은 더 쫀쫀해진 서사로 이를 극복했고, ‘조명가게’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연출과 후반부에 몰아치는 반전, 감동이 묘미다. 강풀 작가는 “만화(웹툰)를 그릴 때는 마감이라는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어느 정도 포기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젊을 때 그렸던 작품들은 생각이 짧아 표현하지 못한 것들이 있어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명가게’도 약간 그런 작품이었다. 내가 원작에서 잘하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을 좋은 연출자와 배우들이 완성해줬다”고 밝혔다.
‘조명가게’ 출연 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김희원과 친분이 두텁다. 특히 박혁권과 배성우는 함께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절친이다. 이에 ‘조명가게’ 배우 라인업을 두고 ‘김희원 카르텔’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희원은 “내가 좀 능력이 있어야 카르텔이 성립하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캐스팅은 혼자 결정한 게 아니라 제작진과의 회의를 거쳤다. 연기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즈니+를 배경으로 ‘무빙’과 ‘조명가게’를 잇는 강풀 유니버스가 탄생할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강 작가는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도 “디즈니+와 차기작도 함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만화를 그릴 때는 카카오하고만 작업했다. 한번 관계를 맺으면 계속 함께하는 경향이 있다. 디즈니+와도 계속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개하기도 전에 골든글로브 후보 오른 화제작
‘형만 한 아우 없다.’ 시리즈물과 관련된, 반박이 거의 불가한 오랜 속설이다. 속편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본편의 신선함을 따라잡을 수 없고,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기 때문이다.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 1은 국내외 유수 시상식 트로피를 40개 이상 휩쓸었고 누적 조회수 3억3000만, 시청 시간 22억을 돌파한 넷플릭스의 최고 흥행작이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 안긴 수익이 1조 원을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이 워낙 눈높이를 높여 놓은 탓에 시즌 2(7부작)의 자그마한 흠집도 침소봉대하는 시선이 있을 법한데, 국내외 취재진에 선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대한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시즌 1보다 미쳤다” “역대급 속편이다” “중독성이 강하다” “깜짝 놀랄 만한 요소들이 많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 미국의 영화평론가 그레이스 랜돌프는 “시즌 2는 전편의 이야기를 천재적이고 의미 있게 확장한 역대급 속편이다. 황동혁 감독은 지금 현역 중 최고 연출가의 하나”라며 “골든글로브 작품상은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가져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시즌 1은 게임에서 우승한 성기훈(이정재)이 456억 원의 상금을 거머쥐고 딸을 만나러 미국으로 가던 중 프런트맨(이병헌)의 목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돌리며 막을 내렸다. 뜻밖의 결말은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남겼고, 게임을 운영하는 신비한 인물의 정체와 디스토피아의 정체에 궁금증이 증폭됐다. 시즌 2는 그로부터 3년 후를 시작점으로 한다. 성기훈은 게임의 배후를 찾기 위해 다시 옷을 입는다. 시즌 1의 성기훈이 오로지 상금을 받기 위한 절실함으로 게임에 참여했다면, 시즌 2 속 성기훈은 ‘배후를 찾아내서 응징한다’는 목적을 갖고 새로운 참가자를 모아 생사를 건 또 다른 게임을 시작한다. 이정재, 이병헌, 공유 등 기존 출연자 외에 임시완, 강하늘, 양동근, 이진욱, 박성훈 등 굵직한 배우들이 새로운 캐릭터로 출연해 스토리텔링과 심리적 긴장감을 높인다.
‘오징어 게임’ 시즌 1 덕분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줄다리기, 구슬치기, 달고나 같은 추억의 놀이들과 음식이 세계적인 문화현상이 됐다. 시즌 2에는 얼음땡과 같은 새로운 놀이들이 등장해 향수를 자극할 예정이다. 서바이벌 게임의 무대는 더 크고 정교해졌다. 출연자들이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하는 통로는 동선을 추가해 공간감을 높였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 1을 사랑하셨던 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다시 게임에 참가한 기훈 역의 이정재는 “감정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기훈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거의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변신을 꾀했다”고 말했다. 시즌2와 함께 촬영한 시즌3도 2025년 방영 예정이다.
#조명가게 #오징어게임 #여성동아
사진 뉴시스 뉴스1
사진제공 넷플릭스 디즈니+
글로벌 OTT의 인기를 견인한 뼈대 있는 한국 콘텐츠들이 진검 승부를 벌인다. ‘무빙’의 작가 강풀이 디즈니+와 손잡고 제작한 ‘조명가게’, 시즌 1의 명성에 힘입어 상영하기도 전 미국 대표 영화·TV 통합 시상식인 골든글로브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심상치 않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잇달아 공개된 것. OTT 명가의 자존심을 건 대결에서 누가 웃게 될까.
강풀 세계관과 김희원 카르텔의 만남
‘조명가게’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조명가게’. 오싹한 공포와 반전을 위한 빌드업이 감상 포인트다.
‘조명가게’는 인적이 드문 캄캄한 골목길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조명가게로부터 시작된다. 1~4회에선 매일 밤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치는 현민(엄태구)과 의문의 여인 지영(김설현), 엄마의 심부름이라며 밤마다 전구를 사러 오는 여고생 현주(신은수), 으슥한 골목집에 혼자 세 들어 살면서 끊임없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선해(김민하), 무서움을 이기기 위해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부르면서 매일 밤 골목길을 떠도는 지웅(김기해), 연쇄살인범을 쫓아 골목에 들어온 양성식(배성우) 형사, 뭔가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조명가게 주인 원영(주지훈),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중환자실 간호사 영지(박보영)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된다. 온몸에서 물이 쏟아지는 남자, 걸어갈수록 키가 커지는 여자, 손톱이 손바닥에 달린 여자…. 골목길을 헤매는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하다. 이런 기괴한 인물들은 공포감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각각이 지닌 사연들을 암시하는 떡밥이기도 하다. 5회부터는 흩어져 있던 인물들의 서사가 모이고,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드러난다. 초반에 공포를 자극했던 떡밥들도 다 회수된다.
‘무빙’과 ‘조명가게’의 인기로 디즈니+의 히어로로 떠오른 강풀 작가.
‘조명가게’ 출연 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김희원과 친분이 두텁다. 특히 박혁권과 배성우는 함께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절친이다. 이에 ‘조명가게’ 배우 라인업을 두고 ‘김희원 카르텔’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희원은 “내가 좀 능력이 있어야 카르텔이 성립하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캐스팅은 혼자 결정한 게 아니라 제작진과의 회의를 거쳤다. 연기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즈니+를 배경으로 ‘무빙’과 ‘조명가게’를 잇는 강풀 유니버스가 탄생할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강 작가는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도 “디즈니+와 차기작도 함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만화를 그릴 때는 카카오하고만 작업했다. 한번 관계를 맺으면 계속 함께하는 경향이 있다. 디즈니+와도 계속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개하기도 전에 골든글로브 후보 오른 화제작
‘오징어 게임’ 시즌 2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에서 이벤트를 열었다.
‘오징어게임’ 시즌2 포스터.
‘현역 최고의 연출가’라는 평을 얻은 황동혁 감독.
황동혁 감독은 “시즌 1을 사랑하셨던 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다시 게임에 참가한 기훈 역의 이정재는 “감정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기훈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거의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변신을 꾀했다”고 말했다. 시즌2와 함께 촬영한 시즌3도 2025년 방영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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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뉴스1
사진제공 넷플릭스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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